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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남발하기

'제가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남발하기

또 손들었다 "제가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오늘만 다섯 번째다. 회의 때 두 번, 슬랙에서 세 번. 손이 먼저 움직인다. 누가 뭐 얘기하면 반사적으로 "제가 정리할게요" 친다. 사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신기획 씨, 정리왕이네요?" 왕 아니다. 불안한 거다.회의 끝나고 30분 안에 회의록 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쓴다. 액션 아이템 정리, 담당자 태그, 일정 체크. 노션에 올리고 슬랙에 공유. "수고했어요." 이모지 세 개 받으면 안도한다. 근데 왜 이러는 걸까. 어제 선배한테 물었다. "선배, 저 너무 정리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응, 많이 해. 근데 나쁜 건 아니야." 나쁜 건 아니지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는 뉴앙스였다. 배우고 싶어서 처음엔 진짜 배우고 싶어서였다. 회의 내용 정리하면서 맥락이 보인다. 왜 이 기능을 만드는지, 왜 이 화면이 필요한지. 받아적기만 할 때는 몰랐던 게 보인다. 사수가 던진 질문, 개발자가 한 반박, PM이 내린 결정. 그걸 정리하면서 "아, 이래서 이렇게 되는구나" 이해한다.입사 6개월 차 때 깨달았다. 정리는 최고의 학습법이다. 남이 말한 걸 내 언어로 바꾸는 과정. 흩어진 정보를 구조화하는 연습. 핵심과 부차적인 걸 구분하는 훈련. 그래서 더 정리했다. 회의록, 요구사항, 피드백, 이슈 리스트. 다 내가 정리했다. 근데 6개월 지나니까 문제가 보였다. 정리만 하고 있다 정리하는 데 하루 2시간 쓴다. 회의록 30분, 요구사항 정리 1시간, 피드백 정리 30분. 기획서 쓰는 시간은? 3시간. 뭔가 이상하다. 정리가 기획보다 많다.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리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저번 주 1on1에서 사수가 물었다. "요즘 뭐 배웠어?" "음... 회의록 잘 쓰는 법이요?" 사수 표정이 미묘했다. 그게 배울 건 아니잖아. 2년 차가. 정리는 수단이다. 목적이 아니다. 근데 나는 정리를 목적처럼 하고 있었다. 더블 체크하고 싶어서 솔직히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불안해서. 내가 정리 안 하면 누가 할까. 혹시 빠트린 거 있으면? 혹시 잘못 이해한 거 있으면? 그래서 모든 걸 내가 정리한다. 확인한다. 더블 체크한다. 이게 책임감일까, 불안일까. 어제 개발자한테 들었다. "기획님, 이거 정리 안 하셔도 돼요. 저희가 잘 알아요." "아 그래도 혹시 몰라서..." "괜찮아요. 믿으셔도 돼요." 믿는 게 어렵다. 내가 안 하면 뭔가 틀어질 것 같다. 선배가 말했다. "그거 통제욕이야. 모든 걸 내가 파악하고 있어야 안심되는 거." 맞다. 통제욕이다. 정리 요청을 거절하는 연습 오늘 회의에서 또 손이 올라갔다. "제가 정리..." 참았다. 입을 다물었다. 5초 침묵. 다른 팀원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 세상에. 된다. 내가 안 해도 된다. 그 뒤로 연습 중이다. "제가 정리할게요" 안 말하기. 규칙을 정했다.하루 정리 건수 2개까지 요청받은 것만 정리 정리 시간 1시간 넘기지 않기처음엔 불안했다. 근데 별일 없다. 다른 사람도 정리 잘한다. 당연하다. 다들 프로니까. 내가 안 해도 된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정리는 도구다 어제 사수가 물었다. "요즘은 뭐 배워?" "음... 정리를 덜 하는 법이요." 사수가 웃었다. "그것도 배움이네." 맞다. 정리를 덜 하는 것도 배움이다. 정리는 도구다. 배우기 위한 수단이다. 근데 나는 정리 자체가 목적이 됐었다. 이제는 선택한다. 이 회의는 정리할 가치가 있나. 이 내용은 내가 정리해야 하나. 모든 걸 정리하면 아무것도 못 배운다. 정리하는 데 시간 다 쓰니까. 정리 대신 뭘 하나. 기획서 쓴다. 데이터 분석한다. 경쟁사 리서치한다. 사수한테 질문한다. 정리는 누구나 한다. 기획은 나만 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은 그래도 가끔은 한다. 정리. 특히 중요한 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건. 이건 내가 정리해야 나중에 써먹는다. 근데 이제는 다르다. 모든 걸 다 정리 안 한다. 핵심만 정리한다. 회의록 양식도 바꿨다. A4 3장 → 5줄 요약. 누가 뭘 결정했는지만 쓴다.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에 기획한다. 정리왕 졸업 오늘 슬랙에 메시지가 왔다. "기획님, 이거 정리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전 같으면 "네 바로 할게요!" 였다. 오늘은 달랐다. "급하신가요? 내일 오전에 드려도 될까요? 지금 다른 작업 중이라서요." "네 괜찮아요!" 거절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말할 수 있다. 정리왕에서 기획자로 가는 중이다. 아직 멀었지만."제가 정리할게요"는 성장통이었다. 이제는 "이거 꼭 제가 해야 하나요?"를 묻는다.

금요일 저녁 5시, 한 주를 정리하는 법

금요일 저녁 5시, 한 주를 정리하는 법

금요일 저녁 5시, 한 주를 정리하는 법 5시 알람 금요일 5시. 알람이 울린다. 핸드폰 알람 이름: "정리하고 가". 1년 전에 설정했다. 한 번도 안 지운다. 이 알람 없으면 그냥 퇴근한다. 월요일 아침에 멘붕 온다.노션 켜기 브라우저 탭 7개 열려있다. 전부 닫는다. 노션만 남긴다. 'Weekly Review' 페이지 연다. 템플릿은 사수가 준 거다. 거기에 내 항목 추가했다. 구조는 이렇다:이번 주 한 일 완료 못한 일 다음 주 해야 할 일 메모4개 섹션. 이게 전부다. 복잡하면 안 한다. 이번 주 한 일 월요일부터 쭉 본다. 노션 Daily 페이지 5개 연다. 매일 아침 10분씩 쓴다. "오늘 할 일 3개" 적는다. 체크박스 체크한 거 복사한다. 금요일에 모아본다. 생각보다 많다. 가끔은 적다. 이번 주:로그인 화면 정의서 v2 작성 회원가입 플로우 수정 (개발자 피드백 반영) 푸시 알림 기획서 초안 경쟁사 분석 PPT 10장 회의록 8개 작성적고 보니 뿌듯하다. 월요일엔 이게 안 보인다.완료 못한 일 이게 중요하다. 안 쓰면 증발한다. 체크 안 된 것들:회원 탈퇴 플로우 (계속 밀림) SQL 강의 3강 (2주째 밀림) 사용자 인터뷰 정리 (1달째)밀린 이유 적는다. "바빠서"는 안 쓴다. 구체적으로 쓴다. 회원 탈퇴 플로우: 우선순위 낮다고 판단. 사수 확인 필요. SQL 강의: 야근 3일. 체력 없었다. 사용자 인터뷰: 정리 방법 모름. 사수한테 물어볼 것. 이유 쓰니까 속 편하다. 자책 안 한다. 사실만 적는다. 다음 주 해야 할 일 캘린더 먼저 본다. 회의 일정 확인한다. 월요일:10시 주간 기획 회의 2시 개발팀 싱크화요일:3시 경쟁사 분석 발표 (내가 함)목요일:11시 사용자 테스트회의 기준으로 할 일 잡는다. 월요일까지:주간 회의 아젠다 정리 개발팀 질문 리스트 작성화요일까지:경쟁사 분석 PPT 마무리 리허설 1번목요일까지:사용자 테스트 질문지 작성 테스트 시나리오 정리금요일:회원 탈퇴 플로우 착수우선순위는 회의 준비. 회의에서 멘붕 오면 일주일 간다.메모 섹션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거나 적는다. 이번 주 배운 것:화면 정의서에 '왜'를 쓰니까 피드백 줄었다. 개발자한테 "이거 되나요?"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니까 대화가 된다. 회의 전에 질문 3개 준비하면 멍 때리는 시간이 줄어든다.다음 주 시도할 것:PRD 템플릿 하나 정하기. 매번 다르게 쓰지 말기. 사수한테 회원 탈퇴 플로우 왜 계속 미루는지 물어보기. SQL 강의 출근 시간에 듣기. 퇴근 후는 안 된다.물어볼 것:사용자 인터뷰 정리 어떻게 하는지 경쟁사 분석 발표 때 준비할 거 있는지 데이터 분석 요청 어떻게 하는지이 메모들 안 적으면 까먹는다. 월요일 되면 또 같은 실수 한다. 시간 체크 노션 정리 시작: 5시 2분. 지금: 5시 38분. 36분 걸렸다. 보통 30~40분 걸린다. 빠를 때는 20분. 처음엔 1시간 걸렸다. 익숙해지니까 빨라진다. 템플릿이 고정되니까 쉽다. 저장하고 닫기 다 썼다. 저장 확인한다. 자동 저장이지만 확인한다. 페이지 맨 위로 올린다. 제목 옆 이모지 바꾼다. 월요일~목요일: 📝 금요일 정리 끝: ✅ 이모지 바뀌면 끝난 느낌 든다. 작지만 중요하다. 퇴근 6시 10분. 노트북 덮는다. 가방 챙긴다. 월요일 출근이 무섭지 않다. 뭘 할지 알고 있으니까. 예전엔 월요일 아침마다 패닉이었다. "이번 주 뭐 하지?" 9시 반까지 멍하니 슬랙 본다. 10시 회의 가서 얼버무린다. 지금은 다르다. 월요일 9시에 출근한다. 노션 'Next Week' 본다. 10분 뒤 시작한다. 이 차이가 크다. 이 루틴이 생긴 이유 6개월 전이다. 사수가 물었다. "너 이번 주 뭐 했어?" 대답 못 했다. "음... 여러 가지요." 사수 표정 굳었다. "기획자가 본인이 뭐 했는지 모르면 안 되지." 그날 저녁에 만들었다. 'Weekly Review' 페이지. 처음엔 귀찮았다. 금요일에 정리? 그냥 집 가고 싶다. 한 달 해봤다. 월요일이 편해졌다. 두 달 해봤다. 일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세 달 해봤다. 사수가 또 물었다. "이번 주 뭐 했어?" 바로 대답했다. 노션 켜서 보여줬다. 사수: "오, 이거 좋은데?" 그 뒤로 안 빠뜨린다. 이게 내 유일한 일관성 나는 일 못한다. 기획서 쓰면 피드백 10개 온다. 회의 가면 할 말 없다. SQL 모른다. CS 지식 없다. 근데 이거 하나는 한다. 금요일 5시, 한 주 정리. 1년 넘게 했다. 52번 했다는 뜻이다. 이게 쌓인다. 52주 치 기록이 노션에 있다. 가끔 3개월 전 거 본다. 그때 고민이 지금은 안 고민이다. 가끔 6개월 전 거 본다. 그때 몰랐던 거 지금은 안다. 성장이 안 보일 때 본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보인다. 완벽하지 않다 가끔 빠뜨린다. 금요일에 회식 있으면 못 한다. 야근하면 까먹는다. 그럴 땐 토요일에 한다.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한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 아니다. 하느냐 마느냐다. 2주 연속 안 하면 무너진다. 월요일 아침이 다시 패닉 온다. 그래서 알람 지우면 안 된다. "정리하고 가" 금요일 5시. 이 루틴 추천하는 사람월요일 아침에 멍 때리는 사람 이번 주 뭐 했는지 기억 안 나는 사람 일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 성장하는 게 안 느껴지는 사람 기획자 2년 차 이하추천 안 하는 사람:일 완벽하게 하는 사람 (필요 없음) 금요일에 정리할 시간도 없는 사람 (회사 문제임)시작하는 법 어렵지 않다.노션 페이지 하나 만든다. 4개 섹션 만든다. (이번 주/못한 것/다음 주/메모) 금요일 5시 알람 만든다. 알람 울리면 30분 쓴다. 4주 해본다.4주 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놓치기 싫어진다. 마무리 지금 금요일 6시 15분. 이 글 쓰면서 정리했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일 생각 안 한다. 월요일 아침 출근한다. 노션 켠다. 시작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금요일 저녁 5시, 정리했으니까.한 주가 또 간다. 정리하고 가면, 다음 주가 덜 무섭다.

회의 때 받아적기만 2시간, 그 다음엔?

회의 때 받아적기만 2시간, 그 다음엔?

10시, 첫 번째 회의 10시 회의실 들어갔다. 주간 기획 리뷰. 사수가 화면 공유했다. 나는 노션 켰다. 새 페이지 만들고 날짜 적었다. "2025년 1월 X일 주간 기획 리뷰." 대표님이 말했다. "지난주 랜딩페이지 전환율 0.8%야. 왜 이래?" 타이핑 시작했다.랜딩페이지 전환율 0.8% 대표님: 왜 이래?개발팀장이 말했다. "CTA 버튼이 너무 아래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타이핑.개발팀장: CTA 버튼 위치 문제?디자이너가 말했다. "근데 UX 리서치 결과는 지금 위치가 맞다고 나왔는데요." 타이핑.디자이너: UX 리서치 결과는 현재 위치 OK대표님이 말했다. "그럼 다른 문제겠네. 신기획씨, 경쟁사 분석해봐요." 타이핑.나: 경쟁사 분석30분 동안 받아적었다. 말이 빠르면 뒷부분을 놓쳤다. 그럼 '...' 찍고 넘어갔다. 회의 끝났다. 노션 페이지 봤다. 불렛 포인트 17개. 이게 뭐지.11시, 두 번째 회의 11시 기능 기획 논의. 사수가 말했다. "오늘은 알림 기능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해요." 또 타이핑 시작.주제: 알림 기능개발자A가 말했다. "푸시 알림이요? 인앱 알림이요?" 사수: "둘 다요." 개발자B가 말했다. "그럼 FCM 써야 하는데, 토큰 관리는 누가 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일단 받아적었다.FCM 사용 토큰 관리? (누가)개발자A: "알림 종류가 몇 개예요?" 사수: "일단 5개? 결제 완료, 배송 시작, 배송 완료, 이벤트, 공지." 타이핑.알림 종류 5개 결제 완료 배송 시작 배송 완료 이벤트 공지개발자B: "각각 우선순위는요?" 사수가 나를 봤다. "신기획씨, 이거 정리해서 우선순위 표 만들어줘요." "네, 알겠습니다." 타이핑.나: 알림 우선순위 표 작성40분 회의 끝났다. 노션 봤다. 불렛 포인트 23개. 이게... 회의록인가? 11시 50분, 세 번째 회의 점심 먹기 10분 전. 긴급 회의 잡혔다. 마케팅팀 요청. "다음 주 이벤트 페이지 급해요." 대표님: "뭐가 급한데?" 마케팅팀장: "광고 집행 날짜가 정해졌어요. 5일 남았어요." 사수가 나를 봤다. "신기획씨, 받아적어요." 타이핑.이벤트 페이지 광고 집행: 5일 후 긴급마케팅: "이벤트 제목은 '새해맞이 특별 할인'이고요, 쿠폰 3종류 노출해야 해요." 타이핑.제목: 새해맞이 특별 할인 쿠폰 3종류디자이너: "레퍼런스 있어요?" 마케팅: "이거요." (링크 공유) 링크 복사해서 노션에 붙였다. 개발자: "5일 안에 개발 못 해요." 마케팅: "그럼 어떡해요?" 대표님: "기존 템플릿 쓰면 되지 않아요?" 사수: "템플릿 A가 제일 비슷한데, 수정 범위가..." 20분 동안 말이 오갔다. 타이핑 속도 최대치. 회의 끝났다. 12시 10분. 점심시간 지났다. 노션 페이지 3개. 불렛 포인트 63개. 배고픈데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오후 2시, 정리 시작 김밥 먹으면서 노션 봤다. 불렛 포인트 지옥. 사수한테 물어봤다. "회의록 양식 있나요?" 사수가 링크 줬다. "이거 참고해서 정리해봐요." 양식 열었다.회의 일시/참석자 안건 논의 내용 결정 사항 액션 아이템 (담당자/기한)아, 이렇게 나눠야 하는구나. 첫 번째 회의부터 다시 봤다. 받아적은 거 읽었다. "랜딩페이지 전환율 0.8%, 대표님: 왜 이래?, 개발팀장: CTA 버튼 위치 문제?..." 이게 논의 내용인가, 결정 사항인가. 모르겠다. 일단 그대로 옮겼다. 논의 내용:랜딩페이지 전환율 0.8% (낮음) CTA 버튼 위치 문제 제기 (개발팀장) UX 리서치 결과는 현재 위치 OK (디자이너)결정 사항:...?결정된 게 뭐였지. 경쟁사 분석하기로 했나? 그게 결정 사항인가? 액션 아이템:신기획: 경쟁사 분석 (기한: ?)기한을 안 정했다. 언제까지 하는 거지. 사수한테 슬랙 보냈다. "경쟁사 분석 언제까지 드리면 될까요?" 답장 왔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요." 수정했다.신기획: 경쟁사 분석 (기한: 1/10 금)첫 번째 회의 정리 끝. 30분 걸렸다. 두 번째, 세 번째 남았다. 오후 4시, 이게 맞나 두 번째 회의 정리하는데 머리 아프다. "FCM 사용, 토큰 관리? (누가)" 이게 논의 내용인가. 근데 결론이 뭐였지. 누가 토큰 관리하기로 했나. 회의록 다시 읽었다. 안 나와 있다. 슬랙에 개발자한테 물어봤다. "토큰 관리 누가 하기로 했나요?" 답: "우리가 하죠 뭐." 그럼 그렇다고 회의 때 말해주지. 결정 사항:FCM 사용 토큰 관리: 개발팀액션 아이템:신기획: 알림 우선순위 표 작성 (기한: ?)또 기한이 없다. 사수한테 물었다. "이번 주요." 금요일인가, 목요일인가. "목요일까지요." 수정.신기획: 알림 우선순위 표 (기한: 1/9 목)알림 우선순위 표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 나중에 검색해야지. 두 번째 정리 끝. 또 30분. 세 번째 회의. 이벤트 페이지. 받아적은 거 봤다. "긴급, 5일 후, 쿠폰 3종류, 템플릿 A..." 논의만 20분인데 결정은 뭐였지. 회의록 끝까지 읽었다. 아, 맞다. 템플릿 A 쓰고, 수정 범위는 내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결정 사항:템플릿 A 사용 수정 범위는 내일 회의에서 확정액션 아이템:없음? 아니면 나?사수한테 물었다. "이벤트 페이지 제가 뭐 해야 하나요?" 답: "일단 템플릿 A 열어서 어떤 부분 수정 가능한지 보고, 내일 회의 때 공유해요." 액션 아이템:신기획: 템플릿 A 수정 가능 범위 검토 (기한: 내일 회의 전)세 번째 끝. 5시 반. 회의록 3개 완성. 2시간 반 걸렸다.저녁 7시, 검토받기 사수한테 공유했다. "회의록 작성했습니다." 10분 뒤 답장. "확인했어요. 피드백 남겼어요." 노션 열었다. 댓글 6개. 첫 번째 회의: "경쟁사 분석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어떤 페이지? 몇 개 업체?" 두 번째 회의: "알림 5개 종류 말고, 각 알림의 발송 조건도 정리 필요해요." 세 번째 회의: "템플릿 A 검토할 때 체크리스트 만들어서 같이 공유해주세요." 댓글 읽었다. 할 일이 늘었다. 경쟁사 분석 범위. 회의 때 안 나왔는데. 사수한테 물어야 하나, 내가 정해야 하나. 알림 발송 조건. 그것까지 내가 정리하는 건가. 체크리스트. 뭘 체크하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일단 사수한테 물었다. "경쟁사 분석 범위, 제가 정해도 될까요?" 답: "네, 일단 초안 만들어서 보여주세요." 초안. 또 초안이다. 검색했다. "경쟁사 분석 체크리스트." 누가 정리해놓은 거 봤다. 랜딩페이지, CTA 위치, 카피, 이미지, 전환 플로우... 복사해서 노션에 붙였다. 우리 상황에 맞게 수정했다. 경쟁사 분석 범위:대상: A사, B사, C사 (경쟁사 상위 3개) 페이지: 메인 랜딩페이지 분석 항목: CTA 위치/디자인, 카피, 이미지, 전환 플로우, 로딩 속도사수한테 보냈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답: "좋아요. 금요일까지 부탁해요." 오케이. 알림 발송 조건. 이건 기획서 찾아봤다. 예전에 사수가 쓴 거. 알림 발송 조건 (예시):결제 완료: 결제 성공 시 즉시 배송 시작: 운송장 번호 등록 시 배송 완료: 배송 상태 '완료'로 변경 시 이벤트: 수동 발송 (마케팅팀 요청) 공지: 수동 발송 (관리자)이걸 회의록에 추가했다. 근데 이건 내가 정한 건데, 개발팀이 동의한 건 아니잖아. 사수한테 물었다. "알림 발송 조건 제가 정리했는데, 개발팀 확인 필요할까요?" 답: "내일 데일리 스탠드업 때 확인받으세요." 내일 또 회의다. 체크리스트. 템플릿 A 수정 가능 범위. 템플릿 A 열었다. 노션 페이지로 만들어진 이벤트 페이지. 어디를 수정할 수 있나. 제목? 이미지? 쿠폰 영역? 템플릿 A 수정 가능 범위 체크리스트: 제목 텍스트 변경 서브 카피 변경 메인 이미지 교체 쿠폰 영역 개수 조정 (현재 2개 → 3개 가능?) CTA 버튼 텍스트 변경 배경색 변경개발자한테 슬랙 보냈다. "이 정도 수정 가능한가요?" 답: "쿠폰 3개는 레이아웃 수정 필요해요. 하루 더 걸려요." 체크리스트 수정. 쿠폰 영역 개수 조정 (2개 → 3개, 개발 1일 추가 소요)사수한테 공유. "내일 회의 때 이거 보여드리면 될까요?" 답: "네, 고생했어요." 7시 반. 퇴근 시간 지났다. 그 다음엔 받아적은 건 2시간. 정리한 건 3시간. 피드백 반영한 건 2시간. 회의 2시간에 후속 작업 5시간. 이게 회의록인가. 그냥 타이핑인가. 사수가 말했다. "처음엔 다 그래요. 몇 번 하다 보면 회의 중에 구조화해서 받아적을 수 있어요." 언제쯤 그렇게 되나. 검색했다. "회의록 잘 쓰는 법." 누가 썼다. "회의 중에 논의/결정/액션을 구분하면서 받아적어라." 해봤다. 안 된다. 말 따라가기도 바쁜데 구분을 어떻게 해. 유튜브 봤다. "주니어 기획자 회의록 작성법." 10분짜리 영상. 봤다. "회의 전에 안건 미리 파악하고, 양식 세팅해두세요." 아, 양식을 미리 만들어놓는 거구나. "회의 중에 누가 뭐라고 했는지보다, 뭐가 정해졌는지에 집중하세요." 결정 사항. 맞다. 그게 중요한 거지. "회의 끝나고 바로 정리하세요. 시간 지나면 기억 안 나요." 오늘 2시간 반 걸린 이유다. 내일부터 해봐야지. 회의 전에 양식 세팅. 회의 중에 결정 사항 표시. 회의 끝나고 바로 정리. 근데 회의가 하루에 3개면 정리할 시간이 있나.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집 가는 지하철에서 노션 열었다. 오늘 회의록 3개 다시 봤다. 63개 불렛 포인트가 15개 액션 아이템이 됐다. 15개 중에 7개가 내 할 일이다. 경쟁사 분석, 알림 우선순위 표, 템플릿 검토, 발송 조건 확인, 수정 범위 공유... 회의 2시간에 일주일 치 일감이 나왔다. 이게 기획자인가. 받아적기만 하는 게 아니구나.받아적은 건 시작이다. 정리가 진짜다.

Figma는 봐도 모르겠고, Notion은 자신만만한 이유

Figma는 봐도 모르겠고, Notion은 자신만만한 이유

회의실에서 얼어붙는 순간 오전 10시 30분. 디자이너가 피그마 화면을 공유했다. "여기 컴포넌트를 이렇게 변형해서요, 인스턴스를 찍으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듣는 척이다. 화면에는 보라색 선과 파란색 박스가 겹쳐 있다. 뭔가 움직인다. 클릭할 때마다 화면이 바뀐다. 신기하긴 한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신기획님,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네. 좋은 것 같습니다." 대답은 했다. 뭐가 좋은지는 모른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피그마 파일 링크가 슬랙에 떴다. 열어봤다. 여전히 모르겠다. 레이어가 100개다. 뭘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수한테 물어볼까 했다. 참았다. "피그마 모르세요?" 들을까 봐. 노션만은 자신 있다 점심 먹고 돌아왔다. 사수가 불렀다. "신기획님, 이거 구조 좀 봐요." 노션 페이지가 열렸다. 토글이 접혀 있다. 하나씩 펼친다. 구조가 보인다. "여기가 사용자 플로우고, 여기가 예외 케이스죠. 이 부분 추가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이건 안다. 토글 만들고, 데이터베이스 추가하고, 템플릿 복사하면 된다. 30분 만에 끝냈다. 사수한테 보여줬다. "오, 빠르네요. 잘했어요."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노션은 입사 첫날부터 썼다. 회의록도 노션, 기획서도 노션, 개인 정리도 노션이다. 1년 반 동안 매일 썼다. 단축키는 다 외웠다. /으로 시작하는 명령어는 눈 감고도 친다.회사가 노션을 쓴다는 게 다행이다. 만약 컨플루언스였으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깊이의 문제 퇴근하고 집에 왔다. 유튜브를 켰다. 피그마 강의가 떴다. "왕초보를 위한 피그마 기초" 25분짜리 영상이다. 봤다. 오토 레이아웃이 뭔지 설명한다. 이해는 됐다. 그런데 따라 하기는 싫다. 왜 안 하냐고? 모르겠다. 그냥 재미가 없다. 노션은 달랐다. 처음 썼을 때부터 재밌었다. 페이지 만들고, 링크 걸고, 구조 잡는 게 게임 같았다. 퇴근하고도 개인 노션 정리했다. 독서 기록, 강의 정리, 일기까지 다 노션이다. 피그마는 그게 안 된다. 열면 숙제 같다. 사실 알고 있다. 내가 깊이 있게 배운 게 노션뿐이라는 걸. 피그마는 "봐야 하는 것"이다. 노션은 "하고 싶은 것"이었다. 차이는 거기서 온다. 회의 중에 개발자가 말했다. "이 기능 API 어떻게 설계할 건가요?" "아... 그건 개발팀에서 정해주시면..." 개발자가 웃었다. 비웃은 건 아닌데, 그렇게 느껴졌다. 집에 와서 API 검색했다. 30분 읽었다. 어렵다. 창 닫았다. 노션 켰다. 오늘 회의록 정리했다. 30분 만에 끝났다. 깔끔하다. 뿌듯하다. 노션으로 먹고사는 사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노션 장인이다. 회사에서 템플릿 만들어달라고 하면 나한테 온다. 신입이 노션 쓰는 법 물어보면 내가 알려준다. 사수도 가끔 "이거 어떻게 해요?" 물어본다. 노션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템플릿 공유하고, 댓글 달고, 팁 올린다. 좋아요 100개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이게 자랑은 아니다. 기획자인데 노션만 잘하면 뭐 하나.지난주에 면접 봤다. 이직 알아보는 중이다. "어떤 툴 쓸 줄 아세요?" "노션이랑 피그마요." "피그마는 어느 정도?" "화면 보고 이해하는 정도요." "직접 만들어보신 적은?" "아니요." 떨어졌다. 합격한 곳은 "노션 잘 쓰시네요" 하면서도 "피그마 좀 배워보세요" 했다. 알고 있다. 내가 회피하고 있다는 걸. 편한 곳에만 있는 이유 왜 노션만 파는가. 쉬워서다. 아니, 익숙해서다. 피그마 열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션 열면 바로 시작한다. 손이 움직인다. 생각이 정리된다. 개발 공부도 마찬가지다. SQL 배워야 한다는 건 안다. 검색하면 강의 100개 나온다. 그런데 시작을 안 한다. "나중에 해야지" 하고 노션 켠다. 할 일 목록 정리한다. 정리하다 보면 2시간 지났다. 생산적인 것 같지만 아니다. 도망치는 거다. 사수가 말했다. "신기획님은 정리는 잘하는데, 제안은 약해요." 뜨끔했다. 맞다. 나는 받아쓰기는 잘한다. 회의록 정리, 기획서 양식 만들기, 자료 아카이빙. 이런 건 칭찬받는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으면 막힌다. 노션으로 정리는 하는데, 머릿속은 안 정리된다. 불편한 것과 친해지기 어제 결심했다. 피그마 30분씩 매일 만진다. 만지기만 한다. 결과물은 안 본다. 오늘 첫날이다. 타이머 맞췄다. 30분. 사각형 그렸다. 색 바꿨다. 오토 레이아웃 적용했다. 버튼 만들었다. 못생겼다. 상관없다. 30분 끝났다. 닫았다. 내일도 할 거다. SQL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쿼리 10개 쓴다. 답 틀려도 된다. 검색해도 된다. 그냥 친해지는 게 목표다. 노션은 줄인다. 하루 1시간만 쓴다. 정리는 간단하게. 나머지 시간은 불편한 것 만진다. 사수한테도 말했다. "피그마 배우고 싶은데, 간단한 작업 주시면 해볼게요." "오, 좋아요. 이거 해봐요." 화면 정의서 대신 피그마로 그려보라고 했다. 오늘 저녁까지. 지금 5시다. 아직 반도 못 했다. 그래도 한다. 자신감의 역설 노션 잘한다고 자신감 생기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다. "이것밖에 못 해" 하는 생각이 자신감을 깎는다. 피그마 모르는 게 부끄럽다. 개발 모르는 게 부끄럽다. 데이터 분석 못 하는 게 부끄럽다. 그런데 피그마 잘하는 사람도 노션은 못 한다. 개발자도 기획서는 못 쓴다. 디자이너도 SQL은 모른다. 모두가 뭔가는 못한다. 차이는 뭔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느냐, 안 하느냐. 나는 1년 반 동안 안 했다. 노션으로 숨었다. 이제는 한다. 매일 30분씩. 불편한 것과 친해진다.노션 장인도 좋지만, 기획자가 되려면 불편한 것부터 배워야 한다. 30분씩이라도.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를 다시 읽은 느낌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를 다시 읽은 느낌

월요일 9시 12분 출근했다. 커피 뽑았다. 노션 켰다. 지난주 금요일에 작성한 기획서가 보인다. "신규 기능 PRD_v1.2_최종_진짜최종_0118.pdf" 금요일엔 완벽했다. 사수한테 칭찬도 들었다. "구조 잘 잡았네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이상하다.2분 전 나는 천재였다 금요일 오후 6시. 기획서 마무리했다. 사용자 시나리오 3개. 화면 플로우 8개. 예외 케이스 12개. "완벽해." 저장 눌렀다. 사수한테 슬랙 보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7시에 답장 왔다. "구조 괜찮은데요? 월요일에 개발팀 공유하죠." 기분 좋았다. 치킨 시켰다. 맥주 마셨다. 주말 내내 생각했다. "이번엔 제대로 했어." 그런데 지금 같은 문서다. 같은 내용이다. 근데 왜 이렇게 이상하지. "사용자가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이 문장. 금요일엔 명쾌했다. 지금은 애매하다. '진입'이 뭐지. 클릭인가. 자동 이동인가. 화면 플로우를 본다. 8개 화면. 금요일엔 논리적이었다. 지금은 5번 화면이 이상하다. "왜 여기서 팝업이지?" 예외 케이스 12개. 금요일엔 꼼꼼했다. 지금 보니 빠진 게 보인다. "네트워크 끊기면?"나는 지난주와 다른 사람인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금요일의 나: 기획서 쓰는 천재 월요일의 나: 기획서 읽는 바보 이게 맞나. 아니면 금요일의 나는 착각했던 건가.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세 번째다. 노션 히스토리 확인했다. "최종 수정: 금요일 오후 6시 23분" 48시간 전이다. 48시간 만에 내 기준이 바뀐 건가. 사수한테 물어볼까 슬랙 창 켰다. "@김OO 님"까지 썼다. 지웠다. 뭐라고 물어. "제가 금요일에 쓴 기획서가 이상해요?" 사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이상한 거다. 아니면 사수도 월요일에 다시 보면 이상하다고 느낄까. 모르겠다. 일단 혼자 고친다. 고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 "사용자가 로그인 완료 시 자동으로 메인 화면으로 이동하며" 더 명확하다. 왜 금요일엔 안 보였지. 5번 화면 팝업. 삭제했다. 토스트 메시지로 변경. 예외 케이스 추가. "13. 네트워크 연결 끊김 시" 30분 지났다. 수정사항 7개. "신규 기능 PRD_v1.3_월요일수정_0121.pdf" 저장 눌렀다.10시 반, 사수 출근 "신기획님 주말 잘 쉬었어요?" "네. 그런데..." 말을 꺼냈다. "금요일 기획서요. 제가 다시 봤는데 좀 수정했어요." 사수가 화면 본다. 30초 지났다. "어? 이게 더 낫네요. 이렇게 바꾼 이유가 있어요?" "그냥... 다시 보니까 애매한 부분이 보여서요." 사수가 웃었다. "그거 정상이에요. 저도 그래요." 정상이래 "금요일에 쓸 땐 완벽한데 월요일에 보면 이상하죠." 사수가 말했다. "시간 두고 보면 객관적으로 보여요. 금요일엔 쓰는 데 집중했으니까. 월요일엔 읽는 사람 입장이 되는 거죠." 아. "그래서 중요한 문서는 하루 뒤에 다시 봐요. 이상한 거 바로 보여요." "그럼...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아니요. 잘한 거예요. 스스로 피드백하는 거잖아요." 커피 식었다. 네 번째 뽑으러 갔다. 점심시간, 개발팀 공유 "이번 주 기획 공유드립니다." v1.3 버전 열었다. 월요일 수정본. 개발팀장이 물었다. "5번 화면에 팝업 대신 토스트로 바꾼 이유가?" 대답했다. "팝업은 사용자 플로우를 끊어서요. 토스트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좋네요." 백엔드 개발자가 물었다. "네트워크 끊김 케이스는 어떻게 처리하죠?" "13번 예외 케이스 보시면 됩니다. 로컬 저장 후 재연결 시 동기화입니다." "오케이." 회의 끝났다. 30분. 질문 6개 받았다. 다 대답했다. 오후 3시 사수가 슬랙 보냈다. "회의 잘하셨어요. 개발팀 반응 좋았습니다." 답장 쳤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가 금요일에 본 버전이면 질문 더 많이 받았을 거예요. 월요일 수정본이 더 단단해요." 아. 그럼 금요일 버전은 완벽하지 않았던 거네. 근데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지. 월요일의 기적 결론 났다. 금요일의 나는 작성자다. 월요일의 나는 독자다. 작성자는 맥락을 안다. 독자는 문서만 본다. 금요일엔 내 머릿속 맥락으로 읽었다. 월요일엔 문서 그 자체로 읽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보인 거다. 그게 정상이다. 이제 패턴이 보인다 지난 2년 생각해봤다. 화요일에 쓴 기획서: 수요일에 이상함 수요일에 쓴 API 명세: 목요일에 구멍 보임 목요일에 쓴 회의록: 금요일에 빠진 거 발견 항상 그랬다. "나는 왜 이렇게 실수가 많지." 실수가 아니었다. 과정이었다. 시간이 객관성을 준다. 신입 때 기억 1년 전. 첫 기획서. 3일 걸렸다. 완성했다.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봤다. "이게 뭐야. 쓰레기네." 갈아엎었다. 2일 더 걸렸다. 또 완성했다. 또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또 이상했다. "나는 기획자 재능이 없나." 그때는 몰랐다. 이게 성장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월요일 아침에 이상해 보이는 건. 금요일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48시간 동안 뇌가 일했다. 무의식이 문제를 찾았다. 그래서 월요일에 보이는 거다. 이게 반복된다. 매주 월요일마다 지난주 내가 부족해 보인다. 그게 정상이다. 루틴으로 만들었다 이제 의도적으로 한다. 중요한 문서: 하루 뒤에 재검토 급한 문서: 최소 2시간 뒤에 재검토 타이머 맞춰둔다. "14시 30분: 오전 작성 문서 재검토" 다시 읽는다. 이상한 부분 보인다. 고친다. 이게 내 프로세스다. 개발자한테 물어봤다 "형은 코드 짜고 다음 날 보면 어때요?" "리팩토링하고 싶지." "왜요?" "어제는 동작하게 하는 데 집중했으니까. 오늘은 구조가 보이니까." 똑같다. 직군이 달라도 패턴은 같다. 디자이너도 그렇다 "언니 디자인도 다음 날 보면 이상해요?" "당연하지. 간격 1픽셀씩 다 고침." "왜요?" "어제는 배치에 집중했으니까. 오늘은 디테일이 보이니까." 모두 그렇다. 사수의 조언 "신기획님 팁 하나 줄게요." "네." "금요일에 문서 완성하면 월요일까지 안 봐요. 주말에 보지 마세요." "왜요?" "주말엔 쉬어야 해요. 그래야 월요일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근데 주말에 신경 쓰이는데요." "그게 함정이에요. 주말에 고치면 또 월요일에 이상해 보여요." 맞다. 실험했다 지난주 금요일. 기능 명세서 완성. 주말에 안 봤다. 참았다. 월요일 아침. 열었다. 수정사항 4개 보였다. 깔끔하게 고쳤다. 전전주 금요일. 화면 정의서 완성. 주말에 3번 열어봤다. 매번 고쳤다. 월요일 아침. 또 열었다. 수정사항 8개 더 보였다. 머리 아팠다. 사수 말이 맞다. 왜 그럴까 주말에 계속 보면 뇌가 안 쉰다. 월요일에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객관성이 떨어진다. 주말에 완전히 끊으면 뇌가 리셋된다. 월요일에 새로운 눈으로 본다. 지금 시각 오후 6시 오늘 작성한 문서 있다. "신규 알림 기능 기획서_v1.0_0121.pdf" 완성했다. 완벽하다. 내일 다시 볼 거다. 이상할 거다. 괜찮다. 1년 전 나에게 "신입 기획자님. 월요일 아침에 지난주 문서가 이상해 보이죠?" "네. 제가 실력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에요. 성장하고 있는 거예요." "정말요?" "네. 그게 안 보이면 그게 더 문제예요. 성장이 멈춘 거니까." "그럼 계속 이럴 건가요?" "네. 평생요. 그게 일 잘하는 사람이에요." 시니어가 되면 사수가 말했다. "저도 5년 차인데 아직도 그래요." "진짜요?" "네. 어제 쓴 기획서 오늘 보면 고칠 거 보여요." "언제까지요?" "모르겠어요. 계속이지 않을까요." 희망적이다. 평생 이상하게 보인다는 게. 평생 성장한다는 뜻이니까. 월요일 아침의 의미 지난주 내가 부족해 보이는 순간. 그게 성장의 순간이다. 금요일의 나를 넘어선 증거다. 이제 안다.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 다시 읽을 때. 이상해 보이면 정상이다. 안 이상해 보이면 걱정해야 한다.내일도 이상하게 보일 거다. 그게 내가 자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