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1년 뒤에도 못 답할 것 같은 불안감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1년 뒤에도 못 답할 것 같은 불안감

친구가 물었다 "너 회사에서 뭐 해?" 어제 대학 동기 만났다. 술 한 잔 걸치고 나니까 이 질문이 나왔다. "응... 기획자야." "기획자? 그게 뭔데?" 멈췄다. 입이 안 열렸다. "그냥... 서비스 기획을 하는 거지." "아니 그게 뭔데?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진짜로. 2년 차인데 설명을 못 한다. 개발자는 코딩한다. 디자이너는 그린다. 마케터는 광고한다. 나는? 회의록 쓴다. 화면 정의서 그린다. 피드백 받는다. 이게 기획인가?월요일 아침 출근했다. 노션 켰다. 사수가 남긴 코멘트: "이 화면 플로우 다시 생각해봐요.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근데 뭐가 불편한 건데? 30분 동안 화면만 봤다. 모르겠다. 검색했다. "화면 플로우 설계 방법". 나오는 건 다 안다. "사용자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단계를 줄여라". 안다고. 근데 어떻게? 결국 비슷한 서비스 10개 열어서 봤다. 카카오는 이렇게 했네. 토스는 저렇게 했네. 그래서 나는? 베끼는 것도 아니고.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기만 한다. 점심시간. 개발자 선배가 물었다. "신기획님, 이 기능 왜 필요한 거예요?" "아... 그게... 사용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요." "어떤 데이터 보고 판단하신 거예요?" 데이터. 없다. "일단... 사수님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말하고 나서 창피했다. 선배는 그냥 웃었다. 기획자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내가 하는 일 오늘 한 일 정리해봤다. 오전 10시: 출근. 사수 피드백 확인. 오전 10시 30분: 화면 정의서 수정. 오전 11시: 회의. 개발팀이랑 디자인팀이랑. 오후 12시: 회의록 작성. 오후 1시: 점심. 오후 2시: PRD 수정. 사수 검토 요청. 오후 3시: 피드백 받음. 다시 수정. 오후 4시: 데이터팀한테 질문 보냄. "이 지표 어떻게 확인하나요?" 오후 5시: QA 시트 작성. 오후 6시: 내일 할 일 정리. 오후 7시 30분: 퇴근. 이게 기획인가? 서류 작성인가? 회의록 작성자인가? 개발자는 코드를 친다. 화면에 뭔가 만들어진다. 디자이너는 그린다. 예쁜 게 나온다. 나는? 문서만 쌓인다. 노션 페이지만 늘어난다.사수한테 물어봤다 용기 냈다. 물어봤다. "팀장님, 저 질문 있는데요." "응, 말해봐." "기획자는...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인가요?" 사수가 웃었다. 비웃는 게 아니라 그냥. "나도 2년 차 때 그 고민했어." "그럼... 답은 뭔가요?" "답은 없어. 근데 내가 생각하는 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 또 이런 추상적인 답. "그럼 팀장님은 어떻게 일하세요?" "나는... 일단 왜 이게 필요한지부터 생각해. 그 다음에 사용자가 뭘 불편해하는지. 그 다음에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겠다. 그래서? "근데 신기획씨는 지금 뭐가 제일 답답해?"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서만 쓰는 것 같고." "그건 주니어 때 다 그래. 일단 문서 쓰는 법부터 배워야 하니까." 위로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1년 뒤에도 이럴까요?" "노력하면 달라지겠지. 안 하면 그대로고." 뭔가 찝찝했다. 퇴근길 지하철 탔다. 유튜브 켰다. "PM 되는 법", "기획자 역량", "주니어 기획자 성장". 영상 10개 봤다. 다 비슷하다. "사용자 관점을 가져라", "데이터를 보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라". 안다. 알아. 근데 어떻게? 사용자 관점. 나도 사용자인데 내 불편함은 회사가 안 중요하대. 데이터. SQL 모르는데 어떻게 봐? 커뮤니케이션. 회의 때 입도 못 열어. 집 도착했다. 원룸. 50만원. 노트북 켰다. 토이 프로젝트 기획서. "가상의 배달앱 기획서". 3주째 첫 페이지. 문제 정의부터 막힌다. "사용자들은 배달앱에서 무엇을 불편해할까?" 모르겠다. 나는 불편한 게 없는데. 검색했다. "배달앱 불편한 점". 나오는 대로 적었다. 이게 기획인가? 복붙인가? 노트북 껐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만 봤다. 1년 뒤 상상해봤다. 1년 뒤. 친구가 또 물어본다. "너 뭐 하는 사람이야?" 나는 또 말한다. "그냥... 기획자야." "그래서 뭐 하는데?" 또 막힌다. 또 설명 못 한다. 3년 차가 돼도 이러면 어떡하지. 개발자는 포트폴리오에 코드 올린다. 디자이너는 비핸스에 작품 올린다. 나는? 회의록 올리나? PRD 올리나? 회사 기밀이라 못 올린다. 그럼 뭘로 증명하지? 내가 성장했다는 걸. 무섭다. 지금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건가? 아니면 방향이 틀린 건가? 회의록 잘 쓰는 게 성장인가? 화면 정의서 예쁘게 그리는 게 성장인가?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 있었던 일. 개발자 선배가 말했다. "신기획님이 정리한 화면 플로우, 생각보다 괜찮던데요?" "진짜요?" "응. 예외 케이스까지 생각한 거 보고 좀 놀랐어요." 그 말 듣고 하루종일 기분 좋았다. 사수가 말했다. "요즘 회의록 잘 쓰네. 액션 아이템 정리가 깔끔해." 별것 아닌데 기뻤다. 여자친구가 말했다. "너 요즘 일 얘기할 때 재밌어 보여." 그런가? 잘 모르겠다. 내가 성장하는 건지. 근데 한 가지는 안다. 작년보다는 낫다는 거. 작년엔 PRD가 뭔지도 몰랐다. 지금은 쓴다. 작년엔 회의 때 받아적기만 했다. 지금은 가끔 질문한다. 작년엔 사수한테 질문도 못 했다. 지금은 묻는다. 느린 거 안다. 답답한 거 안다. 근데 멈춘 건 아니다. 오늘도 출근한다. 노션 연다. 사수 피드백 확인한다. 수정한다. 회의 들어간다. 받아적는다. 화면 정의서 그린다. 검토받는다. 이게 기획인가?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계속한다. 1년 뒤에도 이 질문에 못 답할 수도 있다.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괜찮다. 3년 뒤엔 답할 수 있을지도. 아니면 5년 뒤. 지금은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2년 차니까. 배우는 중이니까."기획자가 뭐냐고? 글쎄. 아직 배우는 중이다."

비전공 기획자의 CS 지식 콤플렉스

비전공 기획자의 CS 지식 콤플렉스

회의실에서 얼어붙는 순간 "이 부분은 캐시 처리로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요." 개발팀장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캐시. 뭔가 빠르게 하는 거다.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노트북 화면에 '캐시 처리 검토' 라고 적었다. 손에 땀이 났다. "기획자님 생각은요?" 팀장이 나를 봤다. 심장이 빨라졌다.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을 것 같다니. 나도 내가 한심했다. 회의가 끝났다. 화장실에 가서 '캐시란' 검색했다. 임시 저장소. 빠른 접근. 그래, 이거였구나. 2년차인데 아직도 이런다.몰래 검색하는 일상 오전 10시 30분. 데일리 스크럼. "API 응답 시간이 너무 길어서요." 개발자가 말했다. 나는 노션 창 뒤에서 구글을 켰다. 'API란 무엇인가' 검색창에 친다. 백엔드 개발자가 계속 말하고 있다. 나는 검색 결과를 빠르게 훑었다.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프로그램 간 소통 방식. 아, 그러니까 우리 앱이 서버한테 데이터 달라고 하는 거구나. "기획 쪽에서 확인할 부분 있나요?" 나를 봤다. "아... 로딩 화면 추가하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근본적 해결은 아니죠." 맞다.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 나는 또 땜질 기획을 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았다. 노션에 용어 정리 페이지를 만들었다.API: 프로그램 간 소통 창구 캐시: 임시 저장소, 빠른 접근용 세션: 사용자 접속 정보 유지이렇게 모아놓은 게 벌써 50개다. 근데 모아만 놓고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들킬까봐 무서운 순간들 가장 무서운 건 개발자가 내 기획서를 볼 때다. "이 부분, 세션 만료되면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 세션 만료. 로그인 풀리는 거 아닌가. "로그인 화면으로 보내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작성하던 내용은요?" "아..." 생각 못 했다. 또 구멍이 났다. "로컬 스토리지에 임시 저장하면 되겠네요. 제가 정리해서 공유할게요." 개발자가 말했다. 고맙다. 그런데 창피했다. 로컬 스토리지. 또 모르는 용어다. 사수가 말했다. "비전공이라 힘들지?" 솔직하게 말했다. "네... 용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나도 처음엔 그랬어. 근데 기획자가 다 알 필요는 없어. 물어보면 돼." 물어보면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매번 물어보면 무능해 보일 것 같다. 신입 때는 몰라도 됐다. 2년차인데 아직도 모르면 문제 아닌가. 검색창에 '로컬 스토리지'를 쳤다. 브라우저 저장소. 세션 스토리지보다 오래 유지. 그럼 세션 스토리지는 또 뭔데. 끝이 없다.비전공의 생존법 유튜브에 'CS 기초' 강의가 500개는 된다. 북마크만 300개다. 본 건 10개. 주말마다 공부하려고 했다. 근데 주말엔 친구를 만나고 여자친구를 만나고 밀린 빨래를 했다. 그러다 월요일이 온다. "Redis 캐싱 적용하면 어떨까요?" Redis. 또 새로운 단어다. 점심시간. 사수한테 물어봤다. "형, Redis가 정확히 뭔가요?" "캐시 저장소야. 메모리 기반이라 빠르지." "메모리 기반이요?" "RAM에 저장한다는 거. DB는 디스크에 저장하잖아." RAM, 디스크.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거 언제 다 배워요?" "배우는 게 아니라 부딪치면서 익히는 거지. 나도 아직 모르는 거 많아." 사수도 모르는 게 많다고 했다. 조금 위안이 됐다. 그날 저녁. 'Redis 입문' 영상을 켰다. 20분짜리였다. 10분 보다가 졸았다. 이게 맞나 싶다. 알은 척하는 기술 회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첫째, 모르는 용어 나오면 받아적는다. 둘째, "확인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셋째, 회의 끝나고 검색한다. 넷째, 다음 회의 전에 그 용어 들어간 문장을 한 번 말해본다. "API 응답 속도 개선안을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반만 안다. 동기한테 물어봤다. "너도 그래?" "나도 그러지. 근데 1년 전보다는 나아졌어." "언제쯤 당당해질까?" "글쎄. 5년차 선배도 가끔 모른다고 하던데." 그래도 선배는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있다. 나는 아직 그게 무섭다. "이거 무슨 뜻이에요?" 이 한 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어제 기획서를 썼다. 개발자가 피드백을 줬다. "이 부분 API 설계 고려해주셨네요. 좋습니다." 칭찬이었다. 작은 거지만 기뻤다. 지난주에 배운 REST API 개념을 적용한 거였다. GET, POST, DELETE. 이 정도는 이제 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6개월 전보다는 안다. 노션 용어집을 다시 봤다. 50개가 100개가 됐다.API: 프로그램 간 소통 창구, REST 방식이 일반적 캐시: 임시 저장소, Redis 같은 인메모리 DB 사용 세션: 로그인 상태 유지, 만료 시간 있음 로컬 스토리지: 브라우저 저장소, 영구 보관 쿠키: 브라우저 저장 데이터, 용량 작음예전엔 단어만 적었다. 이젠 설명이 붙는다. 완벽하지 않다. 깊이는 부족하다. 그래도 전보다는 낫다. 사수가 말했다. "CS 지식은 기획자한테 필수는 아니야. 근데 있으면 편하지." 맞다. 필수는 아니다. 그런데 없으면 불안하다. 개발자와 대화할 때, 뭔가 막힌다. 벽이 있는 느낌이다. 그 벽을 넘고 싶다. 천천히라도. 2년차의 솔직한 고백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다. 도커가 뭔지, 쿠버네티스가 뭔지, CI/CD가 뭔지. 개발자들이 하는 말의 절반은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낫다. 작년엔 80%를 몰랐다. 지금은 50%.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당당하게 "이거 모르겠는데 설명해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개발자가 설명할 때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2년차는 아직 그런 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유튜브 강의 하나를 북마크했다. 볼지는 모르겠지만.비전공 기획자의 CS 공부는 끝이 없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안다. 그걸로 됐다.

유튜브 PM 강의는 밤 10시, 실무 적용은 언제?

유튜브 PM 강의는 밤 10시, 실무 적용은 언제?

밤 10시 30분 퇴근하고 집에 왔다. 8시. 씻고 밥 먹으니 9시 반. 노트북 켰다. 유튜브 들어갔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건너뛴다. 매일 보는 채널이다. 오늘 영상 제목: "주니어 기획자가 꼭 알아야 할 와이어프레임 작성법" 재생한다. 12분짜리다. 강사가 말한다. "와이어프레임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디자이너, 개발자와의 약속이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커뮤니케이션 도구. 노션에 적는다. "와이어프레임 = 커뮤니케이션"오전 10시 출근했다. 사수가 부른다. "어제 말한 회원가입 화면, 그려봤어?" 그렸다. 3시간 걸렸다. 피그마 켜서 네모 그리고, 버튼 넣고, 텍스트 필드 배치했다. 사수가 본다. 5초. "이게 뭐야?" 뭐긴. 와이어프레임이다. 어젯밤에 본 영상대로 했다. "약관 동의는 어디 있어? 소셜 로그인은? 에러 케이스는?" 약관...? 강의에서 안 알려줬는데. 아니다. 알려줬다. '예외 처리를 생각하세요'라고 했다. 근데 뭘 어떻게. "다시 해와." 알겠습니다.점심시간 혼자 밥 먹는다. 유튜브 켠다. '기획자 예외 처리 방법' 검색했다. 영상이 나온다. "예외 케이스 정리는 이렇게 합니다" 본다.성공 케이스 먼저 실패 케이스 나열 엣지 케이스 고려엣지 케이스가 뭐지. 찾아본다. '극단적 상황' 아. 그거. 밥 먹으면서 본다. 12분 영상 두 개. 이해했다. 이론적으로는. 1시 10분. 사무실 들어간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노션 켠다. '회원가입 예외 케이스' 쓴다.이메일 형식 오류 비밀번호 불일치 중복 가입세 개 썼다. 더 있을까? 모르겠다. 강의에서는 쉬워 보였는데. 오후 3시 개발자가 왔다. "이거 API 어떻게 쏴요?" API? 강의에서 들었다. '프론트와 백엔드의 약속' 그게 뭔데. "제가... 확인해보고 알려드릴게요." 개발자가 간다. 유튜브 검색한다. 'API 명세서 작성법' 영상이 나온다. 15분짜리. 본다. endpoint, method, request, response 단어는 안다. 강의에서 100번 들었다. 근데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하지. 회원가입 API는 뭐지. POST /user/signup? 맞나? 검색한다. '회원가입 API 예시' 복사한다. 우리 서비스 용어로 바꾼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사수한테 물어볼까. 또 '이것도 몰라?' 소리 들을까. 혼자 끙끙댄다.퇴근 후 10시 집이다. 노트북 켰다. 유튜브 켠다. '주니어 기획자가 알아야 할 API 기초' 본다. "API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약속입니다." 안다. 오늘 오후에 들었다. "request body에 필요한 값을 정의하세요." 안다. 영상 4개 봤다. 근데 오늘 나는 못 했다. 왜지. 영상을 멈춘다. 강의는 이해, 실무는 멘붕 강의는 친절하다. 예시가 있다. 템플릿이 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실무는 다르다. 예시가 없다. 우리 서비스 상황이 있다. '이거 어떻게 해요?' 강의: "사용자 시나리오를 그려보세요" 실무: "이 시나리오에서 이탈률이 70%인데요?" 강의: "와이어프레임은 심플하게" 실무: "여기 배너 3개 더 넣어주세요" 강의: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 실무: "대표님이 파란색이 좋대요" 강의는 정답이 있다. 실무는 정답이 없다. 강의는 30분이면 끝난다. 실무는 3일 걸려도 안 끝난다. 매일 밤 강의를 본다. 매일 낮 실무는 막힌다. 이게 뭐지. 10%도 못 쓰는 이유 강의 내용을 노션에 정리했다. 페이지가 50개다.와이어프레임 작성법 PRD 템플릿 API 명세서 가이드 사용자 시나리오 그리기 AB 테스트 설계 SQL 기초다 봤다. 다 적었다. 근데 써먹은 건. 회원가입 화면 하나 그리는데 3번 갈아엎었다. API 명세서는 사수가 다시 썼다. SQL은 쿼리 하나 못 짠다. 10%도 못 쓴다. 아니, 5%다. 왜지. 생각해봤다. 강의는 '이론'이다. 실무는 '맥락'이다. 강의: "버튼은 사용자 동선을 고려해서 배치하세요" 실무: "우리 사용자 평균 연령 55세, 버튼 크기 얼마로?" 강의에서는 '원칙'을 알려준다. 실무에서는 '상황'에 맞춰야 한다. 원칙은 알겠는데. 상황 판단을 못 한다. 강의 100개 봐도 안 되는 이유다. 손가락으로 나오려면 오늘 사수가 말했다. "강의 그만 보고 그냥 해봐." 뭘. "틀려도 돼. 일단 네가 생각한 대로 해봐." 그게 무섭다. 틀리면 시간 낭비다. 다시 해야 한다. "그래도 네가 한 번 틀려봐야 다음에 안 틀려." 그런가. 강의는 답을 알려준다. 실무는 내가 답을 만든다. 강의는 '이렇게 하세요'다. 실무는 '이렇게 해봤는데 어때요?'다. 강의는 정답 맞히기. 실무는 오답 줄이기. 강의 보는 시간: 하루 1시간 실무 하는 시간: 하루 8시간 8시간에서 배운다. 1시간은 참고만 한다. 손가락으로 나오려면.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 강의는 머리로 보는 거다. 실무는 손으로 하는 거다. 내일 할 것 강의는 본다. 근데 방법을 바꾼다. 예전:강의 본다 노션에 정리한다 '이해했다' 생각한다 끝내일부터:강의 본다 당장 실무에 적용할 부분 하나만 고른다 내일 출근해서 바로 써본다 틀리면 수정한다예시. 오늘 본 강의: "와이어프레임 레이아웃 패턴" 내일 쓸 것: F 패턴 적용해서 메인 화면 다시 그리기 틀려도 된다. 사수가 '이건 아니다' 해도 된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 강의는 연습문제집이다. 실무는 실전 시험이다. 연습문제만 푼다고 실전을 못 푸는 건 아니다. 근데 실전을 안 보면 영원히 못 푼다. 밤 10시 강의. 내일 10시 실무. 12시간 차이. 이 간격을 줄인다. 배운 날 써본다. 손가락으로 나올 때까지. 매일.강의는 계속 본다. 근데 보기만 하지 않는다. 내일 당장 쓸 한 가지만 고른다. 틀려도 된다. 안 하는 것보다 100배 낫다.

개발자가 '이건 안 돼요'라고 했을 때 대안이 입에서 안 나오는 이유

개발자가 '이건 안 돼요'라고 했을 때 대안이 입에서 안 나오는 이유

그 자리에선 입이 안 떨어진다 오늘도 개발자한테 말렸다. "이거요, 안 될 것 같은데요."회의실. 오후 3시.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사수, 나. 화면 정의서 공유했다. 2주 걸렸다. 사수한테 3번 피드백 받았다. 이번엔 괜찮을 줄 알았다. 백엔드 개발자가 말했다. "이 필터 기능, 실시간으로는 힘들어요. DB 구조상." 머리가 하얘졌다. 입이 안 떨어졌다. 눈만 깜빡거렸다. "아... 네... 그럼..." 그게 다였다. 사수가 끼어들었다. "그럼 캐싱으로 처리하면 어때? 5분 단위로." 개발자가 고개 끄덕였다. "그건 되죠." 회의 끝났다. 나는 회의록만 썼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생각난 것들 집 가는 2호선 안. 갑자기 생각났다. "아, 배치 처리로 하면 되잖아. 하루 1번 업데이트." "아니면 필터 개수 줄이면? 꼭 7개 다 필요한가?" "실시간 말고 '최근 업데이트 시간' 표시하면?"왜 회의 때는 안 떠올랐지. 노트북 꺼냈다. 지하철에서 노션 켰다. '필터 기능 대안'이라고 제목 쓰고 3가지 적었다. 1. 배치 처리, 2. 필터 개수 축소, 3. 업데이트 시간 표시. 회의 중엔 한 개도 안 떠올랐는데. 30분 지나니까 3개가 나왔다. 집 도착할 때쯤엔 5개가 됐다. 왜 그 자리에선 안 될까 이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그랬다. 로그인 플로우 회의. 개발자: "소셜 로그인 3개 동시 연동은 복잡해요." 나: "아... 네..." 사수: "그럼 1개만 먼저 붙이고 나머지는 2차?" 개발자: "그게 낫죠."또 그달 전에도. 알림 기능. 개발자: "푸시 서버 구축 시간 걸려요." 나: "..." 사수: "웹훅으로 먼저 테스트?" 왜 항상 사수가 말하지. 왜 나는 입만 벙긋거리지. 퇴근하면 대안이 쏟아지는데 회의 중엔 바보가 된다. 패턴이 보였다 3개월간 회의록 다시 봤다. 공통점이 있었다.개발자가 "안 돼요" 하면 멈춘다 5초 이상 침묵 사수가 끼어든다 나는 회의록 쓴다 퇴근 후 대안 떠올린다왜 이러지. 비전공이라 그런가? CS 지식 부족해서? 아니다. 사수도 비전공이다. 사수는 바로 대안 말한다. 실력 차이? 그것도 맞는데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사수한테 물어봤다. "저 왜 회의 때 아무 말도 못 하는 것 같아요?" 사수가 웃었다. "긴장해서 그래. 틀릴까 봐." 틀릴까 봐 입을 닫는다 맞는 말이었다. 개발자가 "안 돼요" 하면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돈다. '내가 잘못 기획한 건가?' '개발을 모르는 거 들킬까?' '이상한 대안 말하면 어쩌지?' '다들 나 쳐다볼 텐데.' 그래서 입을 닫는다. 안전하게. 회의록이나 쓰자. 문제는 이게 반복된다는 거다. 회의 10번 중 8번은 이런다. 그리고 퇴근길에 후회한다. '아 그때 이렇게 말할 걸.' '저 대안 괜찮았는데.' 근데 다음 회의 때도 똑같다.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 신기한 건 혼자 기획서 쓸 땐 괜찮다는 거다. 노션 켜고 화면 정의서 쓸 때. 유저 플로우 그릴 때. "이건 어렵겠네? 그럼 이렇게 바꾸면 되겠다." "개발 기간 줄이려면 이 기능 빼면 되지." 대안이 술술 나온다. 사수 피드백 받을 때도 괜찮다. "여기 이러면 개발 어려워." "아 그럼 이렇게 하면요?" 1:1이면 말이 나온다. 근데 회의실에 사람 5명 모이면 입이 얼어붙는다. 특히 개발자 2명 이상 있으면 더 심하다. 시간이 필요한 거였다 깨달은 게 있다. 나는 즉석에서 생각 정리가 안 된다. 개발자가 "안 돼요" 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 상태에서 대안 떠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5분? 10분? 30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30분 정도. 회의는 그 시간을 안 준다. "안 돼요." (5초 침묵) "그럼 이렇게 하죠." 사수는 5초면 충분하다. 나는 30분 필요하다. 그래서 회의 중엔 말을 못 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30분 지나면 대안이 나온다. 실험을 해봤다 지난주 회의. 푸시 알림 우선순위 정하는 자리였다. 개발자가 말했다. "전부 다 하면 2주 걸려요." 또 머리가 하얘졌다. 근데 이번엔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5분만 시간 주세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노션 켰다. 알림 목록 다시 봤다. '꼭 필요한 거', '나중에 해도 되는 거' 분류했다. 3분 걸렸다. "회원가입 완료 알림이랑 결제 알림만 1차로 하면 어때요? 나머지는 2차에." 개발자가 고개 끄덕였다. "그럼 1주 정도요." 됐다. 처음으로 내 입으로 대안을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대안이 최선이었을까? 모르겠다. 사수는 나중에 "좋은 판단이었어"라고 했다. 근데 회의 직후엔 확신 없었다. '이게 맞나?' '더 좋은 방법 있었나?' 집 가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근데 깨달았다. 회의 중 대안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일단 방향을 제시하면 된다. "이건 어때요?" 그럼 개발자가 말한다. "그건 이래서 어렵고, 이렇게 바꾸면 돼요." 그게 협업이다. 내가 정답을 들고 가는 게 아니다. 방향을 던지면 같이 다듬는 거다. 지금도 떨린다 어제 회의. 또 개발자가 말했다. "이 API 연동 복잡해요." 심장 빨라졌다. 손에 땀 났다. 근데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노션 켰다. 화면 정의서 다시 봤다. "이 부분 꼭 필요한가요? 이거 빼면 어때요?" 개발자가 생각했다. 10초. "그럼 되긴 해요. 유저 입장에선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됐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었다. 근데 방향은 제시했다. 지금도 떨린다. 틀릴까 봐. 이상하게 들릴까 봐. 근데 입을 연다. 30초든 5분이든 시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노트 본다. 뭐라도 던진다. 패턴이 바뀌고 있다 요즘 회의록 보면 다르다. 3개월 전:개발자: "안 돼요" 나: "..." 사수: "이렇게 하죠"지금:개발자: "안 돼요" 나: "잠깐만요. 이건 어때요?" 개발자: "그건 이래서 어렵고..." 나: "그럼 이건요?"100% 바뀐 건 아니다. 아직도 입 닫을 때 많다. 근데 예전보단 낫다. 10번 중 3번은 말한다. 3번이 4번 되고, 5번 되겠지. 사수가 말했다. "많이 늘었네. 예전엔 회의 때 고개만 끄덕였잖아." "네... 아직 멀었는데요." "아니야. 너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더라. 긴장해서 그런 거였어." 맞다. 나는 대안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말할 용기가 없었던 거다. 배운 것들즉석 대답 못 해도 괜찮다"잠깐만요. 생각해볼게요." 이 말 하는 데 3개월 걸렸다. 회의 중 침묵이 무섭다. 다들 날 쳐다본다. 기다린다. 근데 5분 달라고 하면 준다. 아무도 뭐라 안 한다.완벽한 대안 아니어도 된다"이건 어때요?" 틀릴 수 있다. 개발자가 "그건 안 돼요" 할 수 있다. 그럼 또 물으면 된다. "그럼 이건요?" 협업은 대화다. 정답 맞히기 아니다.퇴근 후 떠오른 대안도 쓸모 있다지하철에서 생각난 거 슬랙에 남긴다. "아까 회의 건인데,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늦어도 괜찮다. 다음 회의 전에 말하면 된다.긴장은 줄지 않는다10번째 회의도 떨린다. 심장 뛴다. 근데 입은 연다. 떨면서 말한다. 긴장 없애는 게 아니라 긴장하면서 하는 거다. 오늘 회의 오전 10시 30분. 주간 기획 회의. 새 기능 검토하는 자리다. 개발자가 말할 것이다. "이거 어려운데요." 떨릴 것이다. 머리 하얘질 것이다. 근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잠깐만요. 5분만 주세요." 노션 켜고 생각 정리한다. 뭐라도 던진다. 틀릴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근데 침묵보단 낫다. 3개월 전 나는 회의 때 말이 없었다. 지금도 많이 없다. 근데 조금씩 늘고 있다. 1년 뒤엔 어떨까. 모르겠다. 근데 지금보단 나을 것이다. 회의 시작 10분 전이다. 노트북 켠다. 기획서 다시 본다. 개발자가 "안 돼요" 할 지점 미리 생각해본다. 대안 3개 적어둔다. 준비됐다. 아니, 준비 안 됐는데 들어간다. 회의실 문 연다.떨려도 입 여는 게 실력이다.

회의실 입장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회의실 입장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회의실 입장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회의 10분 전 회의 초대 알림이 떴다. 10분 뒤. 노션 켰다. 지난주 회의록 다시 읽는다. 뭘 물어볼까 생각한다. 그냥 듣기만 하면 안 될까. 아니다. 이번엔 뭐라도 말해야 한다. 지난주에도 그냥 들었다. 사수가 슬랙으로 보냈다. "회의 전에 유저플로우 한 번 봐줄래?" 봤다. 근데 뭘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 확인했습니다" 보냈다. 화면 정의서 열었다. 닫았다. 다시 열었다. 5분 남았다.입장 회의실 문 열었다. 이미 3명 앉아있다. "안녕하세요." 작게 말했다. PM이 고개 끄덕였다. 개발 팀장은 노트북 보고 있다. 사수는 화이트보드에 뭔가 그리고 있다. 구석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노션 회의록 템플릿 열었다. 날짜 적었다. 참석자 적었다. 안건은 아직 모른다. PM이 말했다. "다들 오셨네요. 시작할게요." 녹음 버튼 눌렀다. 받아적을 준비. 처음 20분 PM이 화면을 띄웠다. 지표 얘기다. "이번 주 MAU가 12% 떨어졌어요. 온보딩 이탈률이 문제인 것 같은데." 개발 팀장이 물었다. "어느 스텝에서요?" "2단계요. 프로필 입력하는 곳." 사수가 말했다. "입력 항목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필수 항목만 남기고 나중에 받으면 어떨까요?" PM이 고개 끄덕였다.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초기 데이터가 없으면 추천이 안 돼서요." 나는 받아적었다. MAU 12% 하락. 온보딩 2단계 이탈. 입력 항목 검토 필요.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질문이 날아올 때 PM이 나를 봤다. "신기획님, 온보딩 화면 정의서 작성하신 거 맞죠?" "네." "2단계에서 왜 이렇게 많이 받게 설계하셨어요?" 머리가 하얘졌다. "그게... 초기에... 추천 로직 때문에..." 말이 안 나왔다. 사실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그렇게 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근데 그 이유를 설명 못 하겠다. 사수가 끼어들었다. "제가 검토할 때 필수 항목 정리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었는데, 아직 반영 전이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 주 안에 수정해서 다시 공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받아적었다. 온보딩 화면 정의서 수정. 필수 항목만. 이번 주 안에. 손이 떨렸다. 다들 의견을 낸다 회의는 계속됐다. 개발 팀장: "API 응답 속도가 느린 것도 이탈 원인일 수 있어요. 2단계에서 프로필 사진 업로드할 때 3초 걸리거든요." PM: "오, 그럴 수 있겠네요. 로딩 UI 개선하면 어떨까요?" 사수: "스켈레톤 UI 넣으면 체감 속도는 빨라질 거예요. 제가 레퍼런스 찾아볼게요." 다들 자기 의견이 있다. 막힘 없이 말한다. 나는 받아적기만 했다. API 응답 속도 3초. 로딩 UI 개선. 스켈레톤 UI 검토. 머릿속에 질문이 있었다. '근데 3초가 정말 문제일까? 다른 서비스도 그 정도 걸리는데.' 말 못 했다. 틀릴까봐.회의 끝 50분 지났다. PM이 정리했다. "그럼 이번 주에 온보딩 개선안 나오면 다시 모이죠. 신기획님, 화면 정의서 수정본 목요일까지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일어났다. 나도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왔다. 회의록을 정리했다. 액션 아이템 3개. 내 이름 옆에 2개. 또 받아적기만 했다. 자리로 돌아와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회의록을 슬랙에 공유했다. 사수가 좋아요를 눌렀다. 화면 정의서를 열었다. 뭘 수정해야 하지. 필수 항목만 남긴다. 근데 뭐가 필수인지 어떻게 알지. 사수한테 물어볼까. 아니다. 지난주에도 물어봤다. 또 물어보면 '이것도 모르나' 싶을 것 같다. 구글 검색했다. "온보딩 필수 입력 항목". 여러 글이 나왔다. 읽었다. 근데 우리 서비스랑은 다르다. 시간이 지났다. 2시간. 아직 한 줄도 못 고쳤다. 왜 나는 회의 때마다 이렇다. 말할 게 있는 것 같은데 정리가 안 된다. 정리가 되면 타이밍을 놓친다. 타이밍을 잡으면 말이 꼬인다. 사수는 다르다. 생각이 문장으로 바로 나온다. "이건 이래서 안 될 것 같고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명확하다. 나는 "그게... 음... 근데..." 이러다가 끝난다. 지난주 회의 녹음 파일을 들어봤다. 내 목소리가 나온 건 총 4번. "네", "알겠습니다", "확인하겠습니다", "네". 2년차인데. 퇴근길 7시 반에 나왔다.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켰다. "주니어 기획자 회의 노하우" 영상을 봤다. "회의 전에 미리 의견을 준비하세요. 안건과 관련된 데이터를 찾아보세요. 질문 3개를 적어가세요."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안건을 모른다. 회의 5분 전에 알림이 온다. 댓글을 읽었다. "저도 그랬어요. 2년 지나니까 조금 나아졌어요." "질문하려다가 '이거 바보 같은 질문 아닐까' 생각하면 못 해요." "회의록 정리만 잘한다고 PM이 칭찬했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나랑 똑같다. 집에 도착했다. 내일 회의 내일도 회의가 있다. 오전 10시 30분. 이번엔 말을 해야 한다. 뭐라도. 노션에 적었다.질문 1: 온보딩 2단계를 아예 없애면 안 되나? 질문 2: 필수 항목 기준이 뭐지? 질문 3: 이탈률 12%가 높은 건가 낮은 건가?적고 보니 바보 같다. 1번은 너무 극단적이고, 2번은 기획자가 알아야 할 거고, 3번은 PM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지웠다. 다시 적었다.벤치마킹한 3개 서비스 온보딩 플로우 비교 우리 서비스 필수 데이터 정의 단계별 이탈률 확인이건 질문이 아니라 숙제다. 또 지웠다.내일도 받아적기만 할 것 같다. 근데 언젠가는 말하게 되겠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