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5시, 한 주를 정리하는 법
- 26 Dec, 2025
금요일 저녁 5시, 한 주를 정리하는 법
5시 알람
금요일 5시. 알람이 울린다. 핸드폰 알람 이름: “정리하고 가”. 1년 전에 설정했다. 한 번도 안 지운다.
이 알람 없으면 그냥 퇴근한다. 월요일 아침에 멘붕 온다.

노션 켜기
브라우저 탭 7개 열려있다. 전부 닫는다. 노션만 남긴다. ‘Weekly Review’ 페이지 연다.
템플릿은 사수가 준 거다. 거기에 내 항목 추가했다.
구조는 이렇다:
- 이번 주 한 일
- 완료 못한 일
- 다음 주 해야 할 일
- 메모
4개 섹션. 이게 전부다. 복잡하면 안 한다.
이번 주 한 일
월요일부터 쭉 본다. 노션 Daily 페이지 5개 연다.
매일 아침 10분씩 쓴다. “오늘 할 일 3개” 적는다. 체크박스 체크한 거 복사한다.
금요일에 모아본다. 생각보다 많다. 가끔은 적다.
이번 주:
- 로그인 화면 정의서 v2 작성
- 회원가입 플로우 수정 (개발자 피드백 반영)
- 푸시 알림 기획서 초안
- 경쟁사 분석 PPT 10장
- 회의록 8개 작성
적고 보니 뿌듯하다. 월요일엔 이게 안 보인다.

완료 못한 일
이게 중요하다. 안 쓰면 증발한다.
체크 안 된 것들:
- 회원 탈퇴 플로우 (계속 밀림)
- SQL 강의 3강 (2주째 밀림)
- 사용자 인터뷰 정리 (1달째)
밀린 이유 적는다. “바빠서”는 안 쓴다. 구체적으로 쓴다.
회원 탈퇴 플로우: 우선순위 낮다고 판단. 사수 확인 필요.
SQL 강의: 야근 3일. 체력 없었다.
사용자 인터뷰: 정리 방법 모름. 사수한테 물어볼 것.
이유 쓰니까 속 편하다. 자책 안 한다. 사실만 적는다.
다음 주 해야 할 일
캘린더 먼저 본다. 회의 일정 확인한다.
월요일:
- 10시 주간 기획 회의
- 2시 개발팀 싱크
화요일:
- 3시 경쟁사 분석 발표 (내가 함)
목요일:
- 11시 사용자 테스트
회의 기준으로 할 일 잡는다.
월요일까지:
- 주간 회의 아젠다 정리
- 개발팀 질문 리스트 작성
화요일까지:
- 경쟁사 분석 PPT 마무리
- 리허설 1번
목요일까지:
- 사용자 테스트 질문지 작성
- 테스트 시나리오 정리
금요일:
- 회원 탈퇴 플로우 착수
우선순위는 회의 준비. 회의에서 멘붕 오면 일주일 간다.

메모 섹션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거나 적는다.
이번 주 배운 것:
- 화면 정의서에 ‘왜’를 쓰니까 피드백 줄었다.
- 개발자한테 “이거 되나요?”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니까 대화가 된다.
- 회의 전에 질문 3개 준비하면 멍 때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다음 주 시도할 것:
- PRD 템플릿 하나 정하기. 매번 다르게 쓰지 말기.
- 사수한테 회원 탈퇴 플로우 왜 계속 미루는지 물어보기.
- SQL 강의 출근 시간에 듣기. 퇴근 후는 안 된다.
물어볼 것:
- 사용자 인터뷰 정리 어떻게 하는지
- 경쟁사 분석 발표 때 준비할 거 있는지
- 데이터 분석 요청 어떻게 하는지
이 메모들 안 적으면 까먹는다. 월요일 되면 또 같은 실수 한다.
시간 체크
노션 정리 시작: 5시 2분. 지금: 5시 38분. 36분 걸렸다.
보통 30~40분 걸린다. 빠를 때는 20분. 처음엔 1시간 걸렸다.
익숙해지니까 빨라진다. 템플릿이 고정되니까 쉽다.
저장하고 닫기
다 썼다. 저장 확인한다. 자동 저장이지만 확인한다. 페이지 맨 위로 올린다.
제목 옆 이모지 바꾼다. 월요일~목요일: 📝 금요일 정리 끝: ✅
이모지 바뀌면 끝난 느낌 든다. 작지만 중요하다.
퇴근
6시 10분. 노트북 덮는다. 가방 챙긴다.
월요일 출근이 무섭지 않다. 뭘 할지 알고 있으니까.
예전엔 월요일 아침마다 패닉이었다. “이번 주 뭐 하지?” 9시 반까지 멍하니 슬랙 본다. 10시 회의 가서 얼버무린다.
지금은 다르다. 월요일 9시에 출근한다. 노션 ‘Next Week’ 본다. 10분 뒤 시작한다.
이 차이가 크다.
이 루틴이 생긴 이유
6개월 전이다. 사수가 물었다.
“너 이번 주 뭐 했어?”
대답 못 했다. “음… 여러 가지요.”
사수 표정 굳었다. “기획자가 본인이 뭐 했는지 모르면 안 되지.”
그날 저녁에 만들었다. ‘Weekly Review’ 페이지.
처음엔 귀찮았다. 금요일에 정리? 그냥 집 가고 싶다.
한 달 해봤다. 월요일이 편해졌다.
두 달 해봤다. 일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세 달 해봤다. 사수가 또 물었다. “이번 주 뭐 했어?”
바로 대답했다. 노션 켜서 보여줬다.
사수: “오, 이거 좋은데?”
그 뒤로 안 빠뜨린다.
이게 내 유일한 일관성
나는 일 못한다. 기획서 쓰면 피드백 10개 온다. 회의 가면 할 말 없다. SQL 모른다. CS 지식 없다.
근데 이거 하나는 한다. 금요일 5시, 한 주 정리.
1년 넘게 했다. 52번 했다는 뜻이다.
이게 쌓인다. 52주 치 기록이 노션에 있다.
가끔 3개월 전 거 본다. 그때 고민이 지금은 안 고민이다.
가끔 6개월 전 거 본다. 그때 몰랐던 거 지금은 안다.
성장이 안 보일 때 본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보인다.
완벽하지 않다
가끔 빠뜨린다. 금요일에 회식 있으면 못 한다. 야근하면 까먹는다.
그럴 땐 토요일에 한다.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한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 아니다. 하느냐 마느냐다.
2주 연속 안 하면 무너진다. 월요일 아침이 다시 패닉 온다.
그래서 알람 지우면 안 된다. “정리하고 가” 금요일 5시.
이 루틴 추천하는 사람
- 월요일 아침에 멍 때리는 사람
- 이번 주 뭐 했는지 기억 안 나는 사람
- 일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
- 성장하는 게 안 느껴지는 사람
- 기획자 2년 차 이하
추천 안 하는 사람:
- 일 완벽하게 하는 사람 (필요 없음)
- 금요일에 정리할 시간도 없는 사람 (회사 문제임)
시작하는 법
어렵지 않다.
- 노션 페이지 하나 만든다.
- 4개 섹션 만든다. (이번 주/못한 것/다음 주/메모)
- 금요일 5시 알람 만든다.
- 알람 울리면 30분 쓴다.
- 4주 해본다.
4주 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놓치기 싫어진다.
마무리
지금 금요일 6시 15분. 이 글 쓰면서 정리했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일 생각 안 한다.
월요일 아침 출근한다. 노션 켠다. 시작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금요일 저녁 5시, 정리했으니까.
한 주가 또 간다. 정리하고 가면, 다음 주가 덜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