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토이
- 09 Dec, 2025
토이 프로젝트 기획서는 왜 주말에만 쓸까
토이 프로젝트 기획서는 왜 주말에만 쓸까 금요일 저녁 7시 반 퇴근한다. 일주일 내내 받아적었던 기획서 덮는다. 사수한테 "다음 주 월요일까지 수정해주세요" 들었다. 근데 지금은 안 연다. 집 가서 내 거 쓸 거다. 지하철에서 노션 켠다. '토이프로젝트_독서모임앱_v1' 파일. 지난주 토요일에 쓰다 만 거다. 화면 정의서 3개, 유저플로우 반쪽. 손가락이 움직인다. "메인 화면에 '오늘의 책' 넣으면?" 메모한다. 내린다.토요일 오전 10시 일어났다. 샤워하고 커피 내린다. 노트북 켠다. 노션 연다. '독서모임앱_화면정의서.pdf' 새로 만든다. 아무도 안 본다. 사수도 없다.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 회사에서 쓰는 기획서는 다르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개발 공수 생각 안 하셨어요?" "이 기능 우선순위 낮지 않나요?" 매번 설명한다. 수정한다. 근데 내 기획서는 그냥 쓴다. 설명 안 해도 된다. 내가 다 안다. 3시간 지났다. 화면 정의서 7개 완성. 로그인, 메인, 도서 검색, 모임 생성, 채팅, 마이페이지, 알림. 점심 안 먹었다. 배 안 고프다.회사 기획서 vs 내 기획서 월요일부터 금요일. 화면 정의서 쓴다. 사수가 준 양식 복붙한다. "화면명: 메인", "주요기능: 리스트 노출", "비고: 추후 논의" 30분 걸린다. 근데 재미없다. 뭘 쓰는지 모르겠다. 그냥 채우는 느낌. 토요일. 내 기획서 쓴다. "이 화면에서 유저가 뭘 느낄까?" "버튼 색깔은 뭐가 좋을까?" "이 문구 클릭하면 어디로 갈까?" 3시간 걸린다. 근데 재밌다.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 차이가 뭘까. 생각해봤다. 회사 기획서는 '정답'을 찾는다. 사수가 원하는 답. 개발자가 할 수 있는 답. 대표님이 좋아할 답. 내 기획서는 '가능성'을 쓴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재밌을까. 틀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 거. 그래서 신난다.검토 없는 자유 회사에서 기획서 쓰면. 사수한테 보낸다. 30분 뒤 슬랙 온다. "여기 이유 추가해주세요" "이 기능 우선순위 다시 생각해봐요" "개발팀이랑 얘기 먼저 해보셨어요?" 고친다. 다시 보낸다. 또 피드백 온다. 한 화면에 3번 수정. 일주일에 5개 화면. 15번 수정한다. 지친다. 주말 기획서는 다르다. 쓴다. 끝. 검토 없다. 피드백 없다. "이거 완성이네"라고 내가 정한다. 그럼 완성이다. 이게 자유구나. 처음엔 불안했다. "이게 맞나?" "실무에서는 안 통하는 거 아냐?" "혼자 착각하는 거 아냐?" 근데 계속 쓰다 보니. 내 기준이 생긴다. "유저가 이 화면 보면 뭘 클릭할까" "3초 안에 이해 안 되면 실패" "중요한 버튼은 오른쪽 엄지 닿는 곳" 회사 기획서도 나아진다. 사수가 "이번엔 괜찮네요" 한다. 자유롭게 쓴 게 실력이 됐다. 누가 볼까 신경 안 쓰니까 회사 기획서 쓸 때. 머릿속에 사람들 있다. 사수: "이거 이유 뭐예요?" 개발자: "이거 2주 걸리는데요?" 디자이너: "UI 가이드 무시하셨네요" 대표님: "이게 매출이 나와요?" 4명 눈치 본다. 키보드 누르다 멈춘다. "이렇게 쓰면 뭐라 하려나" 30분 쓰는데 2시간 걸린다. 생각이 손을 막는다. 토요일 오후. 내 기획서 쓴다. 머릿속 텅 빈다. 유저 한 명만 있다. "나라면 이 앱 쓸까?" 그것만 생각한다. 키보드 막히는 거 없다. "로그인은 카카오만" "메인에 책 표지 크게" "검색은 제목이랑 저자만" 누가 뭐래도 상관없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 이게 기획의 원래 모습 아닐까. 누가 볼까 신경 쓰기 전에. 그냥 만들고 싶어서 그리는 것. 회사에서는 잊었던 감각. 주말에 다시 찾는다.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회사 기획서는 무섭다. 틀리면 안 된다. 지난달. 푸시 알림 기획 잘못했다. 개발 다 됐는데 QA에서 문제 발견. "이거 유저 불편할 것 같은데요?" 다시 기획했다. 개발 2주 더 걸렸다. 사수한테 혼났다. "기획자가 이런 거 미리 생각해야죠" 맞다. 내 잘못이다. 근데 그 뒤로 기획서 쓸 때. 손이 떨린다. "이것도 틀린 거 아냐?" "저것도 문제 생기는 거 아냐?" 3시간 고민하고 결국 사수한테 물어본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스스로 못 믿는다. 주말 기획서는 다르다. 틀려도 된다. 독서모임앱 기획하다가. "채팅 기능 넣자" 3시간 화면 그렸다. 일주일 뒤 생각해보니. "이거 카톡 쓰면 되겠네" 지운다. 3초 걸린다. 누구한테 보고 안 해도 된다. 실패했다. 근데 괜찮다. 배웠다. 다음엔 안 그런다. 이게 성장이구나. 실패하고, 고치고, 다시 쓰는 것. 회사에선 실패하면 혼난다. 주말엔 실패해도 배운다. 그래서 토요일이 더 기획자답다. 내 취향을 넣으니까 회사 프로젝트. "MZ 타겟 SNS형 커머스" 정해져 있다. 나는 커머스 안 쓴다. MZ도 맞는지 모르겠다. 근데 기획한다. 경쟁사 분석한다. 당근, 번개장터, 네이버쇼핑. 따라 쓴다. 재미없다. 내가 안 쓸 것 같은 앱 만든다. 토요일. 독서모임앱 연다. 나는 책 좋아한다. 혼자 읽다가 누구랑 얘기하고 싶을 때 있다. 근데 독서모임 찾기 어렵다. "이런 앱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획한다. 메인 화면. "오늘의 질문" 넣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내가 답하고 싶어서 넣었다. 유저 리서치 안 했다. 경쟁사에도 없다. 근데 이게 맞다고 느껴진다. 내 취향이 들어가니까. 회사 기획서는 데이터 본다. "가입률 3% 증가" "체류시간 1분 증가" 숫자가 정답 알려준다. 근데 재미는 모르겠다. 내 기획서는 감각 믿는다. "이거 재밌을 것 같아" "나라면 이렇게 쓰고 싶어" 증명 못 한다. 근데 확신한다. 이게 좋은 기획이라고. 기획자는 원래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 데이터보다 먼저 직관. 숫자보다 먼저 취향. 주말에 그걸 연습한다. 완성하는 쾌감 회사 프로젝트. 시작: 3월 2일 끝: 미정 3개월 지났다. 아직도 회의한다. "이 기능 우선순위 다시 논의" "일단 이건 다음 버전에" 내가 쓴 기획서. 절반도 개발 안 됐다. 나머지 절반은 폐기. 완성 못 본다. 중간에 바뀐다. 끝이 없다. 지친다. 토요일 기획서. 시작: 오전 10시 끝: 오후 4시 6시간. 화면 10개 완성. 유저플로우 완성. 주요 기능 정의 완성. "끝났다" 저장한다. 파일 닫는다. 완성했다. 아무도 안 봐도 완성이다. 이 쾌감. 뭔가 해냈다는 느낌. 회사에선 못 느낀다. 항상 '진행 중'. 끝이 없다. 주말엔 끝을 내가 정한다. "여기까지" 그럼 끝이다. 작은 성취. 근데 크게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에 기획서 완성한다. 4개 쌓인다. "내가 이만큼 했네" 보면 뿌듯하다. 회사에선 한 달 동안. 회의록 20개. 수정한 기획서 15개. 완성한 건 0개. 주말이 더 생산적이다. 연습하는 시간 월요일 회의. 대표님: "이 기능 추가해주세요" 나: "네 알겠습니다" 화요일. 기획서 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수한테 물어본다. "저 이거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요?" "예전 기획서 참고해봐" 찾는다. 복붙한다. 내 생각은 없다. 수요일. 사수: "왜 이렇게 했어요?" 나: "...비슷한 기능이 저렇게 돼 있어서요" 사수: "그게 이유가 돼요?" 할 말 없다. 주말. 독서모임앱 기획한다. 채팅 기능 고민한다. "1:1 채팅? 단체 채팅?" "메시지 삭제 가능?" "읽음 표시 필요?" 하나씩 생각한다. 왜 필요한지 쓴다. "단체 채팅: 모임원들 소통 필요" "메시지 삭제: 실수 수정 가능" "읽음 표시: 상대 확인 대기 불안 감소" 이유가 생긴다. 월요일. 회사 기획서 쓸 때. 주말에 연습한 대로 쓴다. 사수: "왜 이렇게 했어요?" 나: "유저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느낄 것 같아서요" 사수: "오, 좋네요" 늘었다. 주말 기획서가 연습장이다. 실전에서 못 해보는 거. 여기서 해본다. 회사에선 틀리면 안 된다. 주말엔 틀려도 된다. 그래서 더 많이 시도한다. 연습하니까 늘었다. 당연한 건데. 회사 일만 하면 안 늘었다. 주말에 기획하니까. 월요일이 달라진다. 기획자인 게 느껴지니까 입사 6개월. 명함에 '기획자'라고 적혀 있다. 근데 실감 안 난다. 회사에서 뭐 하나. 회의 들어간다. 받아적는다. 기획서 수정한다. 사수 검토받는다. 개발자한테 설명한다. 질문받으면 대답 못 한다. 기획하는 건가. 그냥 일 처리하는 건가. 모르겠다. 친구가 물어본다. "기획자가 뭐 하는 사람이야?" "음... 서비스 만드는 거 기획하는?" "그게 뭔데?" "..." 설명 못 한다. 토요일 오후. 독서모임앱 기획한다. "어떤 사람이 쓸까?" → 20대 직장인, 책 좋아하는데 혼자 읽기 심심함 "뭘 원할까?" → 같이 읽을 사람, 이야기 나눌 공간, 부담 없는 모임 "그럼 어떻게?" → 관심사로 모임 찾기, 한 달에 한 권, 온라인 위주 이게 기획이구나. 유저 생각한다. 문제 정의한다. 해결책 그린다. 회사에선 안 해봤다. 항상 정해져 있었다. 주말엔 내가 다 정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6시간 지나고. 화면 10개 그려졌다. 흐름이 보인다. '여기 들어와서, 이렇게 찾고, 저기서 신청하고' "내가 만들었네" 이 순간. 내가 기획자라고 느낀다. 월요일엔 못 느끼는 감각. 토요일에 찾는다. 다음 주말엔 뭘 쓸까 일요일 저녁 9시. 노션 정리한다. '완성한 기획서' 폴더.독서모임앱 v1 운동메이트앱 v1 동네맛집공유앱 v1 습관트래킹앱 v14개 쌓였다. 한 달에 하나씩.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개발자 없다. 디자이너 없다. 그냥 내 노션에만 있다. 근데 후회 없다. 4개 쓰면서 배웠다.유저플로우 그리는 법 화면 우선순위 정하는 법 기능 이유 설명하는 법 내 생각 정리하는 법회사에선 안 배웠다. 주말에 배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받아적는다. 지시 받는다. 검토받는다. 토요일. 생각한다. 결정한다. 완성한다. 둘 다 필요하다. 근데 토요일이 더 나를 키운다. 다음 주말엔 뭘 쓸까. 생각해본다. "음악 취향 공유 앱?" "북마크 관리 앱?" "간단한 가계부?" 아직 모른다. 근데 신난다. 금요일 퇴근하면 알 것 같다. 지하철에서 메모장 열 것 같다. 토요일 아침엔 커피 내릴 것 같다. 그리고 또 쓸 것 같다. 아무도 안 봐도. 검토 없어도. 틀려도 괜찮아도. 그냥 쓰고 싶어서.주말 기획서는 월요일로 가는 연습장이다. 실전에서 못 해보는 자유를 여기서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