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 검토받은 날 밤, 해야 할 수정이 30개

기획서 검토받은 날 밤, 해야 할 수정이 30개

오후 6시 20분, 알림

노션 알림이 떴다. “@신기획님 - 31개 코멘트”

사수가 검토를 끝낸 거다. 31개. 숫자를 다시 봤다. 31개 맞다.

기획서 페이지를 열었다. 빨간 말풍선이 줄줄이 달려 있다.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안 보인다.

“이 부분 근거 추가 부탁드려요” “여기 플로우 다시 그려주세요” “이건 개발팀이랑 확인 필요합니다”

한 줄 한 줄 읽었다. 손이 차가워졌다.

퇴근 후 계산

7시 반에 나왔다. 집 가는 지하철 안에서 노션을 다시 켰다.

코멘트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해봤다.

  • 단순 수정: 12개 (문구, 오타, 서식)
  • 내용 보완: 9개 (근거, 데이터, 사례)
  • 구조 변경: 6개 (화면 플로우, 정책)
  • 확인 필요: 4개 (개발팀, 디자인팀)

단순 수정은 30분이면 된다. 내용 보완은… 자료 찾는 시간까지 3시간? 구조 변경은 다시 그려야 한다. 2시간. 확인은 내일 아침에 물어봐야 한다.

총 5시간 30분.

집에 도착했다. 밤 9시. 씻고 밥 먹으면 10시. 내일 아침 10시 출근. 자야 한다.

근데 내일 오전에 회의가 두 개 있다. 오후에는 다른 기획서 초안 마감이다.

결국 오늘 밤에 해야 한다.

밤 11시, 노션 앞

샤워하고 나왔다. 커피를 내렸다. 책상에 앉았다.

노션을 켰다. 31개 코멘트가 그대로 있다. 당연하다.

첫 번째 코멘트부터 시작했다. “배경 부분에 시장 규모 데이터 추가해주세요”

구글에 검색했다. “국내 OO 시장 규모” 나온 자료가 2021년 거다. 최신 자료를 찾았다. 리포트를 다운받았다. 4페이지까지 읽고 숫자를 복사했다.

15분 걸렸다. 첫 번째 완료.

30개 남았다.

새벽 1시, 18개 완료

절반 넘게 했다. 등이 아프다.

단순 수정은 다 끝났다. 문구 고치고, 오타 고치고, 띄어쓰기 맞추고. 이건 쉬웠다.

내용 보완도 6개 완료했다. 근거 찾아서 붙이고. 참고 링크 달고. 출처 표기하고.

남은 건 어려운 것들이다. 화면 플로우 다시 그리기. 정책 로직 수정. 개발 공수 재확인.

머리가 안 돌아간다. 커피를 한 잔 더 내렸다.

사수 코멘트를 다시 읽었다. “이 플로우는 사용자가 헷갈릴 것 같아요. A→B→C 순서를 B→A→C로 바꾸면 어떨까요?”

맞는 말이다. 근데 이미 그린 화면이 8개다. 다시 그리면 번호를 다 바꿔야 한다. 설명도 다 고쳐야 한다.

한숨 나왔다. 근데 해야 한다.

새벽 2시 40분, 25개 완료

화면은 다 고쳤다. 번호 바꾸고. 설명 순서 바꾸고. 화살표 다시 그렸다.

정책 로직도 수정했다. “케이스 A일 때 예외처리 추가 필요” 표를 하나 더 만들었다. 조건과 결과를 정리했다.

남은 게 6개다. 근데 이 6개가 문제다.

“개발팀 검토 후 공수 확인 부탁드려요” “디자인 가이드랑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운영팀 의견 받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건 내일 아침에 물어봐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25개 완료. 6개 대기.

저장하고 노션을 닫았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출근했다. 눈이 퉁퉁 부었다.

사수한테 메시지 보냈다. “어제 코멘트 25개 반영했습니다. 6개는 확인 후 반영하겠습니다.”

답장이 왔다. “고생했어요. 확인해볼게요.”

오전 회의 두 개를 버텼다. 점심 먹고 개발팀한테 물어봤다. “이 기능 공수 어느 정도 나올까요?” “음… 3일 정도?”

노션에 적었다. “개발 공수: 약 3일 (백엔드 2일, 프론트 1일)”

디자인팀한테도 물어봤다. “이 버튼 위치 가이드랑 맞나요?” “여기는 오른쪽 정렬이 맞아요.”

또 고쳤다.

오후 4시. 31개 완료.

사수한테 멘션 달았다. “전체 반영 완료했습니다. 재검토 부탁드립니다.”

답장은 저녁에 왔다. “확인했어요. 많이 좋아졌네요. 고생했어요.”

많이 좋아졌다.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또 코멘트 달릴 수도 있다.

근데 괜찮다. 어제보단 나아졌다.


31개 코멘트, 밤새서 25개 고치고, 다음날 6개 마저 끝냈다. 사수가 “좋아졌다”고 했다. 오늘 밤은 일찍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