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프로젝트 기획서는 왜 주말에만 쓸까

토이 프로젝트 기획서는 왜 주말에만 쓸까

토이 프로젝트 기획서는 왜 주말에만 쓸까 금요일 저녁 7시 반 퇴근한다. 일주일 내내 받아적었던 기획서 덮는다. 사수한테 "다음 주 월요일까지 수정해주세요" 들었다. 근데 지금은 안 연다. 집 가서 내 거 쓸 거다. 지하철에서 노션 켠다. '토이프로젝트_독서모임앱_v1' 파일. 지난주 토요일에 쓰다 만 거다. 화면 정의서 3개, 유저플로우 반쪽. 손가락이 움직인다. "메인 화면에 '오늘의 책' 넣으면?" 메모한다. 내린다.토요일 오전 10시 일어났다. 샤워하고 커피 내린다. 노트북 켠다. 노션 연다. '독서모임앱_화면정의서.pdf' 새로 만든다. 아무도 안 본다. 사수도 없다.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 회사에서 쓰는 기획서는 다르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개발 공수 생각 안 하셨어요?" "이 기능 우선순위 낮지 않나요?" 매번 설명한다. 수정한다. 근데 내 기획서는 그냥 쓴다. 설명 안 해도 된다. 내가 다 안다. 3시간 지났다. 화면 정의서 7개 완성. 로그인, 메인, 도서 검색, 모임 생성, 채팅, 마이페이지, 알림. 점심 안 먹었다. 배 안 고프다.회사 기획서 vs 내 기획서 월요일부터 금요일. 화면 정의서 쓴다. 사수가 준 양식 복붙한다. "화면명: 메인", "주요기능: 리스트 노출", "비고: 추후 논의" 30분 걸린다. 근데 재미없다. 뭘 쓰는지 모르겠다. 그냥 채우는 느낌. 토요일. 내 기획서 쓴다. "이 화면에서 유저가 뭘 느낄까?" "버튼 색깔은 뭐가 좋을까?" "이 문구 클릭하면 어디로 갈까?" 3시간 걸린다. 근데 재밌다.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 차이가 뭘까. 생각해봤다. 회사 기획서는 '정답'을 찾는다. 사수가 원하는 답. 개발자가 할 수 있는 답. 대표님이 좋아할 답. 내 기획서는 '가능성'을 쓴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재밌을까. 틀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 거. 그래서 신난다.검토 없는 자유 회사에서 기획서 쓰면. 사수한테 보낸다. 30분 뒤 슬랙 온다. "여기 이유 추가해주세요" "이 기능 우선순위 다시 생각해봐요" "개발팀이랑 얘기 먼저 해보셨어요?" 고친다. 다시 보낸다. 또 피드백 온다. 한 화면에 3번 수정. 일주일에 5개 화면. 15번 수정한다. 지친다. 주말 기획서는 다르다. 쓴다. 끝. 검토 없다. 피드백 없다. "이거 완성이네"라고 내가 정한다. 그럼 완성이다. 이게 자유구나. 처음엔 불안했다. "이게 맞나?" "실무에서는 안 통하는 거 아냐?" "혼자 착각하는 거 아냐?" 근데 계속 쓰다 보니. 내 기준이 생긴다. "유저가 이 화면 보면 뭘 클릭할까" "3초 안에 이해 안 되면 실패" "중요한 버튼은 오른쪽 엄지 닿는 곳" 회사 기획서도 나아진다. 사수가 "이번엔 괜찮네요" 한다. 자유롭게 쓴 게 실력이 됐다. 누가 볼까 신경 안 쓰니까 회사 기획서 쓸 때. 머릿속에 사람들 있다. 사수: "이거 이유 뭐예요?" 개발자: "이거 2주 걸리는데요?" 디자이너: "UI 가이드 무시하셨네요" 대표님: "이게 매출이 나와요?" 4명 눈치 본다. 키보드 누르다 멈춘다. "이렇게 쓰면 뭐라 하려나" 30분 쓰는데 2시간 걸린다. 생각이 손을 막는다. 토요일 오후. 내 기획서 쓴다. 머릿속 텅 빈다. 유저 한 명만 있다. "나라면 이 앱 쓸까?" 그것만 생각한다. 키보드 막히는 거 없다. "로그인은 카카오만" "메인에 책 표지 크게" "검색은 제목이랑 저자만" 누가 뭐래도 상관없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 이게 기획의 원래 모습 아닐까. 누가 볼까 신경 쓰기 전에. 그냥 만들고 싶어서 그리는 것. 회사에서는 잊었던 감각. 주말에 다시 찾는다.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회사 기획서는 무섭다. 틀리면 안 된다. 지난달. 푸시 알림 기획 잘못했다. 개발 다 됐는데 QA에서 문제 발견. "이거 유저 불편할 것 같은데요?" 다시 기획했다. 개발 2주 더 걸렸다. 사수한테 혼났다. "기획자가 이런 거 미리 생각해야죠" 맞다. 내 잘못이다. 근데 그 뒤로 기획서 쓸 때. 손이 떨린다. "이것도 틀린 거 아냐?" "저것도 문제 생기는 거 아냐?" 3시간 고민하고 결국 사수한테 물어본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스스로 못 믿는다. 주말 기획서는 다르다. 틀려도 된다. 독서모임앱 기획하다가. "채팅 기능 넣자" 3시간 화면 그렸다. 일주일 뒤 생각해보니. "이거 카톡 쓰면 되겠네" 지운다. 3초 걸린다. 누구한테 보고 안 해도 된다. 실패했다. 근데 괜찮다. 배웠다. 다음엔 안 그런다. 이게 성장이구나. 실패하고, 고치고, 다시 쓰는 것. 회사에선 실패하면 혼난다. 주말엔 실패해도 배운다. 그래서 토요일이 더 기획자답다. 내 취향을 넣으니까 회사 프로젝트. "MZ 타겟 SNS형 커머스" 정해져 있다. 나는 커머스 안 쓴다. MZ도 맞는지 모르겠다. 근데 기획한다. 경쟁사 분석한다. 당근, 번개장터, 네이버쇼핑. 따라 쓴다. 재미없다. 내가 안 쓸 것 같은 앱 만든다. 토요일. 독서모임앱 연다. 나는 책 좋아한다. 혼자 읽다가 누구랑 얘기하고 싶을 때 있다. 근데 독서모임 찾기 어렵다. "이런 앱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획한다. 메인 화면. "오늘의 질문" 넣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내가 답하고 싶어서 넣었다. 유저 리서치 안 했다. 경쟁사에도 없다. 근데 이게 맞다고 느껴진다. 내 취향이 들어가니까. 회사 기획서는 데이터 본다. "가입률 3% 증가" "체류시간 1분 증가" 숫자가 정답 알려준다. 근데 재미는 모르겠다. 내 기획서는 감각 믿는다. "이거 재밌을 것 같아" "나라면 이렇게 쓰고 싶어" 증명 못 한다. 근데 확신한다. 이게 좋은 기획이라고. 기획자는 원래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 데이터보다 먼저 직관. 숫자보다 먼저 취향. 주말에 그걸 연습한다. 완성하는 쾌감 회사 프로젝트. 시작: 3월 2일 끝: 미정 3개월 지났다. 아직도 회의한다. "이 기능 우선순위 다시 논의" "일단 이건 다음 버전에" 내가 쓴 기획서. 절반도 개발 안 됐다. 나머지 절반은 폐기. 완성 못 본다. 중간에 바뀐다. 끝이 없다. 지친다. 토요일 기획서. 시작: 오전 10시 끝: 오후 4시 6시간. 화면 10개 완성. 유저플로우 완성. 주요 기능 정의 완성. "끝났다" 저장한다. 파일 닫는다. 완성했다. 아무도 안 봐도 완성이다. 이 쾌감. 뭔가 해냈다는 느낌. 회사에선 못 느낀다. 항상 '진행 중'. 끝이 없다. 주말엔 끝을 내가 정한다. "여기까지" 그럼 끝이다. 작은 성취. 근데 크게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에 기획서 완성한다. 4개 쌓인다. "내가 이만큼 했네" 보면 뿌듯하다. 회사에선 한 달 동안. 회의록 20개. 수정한 기획서 15개. 완성한 건 0개. 주말이 더 생산적이다. 연습하는 시간 월요일 회의. 대표님: "이 기능 추가해주세요" 나: "네 알겠습니다" 화요일. 기획서 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수한테 물어본다. "저 이거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요?" "예전 기획서 참고해봐" 찾는다. 복붙한다. 내 생각은 없다. 수요일. 사수: "왜 이렇게 했어요?" 나: "...비슷한 기능이 저렇게 돼 있어서요" 사수: "그게 이유가 돼요?" 할 말 없다. 주말. 독서모임앱 기획한다. 채팅 기능 고민한다. "1:1 채팅? 단체 채팅?" "메시지 삭제 가능?" "읽음 표시 필요?" 하나씩 생각한다. 왜 필요한지 쓴다. "단체 채팅: 모임원들 소통 필요" "메시지 삭제: 실수 수정 가능" "읽음 표시: 상대 확인 대기 불안 감소" 이유가 생긴다. 월요일. 회사 기획서 쓸 때. 주말에 연습한 대로 쓴다. 사수: "왜 이렇게 했어요?" 나: "유저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느낄 것 같아서요" 사수: "오, 좋네요" 늘었다. 주말 기획서가 연습장이다. 실전에서 못 해보는 거. 여기서 해본다. 회사에선 틀리면 안 된다. 주말엔 틀려도 된다. 그래서 더 많이 시도한다. 연습하니까 늘었다. 당연한 건데. 회사 일만 하면 안 늘었다. 주말에 기획하니까. 월요일이 달라진다. 기획자인 게 느껴지니까 입사 6개월. 명함에 '기획자'라고 적혀 있다. 근데 실감 안 난다. 회사에서 뭐 하나. 회의 들어간다. 받아적는다. 기획서 수정한다. 사수 검토받는다. 개발자한테 설명한다. 질문받으면 대답 못 한다. 기획하는 건가. 그냥 일 처리하는 건가. 모르겠다. 친구가 물어본다. "기획자가 뭐 하는 사람이야?" "음... 서비스 만드는 거 기획하는?" "그게 뭔데?" "..." 설명 못 한다. 토요일 오후. 독서모임앱 기획한다. "어떤 사람이 쓸까?" → 20대 직장인, 책 좋아하는데 혼자 읽기 심심함 "뭘 원할까?" → 같이 읽을 사람, 이야기 나눌 공간, 부담 없는 모임 "그럼 어떻게?" → 관심사로 모임 찾기, 한 달에 한 권, 온라인 위주 이게 기획이구나. 유저 생각한다. 문제 정의한다. 해결책 그린다. 회사에선 안 해봤다. 항상 정해져 있었다. 주말엔 내가 다 정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6시간 지나고. 화면 10개 그려졌다. 흐름이 보인다. '여기 들어와서, 이렇게 찾고, 저기서 신청하고' "내가 만들었네" 이 순간. 내가 기획자라고 느낀다. 월요일엔 못 느끼는 감각. 토요일에 찾는다. 다음 주말엔 뭘 쓸까 일요일 저녁 9시. 노션 정리한다. '완성한 기획서' 폴더.독서모임앱 v1 운동메이트앱 v1 동네맛집공유앱 v1 습관트래킹앱 v14개 쌓였다. 한 달에 하나씩.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개발자 없다. 디자이너 없다. 그냥 내 노션에만 있다. 근데 후회 없다. 4개 쓰면서 배웠다.유저플로우 그리는 법 화면 우선순위 정하는 법 기능 이유 설명하는 법 내 생각 정리하는 법회사에선 안 배웠다. 주말에 배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받아적는다. 지시 받는다. 검토받는다. 토요일. 생각한다. 결정한다. 완성한다. 둘 다 필요하다. 근데 토요일이 더 나를 키운다. 다음 주말엔 뭘 쓸까. 생각해본다. "음악 취향 공유 앱?" "북마크 관리 앱?" "간단한 가계부?" 아직 모른다. 근데 신난다. 금요일 퇴근하면 알 것 같다. 지하철에서 메모장 열 것 같다. 토요일 아침엔 커피 내릴 것 같다. 그리고 또 쓸 것 같다. 아무도 안 봐도. 검토 없어도. 틀려도 괜찮아도. 그냥 쓰고 싶어서.주말 기획서는 월요일로 가는 연습장이다. 실전에서 못 해보는 자유를 여기서 맛본다.

화면정의서에서 '상태 관리'는 뭐고 '상호작용'은 뭐야

화면정의서에서 '상태 관리'는 뭐고 '상호작용'은 뭐야

화면정의서에서 '상태 관리'는 뭐고 '상호작용'은 뭐야 양식이 날 가르친다 사수가 화면정의서 템플릿을 주었다. "이 양식 채워서 내일까지 줘봐." 열어봤다. 항목이 20개다.화면 ID 화면명 접근 권한 화면 상태 UI 구성요소 상태 관리 사용자 상호작용 데이터 바인딩 예외 처리 ...앞에 5개까지는 채웠다. 여기서 막혔다. "상태 관리가 뭐지?" 검색했다. 또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 "상호작용은 또 뭐야?" 이게 끝이 없다.채우다가 검색하고, 검색하다가 또 검색하고 화면정의서 양식을 받은 게 어제 오후 5시. 오늘 오전 10시 30분. 아직도 6번째 항목이다. '상태 관리' 검색했다. "화면의 상태(State)를 정의하고 관리하는 것" 상태가 뭔데. '화면 상태' 검색했다. "UI가 보여주는 특정 시점의 데이터와 모습" 아직도 모르겠다. '화면 상태 예시' 검색했다.로딩 중 데이터 없음 에러 발생 정상 표시아. 이거구나. 근데 '상태 관리'는 뭐야. 상태를 어떻게 '관리'한다는 거지. 다시 검색. "상태 관리 예시" "버튼 클릭 시 로딩 상태로 전환, API 응답 후 정상 상태로 전환" ...이걸 적으라는 건가? 30분 지났다. 아직도 한 항목이다.'상태'라는 단어가 이렇게 어려울 줄 사수한테 슬랙 보냈다. "XX님, 상태 관리 항목에 뭘 적어야 할까요?" 답장 왔다. "화면이 가질 수 있는 상태들이랑, 상태 전환 조건 적으면 돼." ...뭐라는 거지. 일단 내가 이해한 걸 적어봤다. 상태 목록:초기 상태: 로딩 중 정상 상태: 데이터 표시 에러 상태: 에러 메시지 표시 빈 상태: '데이터 없음' 표시상태 전환:초기 → 정상: API 성공 시 초기 → 에러: API 실패 시 정상 → 빈: 데이터 0개일 때적고 보니까 뭔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확신이 없다. 사수한테 또 물어봐야 하나. 눈치 보인다. 일단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사용자 상호작용' 또 막혔다. 상호작용이면 클릭? 그것만? '사용자 상호작용' 항목. 버튼 클릭하면 어떻게 되는지 적는 거겠지. 적었다. 버튼 클릭 시:[검색] 버튼: 검색 실행 [필터] 버튼: 필터 팝업 열림 [정렬] 버튼: 정렬 옵션 표시끝? 선배 기획서 열어봤다. 같은 항목 찾았다. 사용자 상호작용:검색창 포커스: 키보드 표시 (모바일), 자동완성 표시 검색어 입력: 실시간 자동완성 목록 갱신 자동완성 항목 클릭: 해당 검색어로 검색 실행 검색 버튼 클릭: 입력된 검색어로 검색, 로딩 표시 검색 결과 없음: '결과 없음' 메시지, 추천 검색어 표시 스크롤: 페이지 하단 도달 시 다음 페이지 로드 뒤로가기: 이전 검색 결과로 복귀 (히스토리 유지)...이 정도로 적어야 하는구나. 나는 3줄 적었다. 선배는 7줄이다. 차이가 뭐지. 나는 '클릭하면 뭐 한다'만 적었다. 선배는 '그 전에 뭐가 있고, 그 후에 뭐가 나온다'까지 적었다. 아. 상호'작용'이구나. 사용자가 하고, 화면이 반응하고, 다시 사용자가 보는 거. 주고받는 거다.근데 이게 상태 관리랑 뭐가 달라 다시 봤다. 상태 관리: "초기 → 정상: API 성공 시" 상호작용: "검색 버튼 클릭: 검색 실행, 로딩 표시" ...겹치는 거 아니야? 헷갈린다. 유튜브 켰다. "화면정의서 작성법" 13분짜리 영상. 2배속으로 봤다. 강사가 말한다. "상태 관리는 '화면 자체'의 상태입니다. 로딩중인지, 에러인지, 정상인지. 상호작용은 '사용자 행동'에 대한 반응입니다. 클릭, 입력, 스크롤 등." 조금 이해됐다. 상태: 화면이 지금 어떤 모습인가 상호작용: 사용자가 뭘 하면 어떻게 되는가 근데 '검색 버튼 클릭 → 로딩 상태'는 어디에 적어야 하지. 상호작용에 적으면 상태 전환이 중복된다. 상태 관리에만 적으면 버튼 클릭이 빠진다. ...둘 다 적는 건가? 모르겠다. 일단 둘 다 적었다. 중복이면 사수가 빼라고 하겠지. 왜 이렇게 항목이 많아 화면정의서 항목 20개. 3일째 작성 중이다. 처음에는 '이거 하루면 되겠네' 했다. 화면 캡처 붙이고, 버튼 설명 적고, 끝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각 항목마다 검색하고, 예시 찾고, 이해하고, 적어야 한다. '데이터 바인딩' 항목 나왔을 때는 포기하고 싶었다. "이게 대체 뭐야..." 검색했다. "화면 요소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 ...그래서 뭘 적으라는 거야. 선배 문서 또 봤다. 데이터 바인딩:상품명: product.name 가격: product.price (원 단위, 3자리 콤마) 이미지: product.thumbnail_url (기본 이미지: default.png) 재고: product.stock > 0 ? '구매 가능' : '품절'아. API에서 받은 데이터를 화면 어디에 어떻게 보여줄지 적는 거구나. 이해하는 데 40분 걸렸다. 적는 데 20분 걸렸다. 한 항목에 1시간이다. 20개면 20시간. 3일째 작성 중인 이유다. 이게 기획자 일이 맞나 기획서 쓴다고 3일을 썼다. 회의는 못 갔다. 사수가 대신 갔다. 동료가 물어봤다. "요즘 뭐 해?" "화면정의서 쓰고 있어." "아직도?" 부끄럽다. 선배들은 하루 만에 쓴다던데. 나는 3일째 10개 항목이다. 느린 건가, 꼼꼼한 건가. 모르겠다. 사수한테 중간 점검 받았다. "상태 관리랑 상호작용이랑 좀 겹치는데?" "아... 그럼 어떻게..." "상태는 화면 전체 관점에서, 상호작용은 각 요소별로 나눠서 써봐."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주지. 고쳤다. 1시간 걸렸다. 이게 맞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사수가 '이제 됐어' 할 때까지 고치는 거다. 양식이 선생님이다 화면정의서 양식. 처음엔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 했다. 지금은 안다. 양식이 없으면 뭘 적어야 할지 모른다. 양식이 있으니까 채울 수 있다. 틀렸어도 일단 채운다. 사수가 고쳐준다. 다음번엔 덜 틀린다. 이게 배우는 과정이다. '상태 관리'도 처음엔 몰랐다. 3일 동안 검색하고, 선배 문서 보고, 영상 보고, 사수한테 피드백 받았다. 이제는 안다. 완벽하진 않아도 대충은 안다. '상호작용'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버튼 클릭만 적었다. 지금은 포커스, 입력, 스크롤, 에러 상황까지 적는다. 양식의 각 항목이 하나씩 내 머릿속에 쌓인다. 다음 기획서는 2일이면 될 것 같다. 그다음은 하루. 언젠가는 선배처럼 쓸 수 있을 거다. 지금은 양식을 따라 채운다. 채우다 보면 배운다.양식 채우다 보면 언젠가 양식 없이도 쓸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그 과정이다.

사수한테 물어볼까, 말까 5분의 고민

사수한테 물어볼까, 말까 5분의 고민

사수한테 물어볼까, 말까 5분의 고민 오후 3시 22분 화면 정의서를 쓰다가 멈췄다. 로그인 페이지 기획인데, 소셜 로그인 버튼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단? 하단? 구글링을 30분 했다. 답은 없다. 케바케다. 사수 책상을 본다. 헤드셋을 끼고 있다. 개발자랑 통화 중인 것 같다. 손으로 뭔가 그리면서 설명한다. 바쁘다. 슬랙을 연다. "OO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까지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또 지운다. 질문 하나의 무게 주니어 질문은 무겁다. 사수 시간을 뺏는다. "5분만요"라고 하지만 5분이 아니다. 맥락 설명 3분, 질문 1분, 대답 듣고 이해하는 시간 5분. 최소 10분이다. 그리고 반응이 무섭다. "이건 기본인데?" "지난번에 말했었는데." "케이스 스터디 안 해봤어?" 실제로 들은 말들이다. 사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바쁜 사람이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3일은 간다.구글링의 늪 결국 혼자 한다. "로그인 페이지 소셜 로그인 버튼 위치"를 검색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케이스를 본다. 다 다르다. 벤치마킹 문서를 만든다. 노션에 캡처를 붙인다. 10개 서비스를 비교한다. 5개는 상단, 3개는 하단, 2개는 중간이다. 결론은 "서비스 특성에 따라"다. 30분이 지났다. 답은 없다. 사수한테 물어보면 3분 만에 끝날 일이다. "우리 서비스는 신규 가입률이 중요하니까 상단에 크게 넣어. 이유는..." 하지만 묻지 못한다. 5분의 고민 타임라인 3시 22분: 질문 생김 3시 25분: 구글링 시작 3시 40분: 답 없음 확인 3시 42분: 사수 책상 쳐다봄 3시 43분: 슬랙 열고 닫기 3회 반복 3시 47분: "이거 물어봐도 되나" 자문자답 3시 50분: 다시 구글링 4시 10분: 벤치마킹 문서 작성 중 4시 30분: 여전히 확신 없음 질문 하나에 1시간 10분이다.물어봤을 때의 반응 3종 타입 1: 친절형 "아 그거? 우리 서비스는 신규 유입이 중요해서 상단에 넣어. 근데 왜 궁금했어?" 5분 통화. 문제 해결. 추가 팁까지. 행복하다. 타입 2: 바쁜형 "음... 그거 케바케인데, 다른 서비스 좀 보고 정리해서 공유해줘. 그럼 같이 봐." 15분 통화. 결국 내가 해야 함. 허무하다. 타입 3: 차갑형 "그 정도는 스스로 판단해야지. 주니어라고 다 물어보면 안 돼." 3분 통화. 상처받음. 3일 우울. 확률은 4:4:2다. 타입 3이 나올 확률 20%. 하지만 그 20%가 무섭다. 혼자 해결했을 때 결국 상단에 넣었다. 화면 정의서를 완성했다. 사수한테 보냈다. "로그인 화면 검토 부탁드립니다." 30분 뒤 답장. "소셜 로그인 버튼 위치 왜 상단에 뒀어? 우리 서비스는 기존 회원 비율이 70%라서 일반 로그인이 더 중요해. 순서 바꾸고, 소셜은 하단으로." 2시간이 날아갔다. 그때 물어봤으면 5분이었다.5분 고민의 정체 이 5분은 질문을 고민하는 시간이 아니다. 평가받는 걸 두려워하는 시간이다. "이것도 모르나" 판단받을까 봐. "맨날 묻네" 소리 들을까 봐. "사수 시간 뺏는 애" 낙인찍힐까 봐. 그래서 2시간을 혼자 쓴다. 그리고 틀린다. 그리고 더 미안하다. 악순환이다. 질문 잘하는 선배 관찰 옆팀 2년 차 선배를 봤다. 이 사람은 질문을 잘한다. 사수가 바빠도 묻는다. 거절당해도 다시 묻는다. 차이점을 찾았다. 질문 전 메시지: "OO님, 로그인 화면 소셜 로그인 버튼 위치 관련 질문 있습니다. 3가지 옵션 정리했는데, 10분 정도 시간 되실 때 여쭤봐도 될까요?" 구체적이다. 준비했다는 걸 보여준다. 시간도 명시한다. 나는 "질문 있어요"만 보낸다. 준비 없이. 그러니까 "기본도 모르나" 소리 듣는다. 사수도 주니어였다 어제 회식에서 사수가 말했다. "나도 주니어 때 질문 못 했어. 그래서 야근 엄청 했지. 혼자 삽질하다가. 지금 생각하면 그냥 물어볼 걸." 사수도 같았다. "근데 너는 질문을 너무 안 해. 가끔은 '이 친구 이해하고 있나?' 싶어. 더 물어봐도 돼." 충격이었다. 나는 폐 끼칠까 봐 안 물었다. 사수는 답답해했다. 서로 오해였다. 오늘의 실험 오늘은 물어봤다. 오전 11시. 사수가 커피 마실 때. "OO님, 5분만 시간 되세요? 화면 흐름 관련 질문 있어서요." "어 그래, 뭔데?"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3가지 옵션을 정리해갔다. 각 장단점도. "음... 2번이 좋겠는데? 이유는..." 5분 만에 해결. "이렇게 정리해서 오니까 좋다. 다음에도 이렇게 해." 칭찬까지 받았다. 2시간 구글링보다 5분 질문이 나았다. 질문의 기술 지금 배우는 중이다. 질문하기 전:30분 혼자 고민 옵션 2-3개 정리 각 장단점 생각 구체적으로 무엇이 궁금한지 명확히질문할 때:사수 상황 확인 소요 시간 명시 준비한 자료 보여주기 "A와 B 중 뭐가 나을까요?" 선택지 제시질문 후:노션에 기록 같은 질문 반복 안 하기 비슷한 케이스에 적용주니어니까 묻는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배우려고 묻는다. 다르다.5분 고민하지 말고, 5분 질문하자. 그게 더 빠르다.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를 다시 읽은 느낌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를 다시 읽은 느낌

월요일 9시 12분 출근했다. 커피 뽑았다. 노션 켰다. 지난주 금요일에 작성한 기획서가 보인다. "신규 기능 PRD_v1.2_최종_진짜최종_0118.pdf" 금요일엔 완벽했다. 사수한테 칭찬도 들었다. "구조 잘 잡았네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이상하다.2분 전 나는 천재였다 금요일 오후 6시. 기획서 마무리했다. 사용자 시나리오 3개. 화면 플로우 8개. 예외 케이스 12개. "완벽해." 저장 눌렀다. 사수한테 슬랙 보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7시에 답장 왔다. "구조 괜찮은데요? 월요일에 개발팀 공유하죠." 기분 좋았다. 치킨 시켰다. 맥주 마셨다. 주말 내내 생각했다. "이번엔 제대로 했어." 그런데 지금 같은 문서다. 같은 내용이다. 근데 왜 이렇게 이상하지. "사용자가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이 문장. 금요일엔 명쾌했다. 지금은 애매하다. '진입'이 뭐지. 클릭인가. 자동 이동인가. 화면 플로우를 본다. 8개 화면. 금요일엔 논리적이었다. 지금은 5번 화면이 이상하다. "왜 여기서 팝업이지?" 예외 케이스 12개. 금요일엔 꼼꼼했다. 지금 보니 빠진 게 보인다. "네트워크 끊기면?"나는 지난주와 다른 사람인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금요일의 나: 기획서 쓰는 천재 월요일의 나: 기획서 읽는 바보 이게 맞나. 아니면 금요일의 나는 착각했던 건가.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세 번째다. 노션 히스토리 확인했다. "최종 수정: 금요일 오후 6시 23분" 48시간 전이다. 48시간 만에 내 기준이 바뀐 건가. 사수한테 물어볼까 슬랙 창 켰다. "@김OO 님"까지 썼다. 지웠다. 뭐라고 물어. "제가 금요일에 쓴 기획서가 이상해요?" 사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이상한 거다. 아니면 사수도 월요일에 다시 보면 이상하다고 느낄까. 모르겠다. 일단 혼자 고친다. 고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 "사용자가 로그인 완료 시 자동으로 메인 화면으로 이동하며" 더 명확하다. 왜 금요일엔 안 보였지. 5번 화면 팝업. 삭제했다. 토스트 메시지로 변경. 예외 케이스 추가. "13. 네트워크 연결 끊김 시" 30분 지났다. 수정사항 7개. "신규 기능 PRD_v1.3_월요일수정_0121.pdf" 저장 눌렀다.10시 반, 사수 출근 "신기획님 주말 잘 쉬었어요?" "네. 그런데..." 말을 꺼냈다. "금요일 기획서요. 제가 다시 봤는데 좀 수정했어요." 사수가 화면 본다. 30초 지났다. "어? 이게 더 낫네요. 이렇게 바꾼 이유가 있어요?" "그냥... 다시 보니까 애매한 부분이 보여서요." 사수가 웃었다. "그거 정상이에요. 저도 그래요." 정상이래 "금요일에 쓸 땐 완벽한데 월요일에 보면 이상하죠." 사수가 말했다. "시간 두고 보면 객관적으로 보여요. 금요일엔 쓰는 데 집중했으니까. 월요일엔 읽는 사람 입장이 되는 거죠." 아. "그래서 중요한 문서는 하루 뒤에 다시 봐요. 이상한 거 바로 보여요." "그럼...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아니요. 잘한 거예요. 스스로 피드백하는 거잖아요." 커피 식었다. 네 번째 뽑으러 갔다. 점심시간, 개발팀 공유 "이번 주 기획 공유드립니다." v1.3 버전 열었다. 월요일 수정본. 개발팀장이 물었다. "5번 화면에 팝업 대신 토스트로 바꾼 이유가?" 대답했다. "팝업은 사용자 플로우를 끊어서요. 토스트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좋네요." 백엔드 개발자가 물었다. "네트워크 끊김 케이스는 어떻게 처리하죠?" "13번 예외 케이스 보시면 됩니다. 로컬 저장 후 재연결 시 동기화입니다." "오케이." 회의 끝났다. 30분. 질문 6개 받았다. 다 대답했다. 오후 3시 사수가 슬랙 보냈다. "회의 잘하셨어요. 개발팀 반응 좋았습니다." 답장 쳤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가 금요일에 본 버전이면 질문 더 많이 받았을 거예요. 월요일 수정본이 더 단단해요." 아. 그럼 금요일 버전은 완벽하지 않았던 거네. 근데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지. 월요일의 기적 결론 났다. 금요일의 나는 작성자다. 월요일의 나는 독자다. 작성자는 맥락을 안다. 독자는 문서만 본다. 금요일엔 내 머릿속 맥락으로 읽었다. 월요일엔 문서 그 자체로 읽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보인 거다. 그게 정상이다. 이제 패턴이 보인다 지난 2년 생각해봤다. 화요일에 쓴 기획서: 수요일에 이상함 수요일에 쓴 API 명세: 목요일에 구멍 보임 목요일에 쓴 회의록: 금요일에 빠진 거 발견 항상 그랬다. "나는 왜 이렇게 실수가 많지." 실수가 아니었다. 과정이었다. 시간이 객관성을 준다. 신입 때 기억 1년 전. 첫 기획서. 3일 걸렸다. 완성했다.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봤다. "이게 뭐야. 쓰레기네." 갈아엎었다. 2일 더 걸렸다. 또 완성했다. 또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또 이상했다. "나는 기획자 재능이 없나." 그때는 몰랐다. 이게 성장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월요일 아침에 이상해 보이는 건. 금요일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48시간 동안 뇌가 일했다. 무의식이 문제를 찾았다. 그래서 월요일에 보이는 거다. 이게 반복된다. 매주 월요일마다 지난주 내가 부족해 보인다. 그게 정상이다. 루틴으로 만들었다 이제 의도적으로 한다. 중요한 문서: 하루 뒤에 재검토 급한 문서: 최소 2시간 뒤에 재검토 타이머 맞춰둔다. "14시 30분: 오전 작성 문서 재검토" 다시 읽는다. 이상한 부분 보인다. 고친다. 이게 내 프로세스다. 개발자한테 물어봤다 "형은 코드 짜고 다음 날 보면 어때요?" "리팩토링하고 싶지." "왜요?" "어제는 동작하게 하는 데 집중했으니까. 오늘은 구조가 보이니까." 똑같다. 직군이 달라도 패턴은 같다. 디자이너도 그렇다 "언니 디자인도 다음 날 보면 이상해요?" "당연하지. 간격 1픽셀씩 다 고침." "왜요?" "어제는 배치에 집중했으니까. 오늘은 디테일이 보이니까." 모두 그렇다. 사수의 조언 "신기획님 팁 하나 줄게요." "네." "금요일에 문서 완성하면 월요일까지 안 봐요. 주말에 보지 마세요." "왜요?" "주말엔 쉬어야 해요. 그래야 월요일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근데 주말에 신경 쓰이는데요." "그게 함정이에요. 주말에 고치면 또 월요일에 이상해 보여요." 맞다. 실험했다 지난주 금요일. 기능 명세서 완성. 주말에 안 봤다. 참았다. 월요일 아침. 열었다. 수정사항 4개 보였다. 깔끔하게 고쳤다. 전전주 금요일. 화면 정의서 완성. 주말에 3번 열어봤다. 매번 고쳤다. 월요일 아침. 또 열었다. 수정사항 8개 더 보였다. 머리 아팠다. 사수 말이 맞다. 왜 그럴까 주말에 계속 보면 뇌가 안 쉰다. 월요일에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객관성이 떨어진다. 주말에 완전히 끊으면 뇌가 리셋된다. 월요일에 새로운 눈으로 본다. 지금 시각 오후 6시 오늘 작성한 문서 있다. "신규 알림 기능 기획서_v1.0_0121.pdf" 완성했다. 완벽하다. 내일 다시 볼 거다. 이상할 거다. 괜찮다. 1년 전 나에게 "신입 기획자님. 월요일 아침에 지난주 문서가 이상해 보이죠?" "네. 제가 실력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에요. 성장하고 있는 거예요." "정말요?" "네. 그게 안 보이면 그게 더 문제예요. 성장이 멈춘 거니까." "그럼 계속 이럴 건가요?" "네. 평생요. 그게 일 잘하는 사람이에요." 시니어가 되면 사수가 말했다. "저도 5년 차인데 아직도 그래요." "진짜요?" "네. 어제 쓴 기획서 오늘 보면 고칠 거 보여요." "언제까지요?" "모르겠어요. 계속이지 않을까요." 희망적이다. 평생 이상하게 보인다는 게. 평생 성장한다는 뜻이니까. 월요일 아침의 의미 지난주 내가 부족해 보이는 순간. 그게 성장의 순간이다. 금요일의 나를 넘어선 증거다. 이제 안다.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 다시 읽을 때. 이상해 보이면 정상이다. 안 이상해 보이면 걱정해야 한다.내일도 이상하게 보일 거다. 그게 내가 자라는 방식이다.

SQL 모른다고 했을 때 사수의 표정

SQL 모른다고 했을 때 사수의 표정

그 침묵 "신기획님, 이번 주 사용자 데이터 뽑아서 분석 좀 해줄래요?" 사수가 말했다. 월요일 아침 10시 30분.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다. 그런데 뭘 어떻게 뽑는 건지 몰랐다. "데이터는 어디 있나요?" "DB에 있죠. SQL로 쿼리 날리면 돼요." 그 순간. "...SQL을 몰라서요." 내 입에서 나왔다. 작은 목소리로. 사수가 멈췄다. 키보드 치던 손을. 모니터 보던 시선을. 호흡까지. 3초 정도였을까. 아니 30초 같았다. "아... 그렇구나." 그게 전부였다. 사수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 나는 그 침묵이 뭔지 알았다. '기획자인데 SQL을 몰라?' 그 말이었다. 소리 없이 들렸다.그날 오후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사수가 말했다. "신기획님, 일단 이번 건은 제가 할게요. 시간 나면 SQL 좀 공부해보세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근데 기획자도 기본적인 쿼리는 알아야 해서요." 기본적인. 그 단어가 찔렸다. 나는 2년 차다. 주니어 끝자락. 시니어 입구에서 발만 담근 상태. 그런데 기본을 모른다. 오후 내내 일이 손에 안 잡혔다. 화면 정의서를 켜놨는데 한 줄도 못 썼다. "이 화면에서 이탈률 높은 사용자 데이터 좀..." 개발자가 물어보면 어떡하지. "SQL로 뽑아서..." 그러면 또 어떡하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저녁에 검색했다 퇴근하고 원룸에 들어왔다. 7시 50분. 노트북을 켰다. 'SQL 기초 강의' 검색. 유튜브에 영상이 수백 개 떴다. 1시간짜리, 30분짜리, 10분짜리. "비전공자도 할 수 있는 SQL" "기획자를 위한 SQL 입문" "하루 만에 배우는 SQL" 제목을 보니까 화가 났다. 나한테. 2년 동안 뭐 했나. 왜 이걸 미뤘나. '나중에 배우면 되지' 했다. '개발자가 해주겠지' 했다. '기획자는 기획만 잘하면 되지'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수의 침묵이 말해줬다. '기본도 모르면서 무슨 기획을 하냐'고. 첫 번째 영상을 틀었다. SELECT 문부터 시작이었다. SELECT * FROM users;이게 뭔지도 몰랐다. 별표가 뭔데. FROM이 뭔데. users가 테이블인 건가. 강의를 20분 들었다. 머리가 아팠다. 집중이 안 됐다. '이걸 다 배워야 하나.' 좌절감이 왔다. 노트북을 덮었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화요일 아침 출근했다. 사수는 평소처럼 인사했다. "어제 SQL 좀 봤어요?" "네... 조금요." 거짓말이었다. 20분 보다가 접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급한 건 아니니까." 그 말이 더 부담이었다. 급하지 않다는 건, 언젠가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전 회의가 있었다. 데이터팀장이 말했다. "지난주 사용자 코호트 분석 결과인데요..." 화면에 표가 떴다. 숫자가 가득했다. DAU, WAU, MAU, Retention Rate. 나는 받아적기만 했다. 무슨 말인지 절반도 모르면서. 회의가 끝나고 사수가 말했다. "신기획님, 저 데이터 어떻게 뽑았는지 알아요?" "...SQL이죠?" "맞아요. 코호트 분석은 쿼리가 좀 복잡한데, 기본만 알아도 이해는 할 수 있어요." 이해. 나는 이해도 못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먹었다. 편의점 도시락. 책상에서. 노션을 켰다. 'SQL 공부 계획' 페이지를 만들었다.1주차: SELECT 문 익히기 2주차: WHERE 조건절 3주차: JOIN 이해하기 4주차: 집계 함수타이핑하면서 한숨이 나왔다. 4주면 될까. 8주는 아닐까. 그리고 또 생각했다. '이거 배워서 뭐가 달라지지?' 수요일 밤 여자친구한테 말했다. 전화로. "나 SQL 모르는 거 오늘 들켰어." "그게 뭔데?" "데이터 뽑는 거. 기획자는 알아야 하는 건데." "그럼 배우면 되잖아." "...응." 간단하게 말했다. 여자친구는 디자이너다. SQL이 뭔지 모른다. "너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아." "아니야.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매일 받는다. 전화를 끊고 유튜브를 켰다. 어제 본 강의 이어서. WHERE 절을 배웠다. 조건을 걸어서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거. SELECT * FROM users WHERE age >= 20;20세 이상 사용자만 뽑는 쿼리. 이건 이해했다. 그런데 또 의문이 들었다. users 테이블은 어디 있지. age 컬럼은 어떻게 알지. DB 구조는 누가 알려주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강의는 계속 진행됐다. 나는 멈춰 있었다. 1시간을 봤다. 손으로 따라 쳤다. 메모장에. 뭔가 배운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정이 넘어서 잤다. 목요일 점심 개발자가 말했다. 밥 먹으면서. "신기획님은 SQL 쓸 줄 알아요?" 갑자기 물었다. 심장이 쿵 했다. "아... 아니요. 지금 배우는 중이에요." "아 그렇구나. 저는 기획자분들이 다 쓸 줄 아는 줄 알았어요." 칼을 꽂았다. 모르고. "보통은... 다들 쓰나요?" "글쎄요. 근데 데이터 보려면 필요하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지금 공부 중이에요." "어렵지 않아요. 기본만 알면 돼요." 또 '기본'이었다. 모두가 기본이라고 했다. 나만 모르는 기본. 식판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밥이 안 넘어갔다. 오후에 사수가 슬랙을 보냈다. "신기획님, 이번 주 신규 가입자 수 좀 확인해주실래요? 어드민 툴에서 볼 수 있어요." 어드민 툴. 다행이었다. SQL은 아니었다. 숫자를 확인했다. 243명. 보고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 중에 20대 비율 알 수 있을까요?" 순간 멈췄다. 어드민 툴에는 전체 숫자만 있었다. 연령대별은 없었다. "...SQL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타이핑하면서 손이 떨렸다. "아 그렇구나. 괜찮아요. 제가 볼게요." 또 사수가 했다. 내가 못 하는 걸. 금요일 오전 주간 회의가 있었다. 대표님도 참석했다. 사수가 발표했다. 이번 주 데이터 리포트. "신규 가입자는 243명입니다. 이 중 20대가 62%를 차지하고요..." 내가 물어봤던 그 숫자였다. 사수가 뽑았던. "좋네요. 20대 타겟팅이 먹히고 있네. 이 추세면 다음 달 목표 달성 가능하겠어요." 대표님이 말했다. 모두가 끄덕였다. 나도 끄덕였다. 그런데 속으로 생각했다. '저 숫자를 나는 못 뽑는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모니터를 켰다. 노션에 'SQL 공부 계획' 페이지가 열려 있었다. 일주일 전에 만든. 1주차 목표는 SELECT 문이었다. 체크박스는 비어 있었다. 강의는 20분 봤다. 실습은 안 했다. 따라 치기만 했다. 일주일 동안 뭘 했나. 회피했다. 미뤘다. 바쁘다고 핑계 댔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서웠다. 못 배울까 봐. 이해 못 할까 봐. '나는 비전공자니까.' 그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데 그게 핑계인 걸 알았다. 비전공자도 배우는 사람은 많다. 나만 안 배우는 거였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왔다. 8시. 씻고 나왔다. 배달 음식을 시켰다. 치킨. 노트북을 켰다. 유튜브 대신 구글을 열었다. 'SQL 실습 사이트' 검색. 여러 개가 나왔다. W3Schools, SQLZoo, LeetCode. 첫 번째 사이트를 열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쿼리를 쳐볼 수 있었다. 샘플 데이터가 있었다. Customers 테이블. 이름, 국가, 나이. SELECT * FROM Customers;실행 버튼을 눌렀다. 결과가 나왔다. 표로. 모든 고객 정보가 떴다. 10명. 다시 쳤다. SELECT * FROM Customers WHERE Country = 'Korea';실행. 한국 고객 3명만 나왔다. 심장이 뛰었다. 조금. 내가 했다. 내가 데이터를 뽑았다. 30분 동안 여러 쿼리를 쳤다.나이가 30 이상인 사람 이름이 'Kim'으로 시작하는 사람 국가별 고객 수 세기틀렸다가 고쳤다. 에러가 났다. 검색했다. 다시 쳤다. 치킨이 식었다. 신경 안 썼다. 자정이 넘어서 노트북을 덮었다. 아직 모르는 게 산더미다. JOIN은 뭔지, 서브쿼리는 뭔지, INDEX는 뭔지. 그런데 오늘은 SELECT와 WHERE를 했다. 내일은 GROUP BY를 해볼 거다. 모레는 COUNT와 SUM을 할 거다. 한 달 뒤에는 사수한테 말할 수 있을까. '제가 뽑아볼게요.' 모르겠다. 그런데 해볼 거다.침묵은 가장 큰 피드백이다. 그 침묵을 잊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