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입장할

회의실 입장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회의실 입장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회의실 입장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회의 10분 전 회의 초대 알림이 떴다. 10분 뒤. 노션 켰다. 지난주 회의록 다시 읽는다. 뭘 물어볼까 생각한다. 그냥 듣기만 하면 안 될까. 아니다. 이번엔 뭐라도 말해야 한다. 지난주에도 그냥 들었다. 사수가 슬랙으로 보냈다. "회의 전에 유저플로우 한 번 봐줄래?" 봤다. 근데 뭘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 확인했습니다" 보냈다. 화면 정의서 열었다. 닫았다. 다시 열었다. 5분 남았다.입장 회의실 문 열었다. 이미 3명 앉아있다. "안녕하세요." 작게 말했다. PM이 고개 끄덕였다. 개발 팀장은 노트북 보고 있다. 사수는 화이트보드에 뭔가 그리고 있다. 구석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노션 회의록 템플릿 열었다. 날짜 적었다. 참석자 적었다. 안건은 아직 모른다. PM이 말했다. "다들 오셨네요. 시작할게요." 녹음 버튼 눌렀다. 받아적을 준비. 처음 20분 PM이 화면을 띄웠다. 지표 얘기다. "이번 주 MAU가 12% 떨어졌어요. 온보딩 이탈률이 문제인 것 같은데." 개발 팀장이 물었다. "어느 스텝에서요?" "2단계요. 프로필 입력하는 곳." 사수가 말했다. "입력 항목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필수 항목만 남기고 나중에 받으면 어떨까요?" PM이 고개 끄덕였다.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초기 데이터가 없으면 추천이 안 돼서요." 나는 받아적었다. MAU 12% 하락. 온보딩 2단계 이탈. 입력 항목 검토 필요.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질문이 날아올 때 PM이 나를 봤다. "신기획님, 온보딩 화면 정의서 작성하신 거 맞죠?" "네." "2단계에서 왜 이렇게 많이 받게 설계하셨어요?" 머리가 하얘졌다. "그게... 초기에... 추천 로직 때문에..." 말이 안 나왔다. 사실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그렇게 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근데 그 이유를 설명 못 하겠다. 사수가 끼어들었다. "제가 검토할 때 필수 항목 정리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었는데, 아직 반영 전이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 주 안에 수정해서 다시 공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받아적었다. 온보딩 화면 정의서 수정. 필수 항목만. 이번 주 안에. 손이 떨렸다. 다들 의견을 낸다 회의는 계속됐다. 개발 팀장: "API 응답 속도가 느린 것도 이탈 원인일 수 있어요. 2단계에서 프로필 사진 업로드할 때 3초 걸리거든요." PM: "오, 그럴 수 있겠네요. 로딩 UI 개선하면 어떨까요?" 사수: "스켈레톤 UI 넣으면 체감 속도는 빨라질 거예요. 제가 레퍼런스 찾아볼게요." 다들 자기 의견이 있다. 막힘 없이 말한다. 나는 받아적기만 했다. API 응답 속도 3초. 로딩 UI 개선. 스켈레톤 UI 검토. 머릿속에 질문이 있었다. '근데 3초가 정말 문제일까? 다른 서비스도 그 정도 걸리는데.' 말 못 했다. 틀릴까봐.회의 끝 50분 지났다. PM이 정리했다. "그럼 이번 주에 온보딩 개선안 나오면 다시 모이죠. 신기획님, 화면 정의서 수정본 목요일까지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일어났다. 나도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왔다. 회의록을 정리했다. 액션 아이템 3개. 내 이름 옆에 2개. 또 받아적기만 했다. 자리로 돌아와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회의록을 슬랙에 공유했다. 사수가 좋아요를 눌렀다. 화면 정의서를 열었다. 뭘 수정해야 하지. 필수 항목만 남긴다. 근데 뭐가 필수인지 어떻게 알지. 사수한테 물어볼까. 아니다. 지난주에도 물어봤다. 또 물어보면 '이것도 모르나' 싶을 것 같다. 구글 검색했다. "온보딩 필수 입력 항목". 여러 글이 나왔다. 읽었다. 근데 우리 서비스랑은 다르다. 시간이 지났다. 2시간. 아직 한 줄도 못 고쳤다. 왜 나는 회의 때마다 이렇다. 말할 게 있는 것 같은데 정리가 안 된다. 정리가 되면 타이밍을 놓친다. 타이밍을 잡으면 말이 꼬인다. 사수는 다르다. 생각이 문장으로 바로 나온다. "이건 이래서 안 될 것 같고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명확하다. 나는 "그게... 음... 근데..." 이러다가 끝난다. 지난주 회의 녹음 파일을 들어봤다. 내 목소리가 나온 건 총 4번. "네", "알겠습니다", "확인하겠습니다", "네". 2년차인데. 퇴근길 7시 반에 나왔다.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켰다. "주니어 기획자 회의 노하우" 영상을 봤다. "회의 전에 미리 의견을 준비하세요. 안건과 관련된 데이터를 찾아보세요. 질문 3개를 적어가세요."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안건을 모른다. 회의 5분 전에 알림이 온다. 댓글을 읽었다. "저도 그랬어요. 2년 지나니까 조금 나아졌어요." "질문하려다가 '이거 바보 같은 질문 아닐까' 생각하면 못 해요." "회의록 정리만 잘한다고 PM이 칭찬했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나랑 똑같다. 집에 도착했다. 내일 회의 내일도 회의가 있다. 오전 10시 30분. 이번엔 말을 해야 한다. 뭐라도. 노션에 적었다.질문 1: 온보딩 2단계를 아예 없애면 안 되나? 질문 2: 필수 항목 기준이 뭐지? 질문 3: 이탈률 12%가 높은 건가 낮은 건가?적고 보니 바보 같다. 1번은 너무 극단적이고, 2번은 기획자가 알아야 할 거고, 3번은 PM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지웠다. 다시 적었다.벤치마킹한 3개 서비스 온보딩 플로우 비교 우리 서비스 필수 데이터 정의 단계별 이탈률 확인이건 질문이 아니라 숙제다. 또 지웠다.내일도 받아적기만 할 것 같다. 근데 언젠가는 말하게 되겠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