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를 다시 읽은 느낌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를 다시 읽은 느낌

월요일 9시 12분 출근했다. 커피 뽑았다. 노션 켰다. 지난주 금요일에 작성한 기획서가 보인다. "신규 기능 PRD_v1.2_최종_진짜최종_0118.pdf" 금요일엔 완벽했다. 사수한테 칭찬도 들었다. "구조 잘 잡았네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이상하다.2분 전 나는 천재였다 금요일 오후 6시. 기획서 마무리했다. 사용자 시나리오 3개. 화면 플로우 8개. 예외 케이스 12개. "완벽해." 저장 눌렀다. 사수한테 슬랙 보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7시에 답장 왔다. "구조 괜찮은데요? 월요일에 개발팀 공유하죠." 기분 좋았다. 치킨 시켰다. 맥주 마셨다. 주말 내내 생각했다. "이번엔 제대로 했어." 그런데 지금 같은 문서다. 같은 내용이다. 근데 왜 이렇게 이상하지. "사용자가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이 문장. 금요일엔 명쾌했다. 지금은 애매하다. '진입'이 뭐지. 클릭인가. 자동 이동인가. 화면 플로우를 본다. 8개 화면. 금요일엔 논리적이었다. 지금은 5번 화면이 이상하다. "왜 여기서 팝업이지?" 예외 케이스 12개. 금요일엔 꼼꼼했다. 지금 보니 빠진 게 보인다. "네트워크 끊기면?"나는 지난주와 다른 사람인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금요일의 나: 기획서 쓰는 천재 월요일의 나: 기획서 읽는 바보 이게 맞나. 아니면 금요일의 나는 착각했던 건가.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세 번째다. 노션 히스토리 확인했다. "최종 수정: 금요일 오후 6시 23분" 48시간 전이다. 48시간 만에 내 기준이 바뀐 건가. 사수한테 물어볼까 슬랙 창 켰다. "@김OO 님"까지 썼다. 지웠다. 뭐라고 물어. "제가 금요일에 쓴 기획서가 이상해요?" 사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이상한 거다. 아니면 사수도 월요일에 다시 보면 이상하다고 느낄까. 모르겠다. 일단 혼자 고친다. 고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 "사용자가 로그인 완료 시 자동으로 메인 화면으로 이동하며" 더 명확하다. 왜 금요일엔 안 보였지. 5번 화면 팝업. 삭제했다. 토스트 메시지로 변경. 예외 케이스 추가. "13. 네트워크 연결 끊김 시" 30분 지났다. 수정사항 7개. "신규 기능 PRD_v1.3_월요일수정_0121.pdf" 저장 눌렀다.10시 반, 사수 출근 "신기획님 주말 잘 쉬었어요?" "네. 그런데..." 말을 꺼냈다. "금요일 기획서요. 제가 다시 봤는데 좀 수정했어요." 사수가 화면 본다. 30초 지났다. "어? 이게 더 낫네요. 이렇게 바꾼 이유가 있어요?" "그냥... 다시 보니까 애매한 부분이 보여서요." 사수가 웃었다. "그거 정상이에요. 저도 그래요." 정상이래 "금요일에 쓸 땐 완벽한데 월요일에 보면 이상하죠." 사수가 말했다. "시간 두고 보면 객관적으로 보여요. 금요일엔 쓰는 데 집중했으니까. 월요일엔 읽는 사람 입장이 되는 거죠." 아. "그래서 중요한 문서는 하루 뒤에 다시 봐요. 이상한 거 바로 보여요." "그럼...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아니요. 잘한 거예요. 스스로 피드백하는 거잖아요." 커피 식었다. 네 번째 뽑으러 갔다. 점심시간, 개발팀 공유 "이번 주 기획 공유드립니다." v1.3 버전 열었다. 월요일 수정본. 개발팀장이 물었다. "5번 화면에 팝업 대신 토스트로 바꾼 이유가?" 대답했다. "팝업은 사용자 플로우를 끊어서요. 토스트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좋네요." 백엔드 개발자가 물었다. "네트워크 끊김 케이스는 어떻게 처리하죠?" "13번 예외 케이스 보시면 됩니다. 로컬 저장 후 재연결 시 동기화입니다." "오케이." 회의 끝났다. 30분. 질문 6개 받았다. 다 대답했다. 오후 3시 사수가 슬랙 보냈다. "회의 잘하셨어요. 개발팀 반응 좋았습니다." 답장 쳤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가 금요일에 본 버전이면 질문 더 많이 받았을 거예요. 월요일 수정본이 더 단단해요." 아. 그럼 금요일 버전은 완벽하지 않았던 거네. 근데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지. 월요일의 기적 결론 났다. 금요일의 나는 작성자다. 월요일의 나는 독자다. 작성자는 맥락을 안다. 독자는 문서만 본다. 금요일엔 내 머릿속 맥락으로 읽었다. 월요일엔 문서 그 자체로 읽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보인 거다. 그게 정상이다. 이제 패턴이 보인다 지난 2년 생각해봤다. 화요일에 쓴 기획서: 수요일에 이상함 수요일에 쓴 API 명세: 목요일에 구멍 보임 목요일에 쓴 회의록: 금요일에 빠진 거 발견 항상 그랬다. "나는 왜 이렇게 실수가 많지." 실수가 아니었다. 과정이었다. 시간이 객관성을 준다. 신입 때 기억 1년 전. 첫 기획서. 3일 걸렸다. 완성했다.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봤다. "이게 뭐야. 쓰레기네." 갈아엎었다. 2일 더 걸렸다. 또 완성했다. 또 뿌듯했다. 다음 날 아침. 또 이상했다. "나는 기획자 재능이 없나." 그때는 몰랐다. 이게 성장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월요일 아침에 이상해 보이는 건. 금요일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48시간 동안 뇌가 일했다. 무의식이 문제를 찾았다. 그래서 월요일에 보이는 거다. 이게 반복된다. 매주 월요일마다 지난주 내가 부족해 보인다. 그게 정상이다. 루틴으로 만들었다 이제 의도적으로 한다. 중요한 문서: 하루 뒤에 재검토 급한 문서: 최소 2시간 뒤에 재검토 타이머 맞춰둔다. "14시 30분: 오전 작성 문서 재검토" 다시 읽는다. 이상한 부분 보인다. 고친다. 이게 내 프로세스다. 개발자한테 물어봤다 "형은 코드 짜고 다음 날 보면 어때요?" "리팩토링하고 싶지." "왜요?" "어제는 동작하게 하는 데 집중했으니까. 오늘은 구조가 보이니까." 똑같다. 직군이 달라도 패턴은 같다. 디자이너도 그렇다 "언니 디자인도 다음 날 보면 이상해요?" "당연하지. 간격 1픽셀씩 다 고침." "왜요?" "어제는 배치에 집중했으니까. 오늘은 디테일이 보이니까." 모두 그렇다. 사수의 조언 "신기획님 팁 하나 줄게요." "네." "금요일에 문서 완성하면 월요일까지 안 봐요. 주말에 보지 마세요." "왜요?" "주말엔 쉬어야 해요. 그래야 월요일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근데 주말에 신경 쓰이는데요." "그게 함정이에요. 주말에 고치면 또 월요일에 이상해 보여요." 맞다. 실험했다 지난주 금요일. 기능 명세서 완성. 주말에 안 봤다. 참았다. 월요일 아침. 열었다. 수정사항 4개 보였다. 깔끔하게 고쳤다. 전전주 금요일. 화면 정의서 완성. 주말에 3번 열어봤다. 매번 고쳤다. 월요일 아침. 또 열었다. 수정사항 8개 더 보였다. 머리 아팠다. 사수 말이 맞다. 왜 그럴까 주말에 계속 보면 뇌가 안 쉰다. 월요일에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객관성이 떨어진다. 주말에 완전히 끊으면 뇌가 리셋된다. 월요일에 새로운 눈으로 본다. 지금 시각 오후 6시 오늘 작성한 문서 있다. "신규 알림 기능 기획서_v1.0_0121.pdf" 완성했다. 완벽하다. 내일 다시 볼 거다. 이상할 거다. 괜찮다. 1년 전 나에게 "신입 기획자님. 월요일 아침에 지난주 문서가 이상해 보이죠?" "네. 제가 실력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에요. 성장하고 있는 거예요." "정말요?" "네. 그게 안 보이면 그게 더 문제예요. 성장이 멈춘 거니까." "그럼 계속 이럴 건가요?" "네. 평생요. 그게 일 잘하는 사람이에요." 시니어가 되면 사수가 말했다. "저도 5년 차인데 아직도 그래요." "진짜요?" "네. 어제 쓴 기획서 오늘 보면 고칠 거 보여요." "언제까지요?" "모르겠어요. 계속이지 않을까요." 희망적이다. 평생 이상하게 보인다는 게. 평생 성장한다는 뜻이니까. 월요일 아침의 의미 지난주 내가 부족해 보이는 순간. 그게 성장의 순간이다. 금요일의 나를 넘어선 증거다. 이제 안다. 월요일 아침 9시, 지난주 기획서 다시 읽을 때. 이상해 보이면 정상이다. 안 이상해 보이면 걱정해야 한다.내일도 이상하게 보일 거다. 그게 내가 자라는 방식이다.

SQL 모른다고 했을 때 사수의 표정

SQL 모른다고 했을 때 사수의 표정

그 침묵 "신기획님, 이번 주 사용자 데이터 뽑아서 분석 좀 해줄래요?" 사수가 말했다. 월요일 아침 10시 30분.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다. 그런데 뭘 어떻게 뽑는 건지 몰랐다. "데이터는 어디 있나요?" "DB에 있죠. SQL로 쿼리 날리면 돼요." 그 순간. "...SQL을 몰라서요." 내 입에서 나왔다. 작은 목소리로. 사수가 멈췄다. 키보드 치던 손을. 모니터 보던 시선을. 호흡까지. 3초 정도였을까. 아니 30초 같았다. "아... 그렇구나." 그게 전부였다. 사수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 나는 그 침묵이 뭔지 알았다. '기획자인데 SQL을 몰라?' 그 말이었다. 소리 없이 들렸다.그날 오후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사수가 말했다. "신기획님, 일단 이번 건은 제가 할게요. 시간 나면 SQL 좀 공부해보세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근데 기획자도 기본적인 쿼리는 알아야 해서요." 기본적인. 그 단어가 찔렸다. 나는 2년 차다. 주니어 끝자락. 시니어 입구에서 발만 담근 상태. 그런데 기본을 모른다. 오후 내내 일이 손에 안 잡혔다. 화면 정의서를 켜놨는데 한 줄도 못 썼다. "이 화면에서 이탈률 높은 사용자 데이터 좀..." 개발자가 물어보면 어떡하지. "SQL로 뽑아서..." 그러면 또 어떡하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저녁에 검색했다 퇴근하고 원룸에 들어왔다. 7시 50분. 노트북을 켰다. 'SQL 기초 강의' 검색. 유튜브에 영상이 수백 개 떴다. 1시간짜리, 30분짜리, 10분짜리. "비전공자도 할 수 있는 SQL" "기획자를 위한 SQL 입문" "하루 만에 배우는 SQL" 제목을 보니까 화가 났다. 나한테. 2년 동안 뭐 했나. 왜 이걸 미뤘나. '나중에 배우면 되지' 했다. '개발자가 해주겠지' 했다. '기획자는 기획만 잘하면 되지'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수의 침묵이 말해줬다. '기본도 모르면서 무슨 기획을 하냐'고. 첫 번째 영상을 틀었다. SELECT 문부터 시작이었다. SELECT * FROM users;이게 뭔지도 몰랐다. 별표가 뭔데. FROM이 뭔데. users가 테이블인 건가. 강의를 20분 들었다. 머리가 아팠다. 집중이 안 됐다. '이걸 다 배워야 하나.' 좌절감이 왔다. 노트북을 덮었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화요일 아침 출근했다. 사수는 평소처럼 인사했다. "어제 SQL 좀 봤어요?" "네... 조금요." 거짓말이었다. 20분 보다가 접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도 돼요. 급한 건 아니니까." 그 말이 더 부담이었다. 급하지 않다는 건, 언젠가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전 회의가 있었다. 데이터팀장이 말했다. "지난주 사용자 코호트 분석 결과인데요..." 화면에 표가 떴다. 숫자가 가득했다. DAU, WAU, MAU, Retention Rate. 나는 받아적기만 했다. 무슨 말인지 절반도 모르면서. 회의가 끝나고 사수가 말했다. "신기획님, 저 데이터 어떻게 뽑았는지 알아요?" "...SQL이죠?" "맞아요. 코호트 분석은 쿼리가 좀 복잡한데, 기본만 알아도 이해는 할 수 있어요." 이해. 나는 이해도 못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먹었다. 편의점 도시락. 책상에서. 노션을 켰다. 'SQL 공부 계획' 페이지를 만들었다.1주차: SELECT 문 익히기 2주차: WHERE 조건절 3주차: JOIN 이해하기 4주차: 집계 함수타이핑하면서 한숨이 나왔다. 4주면 될까. 8주는 아닐까. 그리고 또 생각했다. '이거 배워서 뭐가 달라지지?' 수요일 밤 여자친구한테 말했다. 전화로. "나 SQL 모르는 거 오늘 들켰어." "그게 뭔데?" "데이터 뽑는 거. 기획자는 알아야 하는 건데." "그럼 배우면 되잖아." "...응." 간단하게 말했다. 여자친구는 디자이너다. SQL이 뭔지 모른다. "너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아." "아니야.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매일 받는다. 전화를 끊고 유튜브를 켰다. 어제 본 강의 이어서. WHERE 절을 배웠다. 조건을 걸어서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거. SELECT * FROM users WHERE age >= 20;20세 이상 사용자만 뽑는 쿼리. 이건 이해했다. 그런데 또 의문이 들었다. users 테이블은 어디 있지. age 컬럼은 어떻게 알지. DB 구조는 누가 알려주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강의는 계속 진행됐다. 나는 멈춰 있었다. 1시간을 봤다. 손으로 따라 쳤다. 메모장에. 뭔가 배운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정이 넘어서 잤다. 목요일 점심 개발자가 말했다. 밥 먹으면서. "신기획님은 SQL 쓸 줄 알아요?" 갑자기 물었다. 심장이 쿵 했다. "아... 아니요. 지금 배우는 중이에요." "아 그렇구나. 저는 기획자분들이 다 쓸 줄 아는 줄 알았어요." 칼을 꽂았다. 모르고. "보통은... 다들 쓰나요?" "글쎄요. 근데 데이터 보려면 필요하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지금 공부 중이에요." "어렵지 않아요. 기본만 알면 돼요." 또 '기본'이었다. 모두가 기본이라고 했다. 나만 모르는 기본. 식판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밥이 안 넘어갔다. 오후에 사수가 슬랙을 보냈다. "신기획님, 이번 주 신규 가입자 수 좀 확인해주실래요? 어드민 툴에서 볼 수 있어요." 어드민 툴. 다행이었다. SQL은 아니었다. 숫자를 확인했다. 243명. 보고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 중에 20대 비율 알 수 있을까요?" 순간 멈췄다. 어드민 툴에는 전체 숫자만 있었다. 연령대별은 없었다. "...SQL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타이핑하면서 손이 떨렸다. "아 그렇구나. 괜찮아요. 제가 볼게요." 또 사수가 했다. 내가 못 하는 걸. 금요일 오전 주간 회의가 있었다. 대표님도 참석했다. 사수가 발표했다. 이번 주 데이터 리포트. "신규 가입자는 243명입니다. 이 중 20대가 62%를 차지하고요..." 내가 물어봤던 그 숫자였다. 사수가 뽑았던. "좋네요. 20대 타겟팅이 먹히고 있네. 이 추세면 다음 달 목표 달성 가능하겠어요." 대표님이 말했다. 모두가 끄덕였다. 나도 끄덕였다. 그런데 속으로 생각했다. '저 숫자를 나는 못 뽑는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모니터를 켰다. 노션에 'SQL 공부 계획' 페이지가 열려 있었다. 일주일 전에 만든. 1주차 목표는 SELECT 문이었다. 체크박스는 비어 있었다. 강의는 20분 봤다. 실습은 안 했다. 따라 치기만 했다. 일주일 동안 뭘 했나. 회피했다. 미뤘다. 바쁘다고 핑계 댔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서웠다. 못 배울까 봐. 이해 못 할까 봐. '나는 비전공자니까.' 그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데 그게 핑계인 걸 알았다. 비전공자도 배우는 사람은 많다. 나만 안 배우는 거였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왔다. 8시. 씻고 나왔다. 배달 음식을 시켰다. 치킨. 노트북을 켰다. 유튜브 대신 구글을 열었다. 'SQL 실습 사이트' 검색. 여러 개가 나왔다. W3Schools, SQLZoo, LeetCode. 첫 번째 사이트를 열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쿼리를 쳐볼 수 있었다. 샘플 데이터가 있었다. Customers 테이블. 이름, 국가, 나이. SELECT * FROM Customers;실행 버튼을 눌렀다. 결과가 나왔다. 표로. 모든 고객 정보가 떴다. 10명. 다시 쳤다. SELECT * FROM Customers WHERE Country = 'Korea';실행. 한국 고객 3명만 나왔다. 심장이 뛰었다. 조금. 내가 했다. 내가 데이터를 뽑았다. 30분 동안 여러 쿼리를 쳤다.나이가 30 이상인 사람 이름이 'Kim'으로 시작하는 사람 국가별 고객 수 세기틀렸다가 고쳤다. 에러가 났다. 검색했다. 다시 쳤다. 치킨이 식었다. 신경 안 썼다. 자정이 넘어서 노트북을 덮었다. 아직 모르는 게 산더미다. JOIN은 뭔지, 서브쿼리는 뭔지, INDEX는 뭔지. 그런데 오늘은 SELECT와 WHERE를 했다. 내일은 GROUP BY를 해볼 거다. 모레는 COUNT와 SUM을 할 거다. 한 달 뒤에는 사수한테 말할 수 있을까. '제가 뽑아볼게요.' 모르겠다. 그런데 해볼 거다.침묵은 가장 큰 피드백이다. 그 침묵을 잊지 않기로 했다.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1년 뒤에도 못 답할 것 같은 불안감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1년 뒤에도 못 답할 것 같은 불안감

친구가 물었다 "너 회사에서 뭐 해?" 어제 대학 동기 만났다. 술 한 잔 걸치고 나니까 이 질문이 나왔다. "응... 기획자야." "기획자? 그게 뭔데?" 멈췄다. 입이 안 열렸다. "그냥... 서비스 기획을 하는 거지." "아니 그게 뭔데?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진짜로. 2년 차인데 설명을 못 한다. 개발자는 코딩한다. 디자이너는 그린다. 마케터는 광고한다. 나는? 회의록 쓴다. 화면 정의서 그린다. 피드백 받는다. 이게 기획인가?월요일 아침 출근했다. 노션 켰다. 사수가 남긴 코멘트: "이 화면 플로우 다시 생각해봐요.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근데 뭐가 불편한 건데? 30분 동안 화면만 봤다. 모르겠다. 검색했다. "화면 플로우 설계 방법". 나오는 건 다 안다. "사용자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단계를 줄여라". 안다고. 근데 어떻게? 결국 비슷한 서비스 10개 열어서 봤다. 카카오는 이렇게 했네. 토스는 저렇게 했네. 그래서 나는? 베끼는 것도 아니고.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기만 한다. 점심시간. 개발자 선배가 물었다. "신기획님, 이 기능 왜 필요한 거예요?" "아... 그게... 사용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요." "어떤 데이터 보고 판단하신 거예요?" 데이터. 없다. "일단... 사수님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말하고 나서 창피했다. 선배는 그냥 웃었다. 기획자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내가 하는 일 오늘 한 일 정리해봤다. 오전 10시: 출근. 사수 피드백 확인. 오전 10시 30분: 화면 정의서 수정. 오전 11시: 회의. 개발팀이랑 디자인팀이랑. 오후 12시: 회의록 작성. 오후 1시: 점심. 오후 2시: PRD 수정. 사수 검토 요청. 오후 3시: 피드백 받음. 다시 수정. 오후 4시: 데이터팀한테 질문 보냄. "이 지표 어떻게 확인하나요?" 오후 5시: QA 시트 작성. 오후 6시: 내일 할 일 정리. 오후 7시 30분: 퇴근. 이게 기획인가? 서류 작성인가? 회의록 작성자인가? 개발자는 코드를 친다. 화면에 뭔가 만들어진다. 디자이너는 그린다. 예쁜 게 나온다. 나는? 문서만 쌓인다. 노션 페이지만 늘어난다.사수한테 물어봤다 용기 냈다. 물어봤다. "팀장님, 저 질문 있는데요." "응, 말해봐." "기획자는...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인가요?" 사수가 웃었다. 비웃는 게 아니라 그냥. "나도 2년 차 때 그 고민했어." "그럼... 답은 뭔가요?" "답은 없어. 근데 내가 생각하는 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 또 이런 추상적인 답. "그럼 팀장님은 어떻게 일하세요?" "나는... 일단 왜 이게 필요한지부터 생각해. 그 다음에 사용자가 뭘 불편해하는지. 그 다음에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겠다. 그래서? "근데 신기획씨는 지금 뭐가 제일 답답해?"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서만 쓰는 것 같고." "그건 주니어 때 다 그래. 일단 문서 쓰는 법부터 배워야 하니까." 위로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1년 뒤에도 이럴까요?" "노력하면 달라지겠지. 안 하면 그대로고." 뭔가 찝찝했다. 퇴근길 지하철 탔다. 유튜브 켰다. "PM 되는 법", "기획자 역량", "주니어 기획자 성장". 영상 10개 봤다. 다 비슷하다. "사용자 관점을 가져라", "데이터를 보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라". 안다. 알아. 근데 어떻게? 사용자 관점. 나도 사용자인데 내 불편함은 회사가 안 중요하대. 데이터. SQL 모르는데 어떻게 봐? 커뮤니케이션. 회의 때 입도 못 열어. 집 도착했다. 원룸. 50만원. 노트북 켰다. 토이 프로젝트 기획서. "가상의 배달앱 기획서". 3주째 첫 페이지. 문제 정의부터 막힌다. "사용자들은 배달앱에서 무엇을 불편해할까?" 모르겠다. 나는 불편한 게 없는데. 검색했다. "배달앱 불편한 점". 나오는 대로 적었다. 이게 기획인가? 복붙인가? 노트북 껐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만 봤다. 1년 뒤 상상해봤다. 1년 뒤. 친구가 또 물어본다. "너 뭐 하는 사람이야?" 나는 또 말한다. "그냥... 기획자야." "그래서 뭐 하는데?" 또 막힌다. 또 설명 못 한다. 3년 차가 돼도 이러면 어떡하지. 개발자는 포트폴리오에 코드 올린다. 디자이너는 비핸스에 작품 올린다. 나는? 회의록 올리나? PRD 올리나? 회사 기밀이라 못 올린다. 그럼 뭘로 증명하지? 내가 성장했다는 걸. 무섭다. 지금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건가? 아니면 방향이 틀린 건가? 회의록 잘 쓰는 게 성장인가? 화면 정의서 예쁘게 그리는 게 성장인가?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 있었던 일. 개발자 선배가 말했다. "신기획님이 정리한 화면 플로우, 생각보다 괜찮던데요?" "진짜요?" "응. 예외 케이스까지 생각한 거 보고 좀 놀랐어요." 그 말 듣고 하루종일 기분 좋았다. 사수가 말했다. "요즘 회의록 잘 쓰네. 액션 아이템 정리가 깔끔해." 별것 아닌데 기뻤다. 여자친구가 말했다. "너 요즘 일 얘기할 때 재밌어 보여." 그런가? 잘 모르겠다. 내가 성장하는 건지. 근데 한 가지는 안다. 작년보다는 낫다는 거. 작년엔 PRD가 뭔지도 몰랐다. 지금은 쓴다. 작년엔 회의 때 받아적기만 했다. 지금은 가끔 질문한다. 작년엔 사수한테 질문도 못 했다. 지금은 묻는다. 느린 거 안다. 답답한 거 안다. 근데 멈춘 건 아니다. 오늘도 출근한다. 노션 연다. 사수 피드백 확인한다. 수정한다. 회의 들어간다. 받아적는다. 화면 정의서 그린다. 검토받는다. 이게 기획인가?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계속한다. 1년 뒤에도 이 질문에 못 답할 수도 있다.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괜찮다. 3년 뒤엔 답할 수 있을지도. 아니면 5년 뒤. 지금은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2년 차니까. 배우는 중이니까."기획자가 뭐냐고? 글쎄. 아직 배우는 중이다."

비전공 기획자의 CS 지식 콤플렉스

비전공 기획자의 CS 지식 콤플렉스

회의실에서 얼어붙는 순간 "이 부분은 캐시 처리로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요." 개발팀장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캐시. 뭔가 빠르게 하는 거다.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노트북 화면에 '캐시 처리 검토' 라고 적었다. 손에 땀이 났다. "기획자님 생각은요?" 팀장이 나를 봤다. 심장이 빨라졌다.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을 것 같다니. 나도 내가 한심했다. 회의가 끝났다. 화장실에 가서 '캐시란' 검색했다. 임시 저장소. 빠른 접근. 그래, 이거였구나. 2년차인데 아직도 이런다.몰래 검색하는 일상 오전 10시 30분. 데일리 스크럼. "API 응답 시간이 너무 길어서요." 개발자가 말했다. 나는 노션 창 뒤에서 구글을 켰다. 'API란 무엇인가' 검색창에 친다. 백엔드 개발자가 계속 말하고 있다. 나는 검색 결과를 빠르게 훑었다.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프로그램 간 소통 방식. 아, 그러니까 우리 앱이 서버한테 데이터 달라고 하는 거구나. "기획 쪽에서 확인할 부분 있나요?" 나를 봤다. "아... 로딩 화면 추가하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근본적 해결은 아니죠." 맞다.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 나는 또 땜질 기획을 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았다. 노션에 용어 정리 페이지를 만들었다.API: 프로그램 간 소통 창구 캐시: 임시 저장소, 빠른 접근용 세션: 사용자 접속 정보 유지이렇게 모아놓은 게 벌써 50개다. 근데 모아만 놓고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들킬까봐 무서운 순간들 가장 무서운 건 개발자가 내 기획서를 볼 때다. "이 부분, 세션 만료되면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 세션 만료. 로그인 풀리는 거 아닌가. "로그인 화면으로 보내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작성하던 내용은요?" "아..." 생각 못 했다. 또 구멍이 났다. "로컬 스토리지에 임시 저장하면 되겠네요. 제가 정리해서 공유할게요." 개발자가 말했다. 고맙다. 그런데 창피했다. 로컬 스토리지. 또 모르는 용어다. 사수가 말했다. "비전공이라 힘들지?" 솔직하게 말했다. "네... 용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나도 처음엔 그랬어. 근데 기획자가 다 알 필요는 없어. 물어보면 돼." 물어보면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매번 물어보면 무능해 보일 것 같다. 신입 때는 몰라도 됐다. 2년차인데 아직도 모르면 문제 아닌가. 검색창에 '로컬 스토리지'를 쳤다. 브라우저 저장소. 세션 스토리지보다 오래 유지. 그럼 세션 스토리지는 또 뭔데. 끝이 없다.비전공의 생존법 유튜브에 'CS 기초' 강의가 500개는 된다. 북마크만 300개다. 본 건 10개. 주말마다 공부하려고 했다. 근데 주말엔 친구를 만나고 여자친구를 만나고 밀린 빨래를 했다. 그러다 월요일이 온다. "Redis 캐싱 적용하면 어떨까요?" Redis. 또 새로운 단어다. 점심시간. 사수한테 물어봤다. "형, Redis가 정확히 뭔가요?" "캐시 저장소야. 메모리 기반이라 빠르지." "메모리 기반이요?" "RAM에 저장한다는 거. DB는 디스크에 저장하잖아." RAM, 디스크.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거 언제 다 배워요?" "배우는 게 아니라 부딪치면서 익히는 거지. 나도 아직 모르는 거 많아." 사수도 모르는 게 많다고 했다. 조금 위안이 됐다. 그날 저녁. 'Redis 입문' 영상을 켰다. 20분짜리였다. 10분 보다가 졸았다. 이게 맞나 싶다. 알은 척하는 기술 회의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첫째, 모르는 용어 나오면 받아적는다. 둘째, "확인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셋째, 회의 끝나고 검색한다. 넷째, 다음 회의 전에 그 용어 들어간 문장을 한 번 말해본다. "API 응답 속도 개선안을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반만 안다. 동기한테 물어봤다. "너도 그래?" "나도 그러지. 근데 1년 전보다는 나아졌어." "언제쯤 당당해질까?" "글쎄. 5년차 선배도 가끔 모른다고 하던데." 그래도 선배는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있다. 나는 아직 그게 무섭다. "이거 무슨 뜻이에요?" 이 한 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어제 기획서를 썼다. 개발자가 피드백을 줬다. "이 부분 API 설계 고려해주셨네요. 좋습니다." 칭찬이었다. 작은 거지만 기뻤다. 지난주에 배운 REST API 개념을 적용한 거였다. GET, POST, DELETE. 이 정도는 이제 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6개월 전보다는 안다. 노션 용어집을 다시 봤다. 50개가 100개가 됐다.API: 프로그램 간 소통 창구, REST 방식이 일반적 캐시: 임시 저장소, Redis 같은 인메모리 DB 사용 세션: 로그인 상태 유지, 만료 시간 있음 로컬 스토리지: 브라우저 저장소, 영구 보관 쿠키: 브라우저 저장 데이터, 용량 작음예전엔 단어만 적었다. 이젠 설명이 붙는다. 완벽하지 않다. 깊이는 부족하다. 그래도 전보다는 낫다. 사수가 말했다. "CS 지식은 기획자한테 필수는 아니야. 근데 있으면 편하지." 맞다. 필수는 아니다. 그런데 없으면 불안하다. 개발자와 대화할 때, 뭔가 막힌다. 벽이 있는 느낌이다. 그 벽을 넘고 싶다. 천천히라도. 2년차의 솔직한 고백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다. 도커가 뭔지, 쿠버네티스가 뭔지, CI/CD가 뭔지. 개발자들이 하는 말의 절반은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낫다. 작년엔 80%를 몰랐다. 지금은 50%.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당당하게 "이거 모르겠는데 설명해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개발자가 설명할 때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2년차는 아직 그런 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유튜브 강의 하나를 북마크했다. 볼지는 모르겠지만.비전공 기획자의 CS 공부는 끝이 없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안다. 그걸로 됐다.

유튜브 PM 강의는 밤 10시, 실무 적용은 언제?

유튜브 PM 강의는 밤 10시, 실무 적용은 언제?

밤 10시 30분 퇴근하고 집에 왔다. 8시. 씻고 밥 먹으니 9시 반. 노트북 켰다. 유튜브 들어갔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건너뛴다. 매일 보는 채널이다. 오늘 영상 제목: "주니어 기획자가 꼭 알아야 할 와이어프레임 작성법" 재생한다. 12분짜리다. 강사가 말한다. "와이어프레임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디자이너, 개발자와의 약속이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커뮤니케이션 도구. 노션에 적는다. "와이어프레임 = 커뮤니케이션"오전 10시 출근했다. 사수가 부른다. "어제 말한 회원가입 화면, 그려봤어?" 그렸다. 3시간 걸렸다. 피그마 켜서 네모 그리고, 버튼 넣고, 텍스트 필드 배치했다. 사수가 본다. 5초. "이게 뭐야?" 뭐긴. 와이어프레임이다. 어젯밤에 본 영상대로 했다. "약관 동의는 어디 있어? 소셜 로그인은? 에러 케이스는?" 약관...? 강의에서 안 알려줬는데. 아니다. 알려줬다. '예외 처리를 생각하세요'라고 했다. 근데 뭘 어떻게. "다시 해와." 알겠습니다.점심시간 혼자 밥 먹는다. 유튜브 켠다. '기획자 예외 처리 방법' 검색했다. 영상이 나온다. "예외 케이스 정리는 이렇게 합니다" 본다.성공 케이스 먼저 실패 케이스 나열 엣지 케이스 고려엣지 케이스가 뭐지. 찾아본다. '극단적 상황' 아. 그거. 밥 먹으면서 본다. 12분 영상 두 개. 이해했다. 이론적으로는. 1시 10분. 사무실 들어간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노션 켠다. '회원가입 예외 케이스' 쓴다.이메일 형식 오류 비밀번호 불일치 중복 가입세 개 썼다. 더 있을까? 모르겠다. 강의에서는 쉬워 보였는데. 오후 3시 개발자가 왔다. "이거 API 어떻게 쏴요?" API? 강의에서 들었다. '프론트와 백엔드의 약속' 그게 뭔데. "제가... 확인해보고 알려드릴게요." 개발자가 간다. 유튜브 검색한다. 'API 명세서 작성법' 영상이 나온다. 15분짜리. 본다. endpoint, method, request, response 단어는 안다. 강의에서 100번 들었다. 근데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하지. 회원가입 API는 뭐지. POST /user/signup? 맞나? 검색한다. '회원가입 API 예시' 복사한다. 우리 서비스 용어로 바꾼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사수한테 물어볼까. 또 '이것도 몰라?' 소리 들을까. 혼자 끙끙댄다.퇴근 후 10시 집이다. 노트북 켰다. 유튜브 켠다. '주니어 기획자가 알아야 할 API 기초' 본다. "API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약속입니다." 안다. 오늘 오후에 들었다. "request body에 필요한 값을 정의하세요." 안다. 영상 4개 봤다. 근데 오늘 나는 못 했다. 왜지. 영상을 멈춘다. 강의는 이해, 실무는 멘붕 강의는 친절하다. 예시가 있다. 템플릿이 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실무는 다르다. 예시가 없다. 우리 서비스 상황이 있다. '이거 어떻게 해요?' 강의: "사용자 시나리오를 그려보세요" 실무: "이 시나리오에서 이탈률이 70%인데요?" 강의: "와이어프레임은 심플하게" 실무: "여기 배너 3개 더 넣어주세요" 강의: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 실무: "대표님이 파란색이 좋대요" 강의는 정답이 있다. 실무는 정답이 없다. 강의는 30분이면 끝난다. 실무는 3일 걸려도 안 끝난다. 매일 밤 강의를 본다. 매일 낮 실무는 막힌다. 이게 뭐지. 10%도 못 쓰는 이유 강의 내용을 노션에 정리했다. 페이지가 50개다.와이어프레임 작성법 PRD 템플릿 API 명세서 가이드 사용자 시나리오 그리기 AB 테스트 설계 SQL 기초다 봤다. 다 적었다. 근데 써먹은 건. 회원가입 화면 하나 그리는데 3번 갈아엎었다. API 명세서는 사수가 다시 썼다. SQL은 쿼리 하나 못 짠다. 10%도 못 쓴다. 아니, 5%다. 왜지. 생각해봤다. 강의는 '이론'이다. 실무는 '맥락'이다. 강의: "버튼은 사용자 동선을 고려해서 배치하세요" 실무: "우리 사용자 평균 연령 55세, 버튼 크기 얼마로?" 강의에서는 '원칙'을 알려준다. 실무에서는 '상황'에 맞춰야 한다. 원칙은 알겠는데. 상황 판단을 못 한다. 강의 100개 봐도 안 되는 이유다. 손가락으로 나오려면 오늘 사수가 말했다. "강의 그만 보고 그냥 해봐." 뭘. "틀려도 돼. 일단 네가 생각한 대로 해봐." 그게 무섭다. 틀리면 시간 낭비다. 다시 해야 한다. "그래도 네가 한 번 틀려봐야 다음에 안 틀려." 그런가. 강의는 답을 알려준다. 실무는 내가 답을 만든다. 강의는 '이렇게 하세요'다. 실무는 '이렇게 해봤는데 어때요?'다. 강의는 정답 맞히기. 실무는 오답 줄이기. 강의 보는 시간: 하루 1시간 실무 하는 시간: 하루 8시간 8시간에서 배운다. 1시간은 참고만 한다. 손가락으로 나오려면.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 강의는 머리로 보는 거다. 실무는 손으로 하는 거다. 내일 할 것 강의는 본다. 근데 방법을 바꾼다. 예전:강의 본다 노션에 정리한다 '이해했다' 생각한다 끝내일부터:강의 본다 당장 실무에 적용할 부분 하나만 고른다 내일 출근해서 바로 써본다 틀리면 수정한다예시. 오늘 본 강의: "와이어프레임 레이아웃 패턴" 내일 쓸 것: F 패턴 적용해서 메인 화면 다시 그리기 틀려도 된다. 사수가 '이건 아니다' 해도 된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 강의는 연습문제집이다. 실무는 실전 시험이다. 연습문제만 푼다고 실전을 못 푸는 건 아니다. 근데 실전을 안 보면 영원히 못 푼다. 밤 10시 강의. 내일 10시 실무. 12시간 차이. 이 간격을 줄인다. 배운 날 써본다. 손가락으로 나올 때까지. 매일.강의는 계속 본다. 근데 보기만 하지 않는다. 내일 당장 쓸 한 가지만 고른다. 틀려도 된다. 안 하는 것보다 100배 낫다.