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한테 물어볼까, 말까 5분의 고민

사수한테 물어볼까, 말까 5분의 고민

사수한테 물어볼까, 말까 5분의 고민

오후 3시 22분

화면 정의서를 쓰다가 멈췄다. 로그인 페이지 기획인데, 소셜 로그인 버튼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단? 하단? 구글링을 30분 했다. 답은 없다. 케바케다.

사수 책상을 본다. 헤드셋을 끼고 있다. 개발자랑 통화 중인 것 같다. 손으로 뭔가 그리면서 설명한다. 바쁘다.

슬랙을 연다. “OO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까지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또 지운다.

질문 하나의 무게

주니어 질문은 무겁다. 사수 시간을 뺏는다. “5분만요”라고 하지만 5분이 아니다. 맥락 설명 3분, 질문 1분, 대답 듣고 이해하는 시간 5분. 최소 10분이다.

그리고 반응이 무섭다.

“이건 기본인데?” “지난번에 말했었는데.” “케이스 스터디 안 해봤어?”

실제로 들은 말들이다. 사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바쁜 사람이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3일은 간다.

구글링의 늪

결국 혼자 한다. “로그인 페이지 소셜 로그인 버튼 위치”를 검색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케이스를 본다. 다 다르다.

벤치마킹 문서를 만든다. 노션에 캡처를 붙인다. 10개 서비스를 비교한다. 5개는 상단, 3개는 하단, 2개는 중간이다. 결론은 “서비스 특성에 따라”다.

30분이 지났다. 답은 없다.

사수한테 물어보면 3분 만에 끝날 일이다. “우리 서비스는 신규 가입률이 중요하니까 상단에 크게 넣어. 이유는…”

하지만 묻지 못한다.

5분의 고민 타임라인

3시 22분: 질문 생김 3시 25분: 구글링 시작 3시 40분: 답 없음 확인 3시 42분: 사수 책상 쳐다봄 3시 43분: 슬랙 열고 닫기 3회 반복 3시 47분: “이거 물어봐도 되나” 자문자답 3시 50분: 다시 구글링 4시 10분: 벤치마킹 문서 작성 중 4시 30분: 여전히 확신 없음

질문 하나에 1시간 10분이다.

물어봤을 때의 반응 3종

타입 1: 친절형 “아 그거? 우리 서비스는 신규 유입이 중요해서 상단에 넣어. 근데 왜 궁금했어?” 5분 통화. 문제 해결. 추가 팁까지. 행복하다.

타입 2: 바쁜형 “음… 그거 케바케인데, 다른 서비스 좀 보고 정리해서 공유해줘. 그럼 같이 봐.” 15분 통화. 결국 내가 해야 함. 허무하다.

타입 3: 차갑형 “그 정도는 스스로 판단해야지. 주니어라고 다 물어보면 안 돼.” 3분 통화. 상처받음. 3일 우울.

확률은 4:4:2다. 타입 3이 나올 확률 20%. 하지만 그 20%가 무섭다.

혼자 해결했을 때

결국 상단에 넣었다. 화면 정의서를 완성했다. 사수한테 보냈다.

“로그인 화면 검토 부탁드립니다.”

30분 뒤 답장.

“소셜 로그인 버튼 위치 왜 상단에 뒀어? 우리 서비스는 기존 회원 비율이 70%라서 일반 로그인이 더 중요해. 순서 바꾸고, 소셜은 하단으로.”

2시간이 날아갔다.

그때 물어봤으면 5분이었다.

5분 고민의 정체

이 5분은 질문을 고민하는 시간이 아니다. 평가받는 걸 두려워하는 시간이다.

“이것도 모르나” 판단받을까 봐. “맨날 묻네” 소리 들을까 봐. “사수 시간 뺏는 애” 낙인찍힐까 봐.

그래서 2시간을 혼자 쓴다. 그리고 틀린다. 그리고 더 미안하다.

악순환이다.

질문 잘하는 선배 관찰

옆팀 2년 차 선배를 봤다. 이 사람은 질문을 잘한다. 사수가 바빠도 묻는다. 거절당해도 다시 묻는다.

차이점을 찾았다.

질문 전 메시지: “OO님, 로그인 화면 소셜 로그인 버튼 위치 관련 질문 있습니다. 3가지 옵션 정리했는데, 10분 정도 시간 되실 때 여쭤봐도 될까요?”

구체적이다. 준비했다는 걸 보여준다. 시간도 명시한다.

나는 “질문 있어요”만 보낸다. 준비 없이. 그러니까 “기본도 모르나” 소리 듣는다.

사수도 주니어였다

어제 회식에서 사수가 말했다.

“나도 주니어 때 질문 못 했어. 그래서 야근 엄청 했지. 혼자 삽질하다가. 지금 생각하면 그냥 물어볼 걸.”

사수도 같았다.

“근데 너는 질문을 너무 안 해. 가끔은 ‘이 친구 이해하고 있나?’ 싶어. 더 물어봐도 돼.”

충격이었다.

나는 폐 끼칠까 봐 안 물었다. 사수는 답답해했다. 서로 오해였다.

오늘의 실험

오늘은 물어봤다. 오전 11시. 사수가 커피 마실 때.

“OO님, 5분만 시간 되세요? 화면 흐름 관련 질문 있어서요.”

“어 그래, 뭔데?”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3가지 옵션을 정리해갔다. 각 장단점도.

“음… 2번이 좋겠는데? 이유는…”

5분 만에 해결.

“이렇게 정리해서 오니까 좋다. 다음에도 이렇게 해.”

칭찬까지 받았다.

2시간 구글링보다 5분 질문이 나았다.

질문의 기술

지금 배우는 중이다.

질문하기 전:

  • 30분 혼자 고민
  • 옵션 2-3개 정리
  • 각 장단점 생각
  • 구체적으로 무엇이 궁금한지 명확히

질문할 때:

  • 사수 상황 확인
  • 소요 시간 명시
  • 준비한 자료 보여주기
  • “A와 B 중 뭐가 나을까요?” 선택지 제시

질문 후:

  • 노션에 기록
  • 같은 질문 반복 안 하기
  • 비슷한 케이스에 적용

주니어니까 묻는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배우려고 묻는다. 다르다.


5분 고민하지 말고, 5분 질문하자. 그게 더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