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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차별로 보는 기획자의 성장 단계, 나는 어디쯤?

년차별로 보는 기획자의 성장 단계, 나는 어디쯤?

2년차인데 1.5년차 같은 기분 오늘 사수가 물었다. "2년 됐는데 아직도 이런 거 물어봐?" 뭘 물어봤냐면. PRD에 '비즈니스 임팩트' 써야 하는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였다. 사수 표정이 묘했다. 실망한 것도 아니고, 화난 것도 아니고. 그냥 "아 그래?" 하는 느낌. 집에 와서 계속 생각했다. 나는 2년차다. 근데 왜 1.5년차 같지. 아니 솔직히 1년차 같을 때도 있다. 검색했다. "기획자 년차별 역량". 나왔다. 1년차는 이거, 2년차는 저거, 3년차는 그거. 표 깔끔하게 정리된 블로그 글 많더라. 읽으면서 식은땀 났다.1년차: 기획서 양식이 뭔지 모르던 시절 입사 첫날. 사수가 노션 링크 하나 보냈다. "여기 템플릿 있어. 이거 보고 써봐." 템플릿 열었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배경 및 목적 AS-IS / TO-BE 요구사항 정의 화면 정의서 플로우 차트 비기능 요구사항"비기능 요구사항이 뭐지?" 검색했다. 나왔다. 성능, 보안, 확장성. 그래서 뭘 어떻게 쓰라고?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회의록도 못 썼다. 누가 뭐라고 했는지는 받아적는데, 이게 중요한 건지 아닌지 몰라서 다 적었다. A4 5장. 사수가 봤다. "이거 다 필요한 거야?" 몰랐다. 그냥 다 적었다. 1년차 때 배운 것:기획서는 양식이 있다 회의록은 결론 위주로 쓴다 개발자한테 물어보기 전에 검색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만능 문장근데 이게 다였다. 1년 내내.2년차: 논리는 알겠는데 설득은 어려움 지금. 2년 3개월. 이제 기획서는 쓴다. 양식도 안다. 화면 정의서도 그린다. 피그마로 와이어프레임도 만든다. 근데. 회의 때 개발팀장이 물었다. "이거 왜 이렇게 기획했어요?" "...사용자가 편할 것 같아서요." "데이터 있어요?" 없다. "그럼 개발 공수는 고려했어요?" 안 했다. 팀장이 웃었다. 비웃는 게 아니라 그냥 웃었다. "다음엔 먼저 물어봐요." 창피했다. 2년차 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아직도 "그냥 좋을 것 같아서"에서 못 벗어났다. 블로그 글들 보면 2년차는 이래야 한대: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이해관계자 설득 우선순위 판단 대안 제시나는 4개 중에 0.5개 한다. 우선순위는 좀 안다. 급한 거 먼저. 그 정도. 사수가 말했다. "넌 손은 빠른데 머리가 안 따라와." 맞는 말이다.3년차는 어떤 느낌일까 3년차 선배가 있다. 다른 팀. 걔는 다르다. 회의 때 개발자가 "이거 안 돼요" 하면 바로 대안 낸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요?" 개발자가 고개 끄덕인다. 데이터도 들고 온다. "지난달 전환율이 3.2%인데, 이거 개선하면 4% 갈 것 같아요." 숫자로 말한다. 나는 숫자가 없다. "좀 나아질 것 같아요." 이게 끝이다. 3년차 선배한테 물어봤다. "어떻게 그렇게 해요?" "음... 많이 깨져봐서?" 도움 안 되는 답변. "근데 넌 2년차치고 잘하는 편이야. 나 2년차 땐 더 못했어." 위로인지 진심인지 모르겠다. 검색한 3년차 역량:프로젝트 리딩 주니어 멘토링 전략 수립 크로스펑셔널 커뮤니케이션1년 뒤에 저거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지금 어디쯤인가 엑셀 켰다. 표 만들었다. 년차별 역량 체크리스트. 1년차 항목: 기획서 양식 이해 회의록 작성 화면 정의서 작성 기본 커뮤니케이션2년차 항목:[△] 데이터 분석 (SQL 아직 어려움) [△] 논리적 설득 (가끔 됨) 와이어프레임 제작 [△] 이해관계자 조율 (사수 도움 필요) 우선순위 판단 (혼자 못함) 프로젝트 단독 진행절반. 2년차인데 1.75년차 정도. 근데 이게 문제인가? 사수가 말했다. "성장은 계단이 아니라 곡선이야."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요즘 알 것 같다. 1년 차에서 2년 차로 딱 넘어가는 게 아니다. 어떤 날은 2.5년차처럼 일하고, 어떤 날은 0.5년차처럼 무너진다. 어제 화면 정의서 30분 만에 끝냈다. 사수가 "수정사항 없네" 했다. 3년차 느낌. 오늘 개발자한테 "이거 가능해요?" 물어봤다. "그 정도는 직접 판단해봐요." 돌아왔다. 1년차 느낌. 곡선이 맞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블로그 글 보면 답 나온다. "꾸준히 성장하세요", "데이터 공부하세요", "멘토 찾으세요". 맞는 말이다. 근데 위로는 안 된다. 나는 그냥 2년차다. 1.5년차 같기도 하고, 2년차 같기도 하고, 가끔 3년차 흉내도 낸다. 내일 출근하면 또 사수한테 물어볼 것이다. "이거 어떻게 써요?" 쪽팔리다. 근데 뭐 어쩌나. 모르는 걸. 1년 뒤에는 3년차 선배처럼 될까? 모르겠다. 근데 1년 전보단 나아졌다. 그건 확실하다. 기획서 쓸 때 양식 검색 안 한다. 머릿속에 있다. 회의 때 받아적기만 하던 나는 이제 질문도 한다. 가끔. 곡선이 맞다. 계단 아니다. 오늘은 1.8년차 기분. 내일은 2.1년차일지도. 그냥 간다. 출근한다. 기획서 쓴다. 깨진다. 배운다. 언젠간 3년차 되겠지.2년차인데 1.5년차 같아도 괜찮다. 곡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