노션 회의록을 20번 고쳐 보낸 밤 11시

노션 회의록을 20번 고쳐 보낸 밤 11시

노션 회의록을 20번 고쳐 보낸 밤 11시 7시 반 퇴근, 9시 다시 켰다 퇴근했다. 집에 왔다. 씻었다. 그런데 계속 생각났다. 오후에 쓴 회의록. "제가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이 문장이 너무 형식적이지 않나. 딱딱하지 않나. 사수가 보면 '얘 또 인터넷에서 베꼈네' 생각하지 않을까. 노트북 다시 켰다. 노션 들어갔다. 회의록 페이지 열었다. 오후 5시에 공유한 거. 아직 아무도 안 봤다. 조회수 1. 나.문제는 어투였다 회의록을 다시 읽었다. ## 논의 사항 - A안 vs B안 검토 - 개발 일정 조율 - 다음 주 프로토타입 공유## 결정 사항 - A안으로 진행 - 개발팀 검토 후 재논의## 액션 아이템 - 기획서 수정: 신기획 (1/15까지) - 디자인 시안: 최디자이너 (1/17까지)이게 맞나. "논의 사항"이 맞나 "논의사항"이 맞나. 띄어쓰기. 검색했다. 국립국어원. "논의 사항"이 맞대. 그럼 "결정사항"도 띄어야 하나. 수정했다.20번의 수정 9시 10분. 첫 수정. "제가 정리해서" → "정리해서" 너무 낮춘 것 같아서. 팀 막내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9시 15분. 두 번째 수정. "정리해서" → "제가 정리해서" 아니다. 선배들한테는 낮춰야지. 9시 20분. 세 번째. 표 구조를 바꿨다. 칼럼을 3개에서 4개로. | 항목 | 내용 | 담당자 | 기한 | 이게 더 깔끔해 보인다. 9시 30분. 네 번째. 아니다. 4개는 너무 많다. 3개로 복구. | 항목 | 담당자 | 기한 | "내용"은 항목에 포함하면 되니까. 9시 40분부터 10시까지. 다섯 번째부터 열두 번째 수정.이모지 추가 (📌, ✅, 📝) 이모지 삭제 (너무 가볍나) 소제목 폰트 변경 (Heading 2 → Heading 3) 다시 복구 (Heading 2가 맞다) 들여쓰기 조정 불릿 스타일 변경 (• → -) 다시 복구 (•가 낫다) 날짜 형식 (1/15 → 01/15 → 1월 15일)정신없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문장 하나의 무게 10시 10분. "제가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이 문장을 또 본다. 문제가 뭔지 알았다. "드리겠습니다"가 문제다. 너무 형식적이다. 회사 공문 같다. "제가 정리해서 공유할게요." 이게 낫나. 아니다. 너무 가볍다. 우리 팀은 존댓말 쓴다. "제가 정리해서 공유하겠습니다." 이건 어떤가. "드리겠습니다"랑 "하겠습니다"의 차이. 검색했다. 네이버 지식인. 회사 커뮤니티. 답은 없다. 다 케바케래.사수는 이런 거 안 하나 사수 회의록을 열어봤다. 지난주 회의록. 사수가 쓴 거. ## 논의 - XX 기능 추가 검토 - 일정 조정 필요## 결정 - 일단 고## TODO - 기획서: 나 (D-3) - 검토: 개발팀엄청 간단하다. "일단 고"라니. 이게 되네. 나는 왜 못 하지. "제가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이런 거 안 쓴다. 사수는. 페이지 하단에 댓글도 없다. 조회수 12. 다들 본다. 아무 말 없다. 내 회의록은. 조회수 1. 아직도 나. 열세 번째부터 스무 번째 10시 40분. "공유드리겠습니다" → "공유하겠습니다" 확정했다. 이걸로 간다. 10시 45분. "공유하겠습니다" → "공유드릴게요" 아니다. 중간이 낫다. 10시 50분. 페이지 상단 커버 이미지를 바꿨다. 노션 기본 이미지. 파란색 그라데이션. 11시. 커버 이미지 삭제. 없는 게 깔끔하다. 11시 5분. 제목을 바꿨다. "1/10 서비스기획 회의록" → "서비스기획 회의_25.01.10" 날짜 형식을 뒤로. 11시 7분. 다시 복구. 앞에 있는 게 낫다. 11시 10분. 마지막 수정. 맨 아래 한 줄 추가했다. "추가 의견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쓰고 지웠다. 쓰고 지웠다. 결국 남겼다. 저장했다. 페이지 닫았다. 11시 15분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들었다. 노션 앱 켰다. 회의록 다시 확인했다. 조회수 1. "추가 의견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이 문장이 또 신경 쓰인다. 너무 형식적이지 않나.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이게 낫나. 노트북 다시 킬까. 아니다. 핸드폰으로 수정했다. 스물한 번째.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이모티콘까지 넣었다. 저장했다. 페이지 닫았다. 3초 뒤 다시 열었다. 이모티콘 지웠다. 너무 가볍다. 스물두 번째 수정. 왜 이러나 11시 반. 불 껐다. 눈 감았다. 그런데 잠이 안 온다. 회의록이 계속 생각난다. 내일 아침에 사수가 본다. 댓글 달까. "수고했어요" 할까. 아니면 "이거 수정해" 할까. "신기획님 회의록은 너무 딱딱해요." 이럴까. 상상하니까 심장 뛴다. 내일 아침 출근하면. 노션 알림 확인부터 할 거다. 조회수 몇 개 찍혔나. 댓글 달렸나. 사수가 이모지 반응 남겼나. 👍 아무것도 없으면. 그것도 불안하다. 다들 안 본 건가. 링크를 잘못 보낸 건가. 1년 차의 밤 침대에서 일어났다. 11시 50분. 노트북 켰다.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회의록 괜찮다. 이제 괜찮다. 20번 넘게 고쳤으니까. 사수가 뭐라고 하면. "네 수정하겠습니다" 하면 된다. 어차피 또 고칠 거다. 회의록 쓸 때마다 이런다. 기획서 쓸 때도 이런다. 슬랙 메시지 보낼 때도 이런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확인 부탁드릴게요." 매번 고민한다. 1년 뒤에는 안 그럴까. 2년 차 되면 "일단 고"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노트북 닫았다. 불 껐다. 조회수 1. 내일이면 오르겠지.야 11시에 회의록 스무 번 넘게 고쳤다. 내일 사수가 "ㅇㅇ" 이러고 넘어가면 허무할 거다. 그래도 또 고칠 거다.

기획서 양식 검색은 하루 종일, 내 글은 30분

기획서 양식 검색은 하루 종일, 내 글은 30분

기획서 양식 검색은 하루 종일, 내 글은 30분 오전 10시, 구글 검색부터 출근했다. 사수가 말했다. "이번 기능 PRD 작성해봐." PRD가 뭐지. 일단 검색했다. "PRD 양식", "PRD 템플릿 다운로드", "PRD 예시". 나오는 건 다 다르다. 어떤 건 10페이지, 어떤 건 2페이지.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노션 템플릿 사이트 10개 탭을 열었다. 다 다르다. Product Requirements Document, Project Request Document, Business Requirements Document. 이게 다 같은 건가, 다른 건가. 30분 지났다. 아직 한 글자도 안 썼다.선배 기획서 열어보기 회사 노션 들어갔다. 선배들이 쓴 기획서를 찾았다. 7개 열었다. 구조가 다 다르다. A 선배: 배경 - 목적 - 요구사항 - 화면정의서 B 선배: 개요 - 문제정의 - 해결방안 - 일정 C 선배: 그냥 화면정의서만 뭐가 정답이지. A 선배 기획서를 복사했다. 제목만 바꿨다. "배경"이라는 챕터에 커서를 놨다. 뭘 써야 하나. 배경이 뭐지. 왜 만드는 건지? 데이터는 어디서 가져와? 다시 구글 검색. "기획서 배경 예시", "기획서 배경 작성법". 1시간 지났다. 배경 챕터는 아직 비어있다.BRD는 또 뭔데 사수한테 슬랙이 왔다. "BRD도 같이 써야 할 것 같은데" BRD. 처음 듣는다. 검색했다. Business Requirements Document. PRD랑 뭐가 다른 건데. 어떤 블로그는 "BRD를 먼저 쓰고 PRD를 쓴다"고 한다. 어떤 블로그는 "요즘은 BRD 안 쓴다"고 한다. 유튜브를 켰다. "BRD 작성법". 23분짜리 영상이다. 배속으로 봤다. 이해는 안 된다. 다시 봤다. 여전히 모르겠다. 회사 노션에 "BRD"로 검색했다. 문서가 3개 나온다. 열어봤다. 2개는 2년 전 거다. 1개는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오후 2시다. 점심을 먹었나 기억이 안 난다. 기획서는 여전히 백지다. 화면정의서 양식 지옥 "일단 화면정의서부터 그려볼까." 피그마를 켰다. 와이어프레임을 그려야 한다. 어떻게 그리지. 선배 파일을 열었다. 컴포넌트가 잔뜩 있다. 이걸 어떻게 쓰는 거지. 다시 검색. "화면정의서 예시", "화면정의서 양식 다운로드". PPT 양식이 나온다. 다운받았다. 열어봤다. 너무 정갈하다. 나는 이렇게 못 그린다. 노션으로 그릴까, 피그마로 그릴까, PPT로 그릴까. 회사는 노션 쓰는데, 선배는 피그마 쓰던데, 구글에는 PPT가 많은데. 30분 동안 툴을 고민했다. 결정 못 했다.오후 4시, 사수의 메시지 "진행 상황 어때?" 심장이 멎었다. "...지금 구조 잡는 중이에요." 거짓말이다. 구조는 없다. 탭 20개만 열려있다. 노션 페이지는 제목만 있다. "5시까지 1차 드래프트 공유해줘." 1시간 남았다. 30분의 폭발 더는 미룰 수 없다. 양식은 됐다. 일단 쓴다. A 선배 기획서 구조를 복사했다. 챕터 제목만 남기고 내용을 지웠다. 배경: 우리 서비스에 XX 기능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VOC가 왔다. 목적: XX 기능을 만들어서 사용자 불편을 해소한다. 요구사항: 1) 버튼을 누르면 2) 팝업이 뜬다 3) 확인을 누르면 저장된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일단 썼다. 화면정의서는 손으로 그렸다. 아이패드에 네모 몇 개 그리고 캡처했다. 노션에 붙였다. 25분 걸렸다. 사수의 피드백 5시 1분에 공유했다. 5시 3분에 답장 왔다. "오케이, 이 정도면 베이스는 됐어. 내일 같이 보완하자." ...됐다고? 하루 종일 양식 검색하고, 30분 만에 쓴 게, 됐다고? 깨달은 것 양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PRD든 BRD든, 10페이지든 2페이지든, 피그마든 노션이든. 사수가 원한 건 '완벽한 양식'이 아니었다. "지금 뭘 만들려는지, 왜 만드는지, 어떻게 동작하는지"만 알면 됐다. 나는 하루 종일 양식을 고민했다. 정작 "뭘 만들지"는 30분 만에 정리했다. 순서가 반대였다. 그다음 날 출근했다. 사수가 내 기획서를 열었다. "배경 부분에 데이터 좀 넣어줘. VOC 몇 건 왔는지." "요구사항에 예외 케이스 추가해줘. 인터넷 끊기면 어떻게 되는지." "화면 2번이랑 3번 사이에 로딩 화면 필요할 것 같아." 30분 동안 수정했다. 살이 붙었다. 이게 기획이었다. 양식 찾는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거. 예쁘게 쓰는 게 아니라, 빠진 거 채우는 거. 지금도 양식은 검색한다 여전히 새로운 문서 쓸 때는 검색한다. "XX 문서 양식", "XX 템플릿".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양식을 찾으면, 10분 본다. 구조만 파악한다. 그리고 닫는다. 내 노션을 열고, 챕터만 따라 만든다. 그리고 쓴다. 일단 쓴다. 첫 문장이 이상해도 쓴다. 두 번째 문장이 연결 안 돼도 쓴다. 1시간 쓰고 나면, 뭐가 이상한지 보인다. 그때 고친다. 양식은 출발점이다. 도착점이 아니다. 주니어 기획자의 함정 주니어일수록 양식에 집착한다. 나도 그랬다. "양식만 잘 따라 하면, 좋은 기획서가 나올 거야." 틀렸다. 좋은 양식에 빈 내용을 채우면, 그냥 빈 문서다. 나쁜 양식에 꽉 찬 내용을 채우면, 그게 기획서다. 사수는 양식을 안 본다. 내용을 본다. 개발자는 양식을 안 본다. 요구사항을 본다. "PRD 양식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네가 편한 대로 써. 내용만 빠뜨리지 마."라고 답한다. 30분의 기획, 2시간의 다듬기 요즘 내 방식이다.양식 검색 10분 (구조만 봄) 생각 정리 30분 (뭘 만들지, 왜 만들지, 어떻게 동작하는지) 초안 작성 30분 (일단 다 씀, 이상해도 씀) 빠진 거 채우기 1시간 (데이터, 예외 케이스, 일정) 다듬기 30분 (문장 정리, 순서 조정)총 2시간 반. 예전엔 양식 찾는 데 4시간 쓰고, 쓰는 데 30분 썼다. 지금은 쓰는 데 2시간 쓰고, 양식은 10분 본다. 생산성이 4배 올랐다. 완벽한 양식은 없다 회사마다 다르다. 팀마다 다르다. 사수마다 다르다. A 팀은 BRD 먼저 쓴다. B 팀은 PRD만 쓴다. C 팀은 화면정의서만 있으면 된다. "정답 양식"을 찾으려고 하루를 쓰지 마라. 우리 팀 선배 기획서 3개만 열어봐라. 공통점을 찾아라. 그게 우리 팀 양식이다. 양식보다 중요한 것 질문에 답하는 거다.왜 만드나? (배경, 목적) 뭘 만드나? (요구사항, 기능) 어떻게 동작하나? (화면정의서, 플로우) 언제 만드나? (일정) 누가 만드나? (담당자)이 5개만 답하면, 그게 기획서다. 챕터 제목이 "배경"이든 "Background"든, "문제 정의"든 상관없다. "왜 만드는지" 설명되면 된다. 1년 차의 나에게 양식 검색 그만해. 하루 종일 템플릿 보지 마. 그 시간에 생각해. "이 기능이 왜 필요한가?" "사용자가 어떻게 쓸까?" "개발자가 뭘 알아야 할까?" 그리고 써. 일단 써. 못나도 써. 이상해도 써. 양식은 나중에 맞춰도 된다. 내용은 지금 채워야 한다.양식은 껍데기고, 생각이 내용이다. 껍데기 고르는 데 하루 쓰지 말자.

사수가 '이거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물었을 때의 얼어버리는 심정

사수가 '이거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물었을 때의 얼어버리는 심정

사수의 한마디, 그리고 3시간의 공포 화면 정의서를 제출했다. 월요일 오전 10시. 사수에게 슬랙으로 링크를 보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하게. 다섯 번 읽고 보냈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났다. 오후 1시. 사수가 콜을 잡았다. 1:1 미팅 15분. 간단한 거라고 했다. 나는 노트북을 들었다. 펜을 들었다.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화면을 띄웠다. 내가 설계한 화면. 로그인 후 온보딩 플로우. 3개 스텝. 심플한 구조다. 나는 자랑스러웠다. 사수가 말했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끝이다. 내 논리는 여기서 끝난다. 그 순간 뇌가 정지했다. 평소처럼 대답하려고 했는데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우스를 집었다. 놓았다. 다시 집었다. "어... 그게..." "3개 스텝이 필요해? 2개는 안 돼?" 아. 맞다. 2개로 할 수 있겠는데? 근데 왜 3개로 했더라? 나는 뭘 생각하고 있었나?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망했다. 이건 확인하는 게 아니다. 내가 설계한 건데 내가 왜 했는지 모르고 있다. 이게 기획자인가? 이건 그냥 따라 하기인가? 사수는 계속했다. "그리고 여기 입력 폼 필드가 너무 많아. 유저가 이 단계에서 입력해야 할 것만 해. 나머지는 다음 단계에서." "네... 알겠습니다..." "숫자로 정렬한 이유가 있어? 아니면 그냥 한 건데?" 그냥 한 거다. 다들 이렇게 하는 거 같았다. 선배 기획서를 봤고 그렇게 돼 있어서. 근데 왜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다. "제가...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갔다. 15분이 30분이 됐다. 내 답변은 계속 같았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마지막에 사수가 웃었다. 좋은 의미의 웃음은 아니었다. 그냥... 답답한 웃음. 선배가 느끼는 그 감정이 마이크를 통해 전해졌다. '또 설명해야 하나.'온보딩 화면의 비극 내가 뭘 잘못했는지 천천히 깨달았다. 온보딩은 3개 스텝이었다. 단계 1: 휴대폰 번호 입력. 단계 2: 인증 번호 입력 + 이름 입력 + 생년월일 입력. 단계 3: 약관 동의. 왜 3개? 노션에 템플릿이 3단계 구조로 돼 있었다. 난 그걸 복사했다. 생각을 안 했다. 근데 사수가 묻는 건 간단했다. "왜 2개 아닌데 3개야?" 좋은 질문이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3번 클릭하는 게 맞나? 아니면 2번? 아니면 1번? 이걸 내가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내가 그 시점에서 해야 할 일:왜 3개를 설정했는지 논리를 대기 논리가 없으면 인정하기 대신 "이렇게 개선해보겠습니다"라는 액션 제시하기나는 1번을 못 했다. 논리가 없었으니까. 2번도 못 했다. 인정이 무서웠다. 그냥 3번을 했다. "수정하겠습니다." 근데 이게 뭐 하는 직업인가? 남 말에 따라 수정하는 기계? 그건 기획자가 아니라 그냥 입력자다.같은 날 오후 5시, 화장실에서 나는 개의 기획서를 다시 열었다. 화장실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너무 부끄러웠다. 온보딩 3단계. 정말 3단계가 필요한가? 사용자 관점:휴대폰 인증까지는 필수 추가 정보 입력은... 지금 꼭 필요한가?개발자 관점:3개 페이지는 3배의 상태 관리 데이터 저장 로직이 복잡해짐 이탈율이 높아질 수 있음디자이너 관점:3번 디자인해야 함 애니메이션 처리내가 이 걸 미리 생각했으면? 기획서에 썼을 텐데. "온보딩을 2단계로 설계한 이유: 1) 초기 진입 장벽 최소화 2) 개발 복잡도 감소 3) 유저 이탈율 예상 감소" 이 정도면 대답이다. 토론할 수 있는 기초. 근데 나는 "왜냐하면 그렇게 봤으니까"라고만 했다. 이건 기획이 아니다. 배낭이다. 화장실에서 30분을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나는 계속 온보딩 플로우를 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헤치고 있었다. 2단계가 맞을 것 같았다. 근데 정말 맞나? 혹시 1단계는? 아니면 4단계? 그걸 판단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난 데이터가 없다. 데이터가 없으면 논리가 약한데 논리가 약하면 설득이 안 된다. 그래서 난 항상 "확인해보겠습니다"만 한다.퇴근 후, 유튜브 강의 시간 집에 왔다. 라면을 끓였다. 먹으면서 PM 유튜브를 켰다. "기획서 작성법 - 논리적 사고" 40분짜리 강의. 보기 시작했다. 강사는 말했다. "모든 설계 결정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비즈니스, 유저, 기술 중 하나 이상에서 나와야 합니다." 내 온보딩 3단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템플릿이었다. 강사는 계속했다. "만약 사수가 '왜?'라고 물었을 때 답할 수 없다면 그 설계는 설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복사입니다." 가슴이 철렁했다. 난 계속 복사하고 있었다. 기획서 템플릿 찾아서 구조 따라 하고. 선배 화면 보고 비슷하게 하고. 피그마 피드백 받고 수정하고. 기획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기획자라고 하고 있었다.다음날 아침, 사수 앞에서 화요일. 10시. 사수가 또 미팅을 잡았다. 나는 밤새 온보딩을 다시 설계했다. 2단계로. 1단계에서는 휴대폰 + 인증 + 이름. 2단계에서는 약관 동의. 생년월일은 나중에. 왜? 이유가 있었다.초기 완료 시간 1분대로 단축 (유저 진입 용이) 개발 상태 관리 단순화 (개발자 팀 피드백 반영) 추가 정보는 프로필 완성 때 이용 가능 (선택 입력으로 변경)정도면 충분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생각이 있었다. 사수가 물었다. "어제 피드백 반영했어?" "네. 2단계로 변경했습니다. 이유는..." 처음이었다. 내 설계 이유를 말하는 게. 떨렸다. 사수는 들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게 맞는 접근이야." 4글자. "좋아. 이게 맞는 접근이야." 그게 얼마나 큰 말씀인지 난 알았다. 어제는 "확인해보겠습니다"만 했는데 오늘은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 차이가 크다. "근데 생년월일을 왜 빼?" 또 물었다. 근데 이번엔 답이 있었다. "초기 가입 과정에 필수 정보가 아니어서..." "맞아. 계속 이렇게 생각해."2주 후 2주가 지났다. 기획서를 쓸 때 이제 먼저 생각한다. "이 화면이 왜 필요한가?" "유저는 뭘 원하는가?" "개발자는 뭘 쉽게 하고 싶어 하나?" "디자이너는 뭘 명확히 하고 싶어 하나?" 여전히 완벽하진 않다. 데이터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다. 근데 그래도 다르다. 사수가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물었을 때 이제 얼어버리지 않는다. 틀릴 수도 있지만 대답이 있다. 어제는 내가 설계한 결제 플로우를 제시했다. 사수가 물었다. "왜 이 순서야?" "유저 실수를 줄이기 위해 결제 금액 확인을 먼저 놨습니다. 그 다음 결제 수단 선택. 마지막에 최종 확인." "좋아." 그 한 마디가 이제는 두렵지 않다. 그건 내 설계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내가 생각을 했다는 뜻이다.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획자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직도 완벽히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안다. 복사 기계가 아니라는 것. 사수한테 여전히 질문할 때 눈치는 본다. 근데 틀린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뭘 모르는지 알고 질문하니까. "이 부분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물으면 답이 나온다. 그 다음엔 배운다. "왜 이렇게 했어?"라는 질문은 이제 공포가 아니다. 그건 그냥 대화다.오후 3시. 사수 콜. 여전히 긴장된다. 근데 다르다."왜?"를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